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 [독일] 특수학교와 일반학교가 통합되다 : 독일 베를린의 ‘경계 없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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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1 WINTER
제28권 4호
(vol. 124)
월드 리포트

특수학교와 일반학교가
통합되다 :
독일 베를린의
‘경계 없는 학교’

민세리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재활특수교육학 박사과정)
2019년 8월 한국의 특수교사팀과 함께 베를린의 어느 중도중복장애 특수학교를 방문하였다. 당시 학교는 이전 준비에 한창이었는데 드디어 올해 8월에 이전을 마쳤다. 그리고 ‘경계 없는 학교’(Schule ohne Grenzen)라는 독일에서도 거의 전무한 통합교육 프로젝트의 문이 활짝 열렸다. 독일에는 통합교육을 위한 다양한 모델학교가 운영 중인데, 그 대표적인 예로 ‘경계 없는 학교’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 소개
베를린 근교 슈판다우에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요하네스슈티프드(Evangelisches Johannesstift)라는 소위 종합복지타운이 있는데, 이곳에는 2개의 학교가 인접해 있다.
아우구스트 헤르만 프란케 슐레(August Hermann Francke Schule, 이하 AHF 학교)는 중도중복장애 특수학교로 초등부(1~6학년), 중등부(7~10학년), 직업훈련부(11~12학년)로 구성되어 있고, 베를린 교육과정의 <특수교육 중점: 지적 발달>을 기초로 한다. 슈판다우 기독교 학교(Evangelische Schule Spandau, 이하 ESS 학교)는 일반학교로 초등부(1학년~6학년)와 중등부(7학년~10학년)로 구성되어 있고, 베를린 교육과정의 초등부와 중등부를 기반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두 학교는 하나의 공통된 비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계 없는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다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사진 1> 경계 없는 학교(Schule ohne Grenzen) 로고


서로 다른 학교가 만난 ‘경계 없는 학교’ 프로젝트
AHF학교와 ESS학교는 이미 2009년부터 각자의 건물에서 공동 프로젝트 및 공동 수업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그러나 두 학교 합쳐 2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지속 가능한 통합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교 건물이 필요하였고, 이에 2018년에 학교 신축 공사에 착수하여 2021년 8월에 전교생 260명이 새 건물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였다. 각 학교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 지붕 아래에서 통합교육을 실현하는 일명 ‘경계 없는 학교’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두 학교의 초등 1~6학년만 통합교육을 받고 있지만 향후 중등 7~10학년에도 통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와 베를린 기술대학교의 학술적 지원을 받는다. 사실 특수학교와 일반학교가 만나 통합교육을 실현하는 예는 독일에서 그리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경계 없는 학교’가 독일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만의 특별한 공간 및 교육 콘셉트와 노하우 때문이다.


‘경계 없는 학교’의 공간 콘셉트
‘경계 없는 학교’ 건물은 <사진 2>에서 볼 수 있듯 1층짜리 정방형 건물 4채가 하나로 이어진 형태이다. 넓은 녹지 공간과 놀이터, 운동장이 건물 전체를 에워싸고, 건물 3채 중앙에는(녹색으로 표시된 부분) 테마 정원과 휴식 공간이 있다. 정원이 없는 건물 1채에는 교무실, 행정실, 강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AHF학교 구 건물 역시 중앙에 마련된 휴식·놀이 공간이 각 교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수업에 어려움이 있거나 휴식이 필요한 학생들은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교육 콘셉트가 반영된 결과였다. 소위 부적응 행동이 있는 학생들을 억지로 교실 안에 두지 않고, 오히려 교실 밖에서 수시로 휴식을 취하며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건물 3채에는 AHF학교 학급과 ESS학교 학급 그 사이에 통합학급이 배치된 형태로 교실들이 나열되어 있다. 통합학급에는 ESS학교 재학생 24명과 AHF학교 재학생 6명 정도가 함께 수업에 참여한다. 통합학급 교실은 방과후활동 시간에도 적극 활용되는 공간이다.
또한 교내 치료실과 화장실에는 장애인용 리프터가 총 4대 설치되어 있어 교사나 보조인력의 신체적 부담을 경감해 준다.

