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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리포트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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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독일에서 장애학생이 취업하는 법

독일 월드 리포트1 02

민세리(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재활특수교육학 박사과정)

나는 지극히 평범한 베를린 동네에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 왼쪽에 있는 시민공원에는 장애인 4명이 2인 1조를 이루어 공원 관리에 한창이다. 5분 정도 더 이동하면 오른쪽으로는 장애인작업장이 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장애인들이 보인다. 코로나19로 몇 달간 임시 휴업에 들어간 후 최근에 다시 문을 연 이곳에 출근하는 사람 수가 몇 주 사이 눈에 띄게 증가한걸 보니 내심 반갑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대형마트에 들러 아침장을 본다. 학습장애가 있어 보이는 청년 한 명이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물류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청년이 입은 직원 조끼에는 Azubi(직업훈련생) 명찰이 달려 있다. 이렇게 나는 매일 아침 최소 10명 이상의 장애인을, 그것도 직업생활을 하는 장애인을 만난다. 독일의 장애인들은 사회 다방면에서 그리고 소위 코로나19 시대에도 비교적 평범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01. 현장과 학교에서 직업 준비하기

독일의 장애인, 특히 장애학생의 취업 및 일자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Ausbildung)이 실시되는 중등교육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왜냐하면 직업훈련은 대부분 취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의무교육 기간은 대체로 11~12년이다. 우리나라의 초·중학교 과정에 속하는 전일제의무교육(Vollzeitschulpflicht)이 끝나면 정시제 의무교육(Teilzeitschulpflicht)이 시작된다. 전일제 의무교육은 학교수업이 중심이므로 매일 학교에 가는 교육과정이고, 정시제 의무교육은 현장의 직업훈련이 중심이기에 학교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가는 과정이다. 독일은 연방주별로 각 의무교육 기간, 교육정책 등이 매우 다른데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정시제 의무교육 형태를 도식화하면 대략 아래와 같다.

전일제 의무교육(9~10년)
일반학교 특수학교

정시제 의무교육(2~3년)
직업훈련준비 지원책
➊ 산업체 직업훈련(실기) + 직업전문학교(이론)
➋ 직업훈련기관(이론 + 실기)
➌ 장애인작업장(실기) + 특수학교(이론)
직업훈련과정
지원책

일반노동시장 취업 장애인작업장 취업

독일에는 약 500,000명의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약 30%)와 특수학교(약 70%)에서 교육을 받고 매년 50,000명 정도가 전일제 의무교육으로 졸업한다. 정시제 의무교육, 즉 직업학교와 직업훈련을 병행하는 교육단계에 진입한 학생은 통상적으로 직업훈련을 받고 싶은 산업체에 지원하여 직업훈련계약을 맺은 후 직장에서 주 3~4일 실기교육을 받고 나머지 1~2일은 직업전문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다. 다시 말해 직업전문학교 입학 후 직업훈련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먼저 직업훈련자리를 찾은 후 해당 분야의 직업전문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청소년이 직업훈련을 받는 국가공인직종은 약 330종이다. 직업 분야는 건설, 서비스, 전자, 건강, IT, 컴퓨터, 예술, 농업, 환경, 미디어, 금속, 제작, 유통, 기술, 행정 등 사회전반에 걸쳐 다양하다. 따라서 산업체 직업훈련(실기) + 직업전문학교(이론) 형태는 독일의 정시제 의무교육의 이상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형태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인문계 학생들은 제외한 대부분 실업계 학생들이 거쳐가며, 장애학생은 소수의 경증장애학생이 통과하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매년 장애학생의 5~7% 정도가 일반 산업체에서 직업훈련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Euler 2016).

그런데 직업훈련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진로 결정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을 위해 국가는 다양한 직업훈련준비 지원책(Berufsausbildungsvorbereitende Maßnahmen)을 마련해 놓았다. 장애학생의 약 30%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직업준비의 해(Berufsvorbereitungsjahr), 직업준비교육과정(Berufsvorbereitende Bildungsmaßn ahmen) 등이 있다. 직업전문학교나 직업훈련기관에서 약 1년간 이론과 현장실습이 조화된 교육을 받으며 진로를 결정하고 희망 직종이 요구하는 역량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상담 및 지원프로그램도 실시된다.

