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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글 국립특수교육원 주무관 황연옥 사진 정우철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아주 좋아요’를 연발하는 종규씨를 보며, 인터뷰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올해 24살인 구종규씨는 ‘희망일자리’ 사업으로 충남 천안인애학교에서 교무 보조로 일한다. ‘희망일자리’는 충청남도교육청에서 장애학생의 일자리 창출 및 취업 지원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으로 급식 보조, 사서 보조, 행정 업무 보조, 청소(환경미화) 보조, 특수교육 보조, 교무 보조, 통학 보조, 특별실 관리 보조, 장애학생 보조, 홍보물 분류 보조 등 교육청과 학교 도, 서관 등에서 일할 수 있는 10여 개의 직무를 개설해 장애인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단, 출근해서 화분에 물을 간단히 주고, 커피나 음료를 맛있게 마셔요. 그리고 택배를 분류해서 선생님들께 나눠드리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택배를 전달하는 일이 가장 좋아요.
택배를 받으면 선생님들이 아주 고맙다고 좋아하세요.
교무 보조 일을 열심히 하는 점이 좋아요~
종이 파쇄할 게 너무 많고, 파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매월 17일에 월급이 들어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볼 때 아주 좋았어요.
정기적금 통장으로 50만 원씩 계좌이체가 되고, 나머지는 물레방아 적금통장에 100만 원을 넣어요.
금전출납부를 작성하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취미생활로는 ‘얼쑤’에서 장구, 꽹과리, 난타 연습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어요.
돈을 많이 모아서 집도 사고, SUV 차도 사고 싶어요.
규칙적으로 열심히 생활을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여러 차례 질문을 던졌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아주 좋아요”. 모르긴 몰라도 그에게 일이란 생계를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였다.
일을 한다기보다는 일 자체를 즐기는 그를 직장 동료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종규씨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손희은 교무행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종규씨는 어떤 일들을 하나요?
문서복사, 파쇄, 교무실 우편 배부, 교무실 청소, 분리수거, 탕비실 관리 등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Q. 교무보조원으로 채용되고 사전 교육을 받았나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사전 교육을 해주는데, 그때 제가 직무지도원으로 교육을 담당했어요.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을 시연해주고 똑같이 따라 하게 해보고, 그 다음 날에는 전날 했던 것을 기억해서 혼자 스스로 하게 해보고, 그게 잘 안 되면 순서대로 알려주었는데, 종규씨는 단계별로 절차를 알려주면 잘 습득하더라고요.
Q. 종규씨가 학생일 때와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지금, 달라진 점이 있나요?
학생일 때는 묵묵하게 본인의 틀 안에서 자기 일을 하는 스타일이었다면 1년 정도 교무실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농담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어요. 본인이 먼저 “차 한잔 하실래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간식이 있으면 “함께 나눠 드실래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회성이 많이 발전했어요.
Q. 동료로서 바라보는 종규씨는 어떤가요?
협조를 잘 해주고, 어려운 일을 할 때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일을 즐기면서 하는 모습을 보면 같이 덩달아서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할 때였는데, 종규씨가 우연히 노래를 불렀어요. 근데 트로트를 너무 잘 부르는 거예요. ‘한 번 더 불러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 들을 수 있게 크게 불러주더라고요.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데 코로나로 많이 지친 교직원분들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승낙해주어서 깜짝 이벤트로 교직원분들에게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줬는데 다들 많이 감동하셨어요.
천안인애학교에는 종규씨를 포함하여 8명의 직원이 희망일자리 사업을 통해 교수학습자료실 관리, 특수교육 보조, 교무 보조, 바리스타, 도예공예 등 개인의 특성과 소질에 맞는 직무에 채용되어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히, 그리고 즐겁게 근무 중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의미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관리자의 의지가 없으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법, 천안인애학교 김선태 교장선생님은 희망일자리 사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크게 보았다.
종규씨도 처음에는 다소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보충했으면 하는 부분을 꾸준히 안내하고, 가르쳐주다 보니 채용 당시와 1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종규씨는 3개월의 인턴과정을 거친 후 4시간 근무를 해오다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제안으로 8시간 근무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을 지켜봐 온 김선태 교장선생님이 느끼는 보람은 더 클 수밖에 없을 터.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늘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학생들을 향한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잊지 않았다.
장애학생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하지만 종규씨에게 세상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두렵지 않도록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 천안인애학교 교직원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결코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장애를 떠나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교육에 힘쓰는 선생님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싶다. 눈부시게 빛나는 가을 햇살처럼 종규씨가 걷는 걸음에 언제나 밝은 빛이 함께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