<사진 2> ‘경계 없는 학교’ 도면.
<사진 3> 건물 중앙에 마련된 정원과 휴식 공간

<사진 4> ‘경계 없는 학교’의 특수학급-통합학급-일반학급 배치 모습


‘경계 없는 학교’의 교육 콘셉트
‘경계 없는 학교’의 교육 콘셉트는 지식 전달 외에도 학생의 인성 발달, 특히 사회성 발달(팀협력, 갈등해결능력, 배려심과 이해심 발달)에 중점을 둔다. 통합학급에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하는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모임: 8시 45분~9시
개별 휴식 프로그램: 9시 30분~10시, 11시 30분~12시
통합 수업: 10시~11시 30분
방과 후 프로그램: 15시~17시
통합수업은 학생들이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수준별 학습을 하거나(예: 기하학), 특정 주제에 대하여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예: 세계여행, 계절).
‘경계 없는 학교’에는 교사(초등교사, 중등교사,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학습보조인력, 치료사(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병인이 전문팀을 이루어 학생들을 담당한다. 전문팀은 한달에 한 번 모여 통합 프로그램을 함께 계획하고 준비한다. 통합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 두 학교의 담임교사(AHF, ESS)와 사회복지사(AHF, ESS), 학습보조인력(AHF, ESS), 간병인(AHF)이 모두 참여한다. AHF학교의 경우 장애학생 6~7명당 인력 4명(담임교사, 사회복지사, 학습보조인, 간병인)이 배치된다.


통합교육 성공 노하우
첫째, AHF학교와 ESS학교는 2009년부터 통합교육을 시도하여 학생과 교사 간의 신뢰와 상호 협력의 기초를 탄탄하게 구 축하였다. 두 학교가 공 동으로 추진한 활동으로는 연극, 요리, 제과 제빵, 스포츠, 학교 축제 등이 있고, 서로의 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점차적으로 늘리며 통합교육의 경험을 꾸준하게 쌓을 수 있었다. 둘째, 두 학교는 수년간에 걸쳐 교사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연수 주제로는 가치 공유하기, 공동시간 구조 구축하기, 통합교육학 및 교수법, 비폭력 대화, 학급경영, 몬테소리 교육학, 팀협력, 통합교육 모범학교 탐방 등이 있었다.
셋째, ‘경계 없는 학교’는 두 학교 간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이고 학교-지역사회 간의 체계적인 연대 속에 운영된다. 그동안 기독교 재단과 베를린 교육청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심도 있는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다양한 형태의 통합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었다. 또한 베를린 주가 주관하는 문화예술교육 육성 차원에서 다채로운 연극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 소재 대학교 2곳과의 학술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3단계로(시작전–시작–시작 이후) 나누어 각 단계의 목표 달성 여부를 분석·평가하여 그 결과를 학교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학교-학교운영기구-학교재단-기독교 재단-교육청-대학교가 함께 손을 잡고 ‘경계 없는 학교’의 발전을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사진 5> AHF학교와 ESS학교 학생들이 공동으로 펼친 연극 공연


앞으로의 과제
물론 ‘경계 없는 학교’에도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가령 아직까지는 두 학교 학생들이 서로 분리되어 아침과 점심식사를 한다. “아이들의 행동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점심 식사를 다 함께 하는 게 목표예요”라고 AHF 학교장은 말한다. 학생들마다 자신만의 속도가 있듯 ‘경계 없는 학교’ 역시 고유의 속도가 있는 법.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하게 원하는 속도로 진행될 수는 없죠.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며 발전해 나가야 해요”라고 ESS 학교장은 강조한다. 2019년 8월 AHF학교에서 실시된 통합수업을 1시간 참관했을 때, 나는 통합교육의 희망을 보았다. 학생과 교사 간의 굳건한 신뢰와 안정된 관계를 느꼈다.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존중받고 서로를 동등하게 인정함을 느꼈다. 학생-교사-학부모-학교-지역사회의 긴밀한 연결 속에 실현되는 통합교육의 숙련된 여유로움을 보았다. 그리고 통합교육이라는 무게를 모든 담당자가 동등하게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아 통합교육의 ‘가벼움’까지 느껴졌다.
온전한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경계 없는 학교’의 모든 계획이 2021년 8월부터 장벽 없이, 제한 없이 실현되기를 응원해 본다.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자료출처
  • www. johannesstift-diakonie.de/teilhabe-paedagogik/augusthermann-francke-schule/schulleben/schule-ohne-grenzen/
  • www. johannesstift-diakonie.de/fileadmin/media/soziales/beh/pdfs/paedagogisches_konzept-schule_ohne_grenzen-ahf.pdf
  • www. tagesspiegel.de/berlin/schule/einzigartige-schule-in-berlinspandau-wir-nehmen-jeden-auf-egal-welche-behinderunger-hat/27563194.html
  • 사진 1, 2, 3, 4, 5 : www.johannesstift-diakonie.de/fileadmin/media/soziales/beh/pdfs/paedagogisches_konzept-schule_ohne_grenzen-ahf.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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