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전동휠체어를 마주치게 된다. 장애인과 노인은 물론 일시적인 부상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전동휠체어를 쉽게 이용한다. 인파로 붐비는 놀이공원, 쇼핑몰에서도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자동문과 같은 편의시설이 없을 리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족이 다니고 있는 이곳 대학원 수업에 항상 작은 개를 안고 들어오는 학생이 있었다. 개를 안고 수업을 듣는 학생이나 그걸 개의치 않는 교수가 신기하게만 느껴졌는데, 나중에 그 개가 정서적 안정을 위한 도우미견(service dog)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의 정서적 장애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에 어떤 공공시설이든 그 개와 함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삶의 공간을 함께 나누고 있기에 특수교육의 원칙이 일반교육 주도의 통합교육인 것 또한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미국은 보충적인 서비스만으로 성공적인 성취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면 장애학생을 일반학생과 분리된 환경에 배치할 수 없음을 장애인 교육법(IDEA)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통계 자료를 보면 미국의 학령기 장애학생 대부분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전체 장애학생 중 95%가 일반학교에 등록되어 있으며, 65%의 학생이 전체 수업의 80% 이상을 통합학급에서 공부한다. 내가 사는 플로리다 또한 장애학생 중 95.5%의 학생이 통합학급에 속해있으며, 75.74%의 학생이 일반학급에서 80%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1).
플로리다 교육부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미국의 거대주 7개2) 중 플로리다의 일반학급 배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3). 미국의 장애학생 배치 자료를 보면 인구 밀도가 높은 주일수록 특수학교 배치율이 높은 경향이 있기에, 미국 내 인구 규모 3위인 플로리다는 높은 통합교육의 비중을 자랑할 만하다.
▲ <사진 1> 플로리다 교육부의 2017년 발표 자료
그러나 이렇게 높은 비율의 물리적 배치가 실질적인 통합교육의 질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여론이 미국에서도 존재한다. 장애학생이 일반 교실에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수업의 참여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 참여를 위한 인적, 물적 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학교와 장애학생의 부모가 법적으로 다투는 일이 적지 않으며, 일반학교의 제한된 장애학생 지원에 한계를 느껴 장애학생만 등록 가능한 사립학교를 찾는 학부모들도 있다. U.S.NEWS에서는 지난 10월 8일자 기사를 통해 학습장애학생의 학부모들이 연간 5만 달러의 학비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녀를 학습장애 전문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4). 이러한 논쟁 속에 통합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교육행정가와 교사, 교육 단체의 움직임 또한 존재한다.
플로리다 교육부에서는 일반학급에 배치된 장애학생의 실질적 통합을 위해 2013년 통합교육 관련 법령을 제정하였다. 이는 매 3년마다 모든 교육구와 학교에서 “최선의 실현을 위한 통합교육 평가(BPIE Assessment-Best Practice in Inclusive Education Assessment)”를 실시하도록 한 것으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플로리다 법령 1003.57(1)(f)5)
플로리다의 각 교육구와 학교는 3년에 한 번씩 FIN(Florida Inclusion Network)의 촉진자와 함께 BPIE(Best Practices in Inclusive Education) 평가를 완료하고, BPIE 평가 결과에 특수교육 정책 및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단기 및 장기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BPIE는 교육구와 학교 수준에서 통합 교육의 실제를 분석하고, 구현하고, 개선하기 위해 설계된 내부 평가 과정이다.
BPIE 평가는 이름 그대로 통합교육이 최선의 실현을 이뤄내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3개의 영역(의사 결정, 교수 및 학생의 성취, 의사소통과 협동)과 3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학교와 교육구는 “직원 채용 면접에서 통합교육에 대한 지식 및 신념을 평가한다”, “장애학생과 비장 애 학생 간의 긍정적이고 상호의 존 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자원을 제공한다”, “모든 학생과 가족에게 동일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와 같은 항목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 내부 평가를 진행하여 결과를 보고한다.
평가과정에는 내부 직원뿐 아니라 평가를 개발한 기관인 핀(FIN)의 직원이 참여하며, 결과 보고서에는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장단기 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
BPIE를 개발하고, 평가 과정에 참여하게 되어 있는 핀(FIN)은 플로리다 통합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개설된 기관이다. 플로리다 교육부의 특수교육부서(Bureau of Exceptional Student Education)에서 자금을 지원하며,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학습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다. 핀은 플로리다 통합교육 네트워크(Florida Inclusion Network)의 줄임말로 특수교사와 장애학생의 가족들이라면 홈페이지(https://www.floridainclusionnetwork.com)에 방문해볼 만하다.
핀(FIN)의 홈페이지에는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자료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BPIE 평가의 전체 항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장애학생의 통합을 위한 과정별 전략, 팀 티칭 수업전략 등을 제공한다. 수록된 자료 중 일반교사와 특수교사가 통합교육 환경에서 지켜야 하는 말하기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 있어 소개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을 번역문과 함께 두었다.
▲ <사진 2> 플로리다 통합교육 네트워크 홈페이지
▲ <사진 3> 핀(FIN)에서 제공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말하기” 사례
수치만으로는 더없이 이상적인 미국의 통합교육도 나름의 한계와 논쟁거리들을 가지고 있다. 핀(FIN)의 홈페이지 자료 중에는 학교에서 자녀의 일반학급 수업을 늘리기 어렵다는 의사를 보일 때 부모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문서가 존재하기도 한다. 높은 통합교육 비중을 자랑하는 플로리다에도 모범 사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통합학급의 수, 학생 배치, 수업 시수 등 수치만으로는 보장할 수 없는 실질적 통합의 실현을 위해 질적 평가를 법제화한 플로리다 교육부의 노력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 최선의 통합교육을 추구하고 있는 과정에서 그들의 시도가 최선의 결과로 이어지고, 그것이 우리의 가야 할 길에도 훌륭한 안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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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기준으로 함. 미국 교육부 IEDA 618 섹션 공개 자료 참고.
(https://www2.ed.gov/programs/osepidea/618-data/state-level-data-files/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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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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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플로리다 교육부 발표 자료
(http://www.fldoe.org/core/fileparse.php/5306/urlt/IOSD111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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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ing Private Schools for Learning Disabilities”, U.S.News.
(https://www.usnews.com/education/k12/articles/exploring-private-schools-forlearning-dis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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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flsenate.gov/laws/statutes/2013/10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