장애학생이 정시제 의무교육을 받는 또 다른 형태로는 직업훈련기관(Berufsbildungswerk)이 있다. 이곳은 (경증)장애학생의 일반노동시장 진입을 목표로 국가 및 연방노동청이 지원하는 기관으로, 현재 독일 전역 52곳의 직업훈련기관이 250종 이상의 직업과 관련하여 직업준비, 직업훈련, 취업알선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이론수업은 직업훈련기관에서, 실기수업은 기관 내 직업훈련소와 실습기업에서 실시되며, 수행능력이 우수한 장애학생은 일반 산업체에서 직업훈련을 받기도 한다. 2019년에는 총 11,616명의 장애학생이 직업훈련기관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이들 중 89%가 직업훈련 공인졸업시험에 통과했으며, 시험에 통과한 학생 중 62%가 취업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정시제 의무교육과정 속 장애학생의 보편적인 진로형태는 장애인작업장(실기) + 특수학교(이론)라고 할 수 있다. 특수학교 내 직업학교나 직업반에 재학하는 장애학생은 주로 장애인 작업장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후 바로 장애인작업장에 고용되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작업장은 일반노동시장에 (재)진출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직업생활을 통해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재활시설이다. 이 시설은 기본적으로 섬유·가구·목공·세공 분야의 제품 생산부터 조경·원예 그리고 창의적인 예술품 제작 및 판매 등 분야가 다채롭다. 현재 독일 전역에는 약 2,900곳의 장애인작업장이 있고 약 310,000명의 장애인이 종사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작업장은 절대다수의 (중증)장애인들이 직업생활을 하는 유일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02. 코로나 시대에 취업 준비하기

직업훈련과 취업이 직결됨이 최대 강점인 독일의 직업교육제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산업체들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직업훈련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산업체가 파산하여 당장 문을 닫지 않는다면 직업훈련생은 다양한 형태의 법적 보호와 재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상 내용은 총 3가지다.

첫째, 산업체가 직업훈련생의 근무조건을 단기근로(Kurzarbeit, 고용상태는 유지하되 근무시간을 줄이는 조치)로 전환하면 직업훈련생은 최소 6주간 기존의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이후 노동청에서 재정적 급여(Kurzarbeitergeld)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직업훈련생이 자가격리 중이거나 산업체가 임시 휴업을 하는 기간에도 기존 임금이 지급된다. 셋째, 만약 직업훈련을 담당하는 산업체가 파산 위험에 처하면 산업체는 관할 노동청과 협력 하에 직업훈련생이 다른 기업에서 직업훈련을 이어 나가도록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장애학생의 직업훈련자리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사업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는 추경예산 2,500만 유로를 편성하여 비산업체 직업훈련(Außerbetriebliche Ausbildung, 일반 사업체 주도가 아닌 국가사업인 직업훈련) 비중을 30% 확대하고, 자격증 과정(Einstiegsqualifizierung, 6~12개월간의 실습으로 직업훈련에 요구되는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며 소액의 보조금도 지급 받음)지원을 강화하며, 연방노동청과 연방주 교육부, 기타 파트너의 지원을 통한 직업전문학교의 직업상담 기능을 강화하는 등 직업훈련이 끊어지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실제 현장의 모습은 어떠할까? 직업훈련기관의 기존 이론수업은 모두 홈스쿨링 형태로 전환하여 학습 자료를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배부하거나 디지털기기를 보유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우편으로 전송한다. 기존의 상담 프로그램 역시 전화나 이메일 형태로 전환했지만, 심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면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직업훈련기관 직원이 학생을 찾아가 면담을 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등 심리적 지원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학생들에게 최신 방역조치, 각종 중독질환자를 위한 지원프로그램 등을 쉬운 언어로 작성하여 수시로 뉴스레터를 전송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부 독일 장애학생의 취업과정은 기본적으로 법적 근거가 충분하고 학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이다. 또한 기업이 산학협력을 주도하며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제 위기에 서도 이 과정 전반에 수반되는 재정 부담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에 독일 장애학생의 직업훈련 및 취업과정은 코로나19 시대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매일 오후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 장애인작업장의 퇴근자들이 몰려나온다. 아이와 나는 앞서 걸어가는 장애인 행렬에 자연스레 합류한다. 잠시 후 근처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아이와 부모들이 학교 정문을 빠져나와 ‘우리 대열’에 합류한다. 장애인을 피하거나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베를린 동네에 살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를 이루는, 그러한 평범한 동네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