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리스타와의 첫 만남! 10년이 훌쩍
“여기 학생부 ○○○ 선생님인데요. 따뜻한 카푸치노 2잔만 부탁해요”
바리스타를 꿈꾸는 우리 학생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점심시간이다.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 분위기가 나는 교실에서 바리스타의 꿈을 키워가는 우리 학생들의 모습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커피향 가득한 우리 교실로 놀러 오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매력 넘치는 바리스타 학생들을 자랑하고 싶다.
특수교사로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동하는 학교마다 카페 분위기를 만들어 커피 향기 물씬 풍기는 교실에서 통합반 친구들의 바리스타 꿈을 응원하며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교직에 있으면서 본캐인 특수교사이자 부캐인 바리스타가 되어 바리스타를 매개체로 통합수업을 이어온 지 10년이 넘어 간다. 9년 전 이 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소명여자중학교에서 까칠한 여중생들과 소통을 시작하다!
지금 재직하고 있는 소명여자중학교에서 근무한 지는 2년이 채 안되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학생들의 외부 활동에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통합 동아리로 제법 우뚝 선 꿈꾸는 바리스타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10년이 훌쩍 넘은 꿈꾸는 바리스타 이야기는 결코 꿈꾸기만 했던 일이 아니라 이제는 졸업한 특수학급 학생들이 관공서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현실이 되었다.
2021학년도 1학기 장애인의 날 주간 행사를 하며 자치부 학생들과 토론을 하였을 때였다. 매년 외부 강사가 와서 교육하는 것은 솔직히 중학교 친구들에게는 공감이 잘 안 된다고 하였다. 나 역시 학생들의 의견에 공감은 되지만 그렇다고 짜인 교육과정 가운데 장애 공감 프로그램을 끼우기란 현실적으로 많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사실 현실은 학생들의 짜인 교육과정에 장애인권교육을 협조하고 매 학기당 1시간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자치회 친구들과 토론 내용을 토대로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의 장도 열어보고 다가갈 수 있는 노력을 생각하던 중에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교육과정적 통합프로그램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지금부터 커피향이 가득한 목련반의 웃음 가득, 행복 가득한 친구들의 통합 프로그램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꿈꾸는 바리스타로 공감을 시작하며… 첫 로스팅
올해 가장 먼저 시작한 통합 동아리 활동은 로스팅 수업이었다. 로스팅기를 만든 업체 사장님에게 교육을 부탁하였다. 사실 로스팅이 얼마나 손이 가는 일인 줄 생각도 못 하고 추진했다. 그럼에도 우리반 학생들은 로스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고 동아리 학생들도 과학 실험인 양 신기해 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나는 통합 동아리를 운영할 때 일반학생들을 특수학급 학생들을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객체로 보지 않는다. 항상 특수학급 학생들이 익숙할 수 있도록 먼저 수업을 진행한 후 주체가 되어 친구들에게 먼저 아는 척하고 주도하라고 가르친다. 항상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고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바리스타 분야에서는 좀 아는 주체로 나아가길 원해서이다. 친구들과 조를 이루어 같이 불멍도 때려보고 로스팅하는 수업을 보니 사뭇 진지해지는 학생들 모습에 힘이 났다.
✚ 조금은 달라도 괜찮아
무더웠던 지난 7월, 체육대회로 분주한 등굣길 아침에 장애공감 캠페인을 실시하였다. 더운 여름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피켓을 들고 외치는 동아리 학생들을 보니 무척 대견하고 기특하였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 때 특수학급 학생들이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가 무엇인지 출석 코드로 사용했던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는 ‘너 참 잘했다!’, ‘괜찮아!’, ‘예쁘다!’, ‘최고다!’ 였다. 우리 특수학급 학생들이 칭찬과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비단 우리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관심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다를 게 없었다.
마스크를 쓰면서 들어오는 등굣길에 꿈꾸는 바리스타 동아리 학생들은 좋은 말이 담긴 마스크 패치를 하나하나 붙여 주면서 친구들에게 응원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마스크 패치 말풍선에는 힘내자, 행복하자, 사랑해, 스마일 어게인, 괜찮아 잘될거야, 해피 데이 등의 긍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렇게 등교하는 학생들은 서로서로 파이팅해 주었다. 등굣길 학생들에게 달라도 괜찮아! 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친환경 보틀을 주고 또 한 편에서는 피켓을 들고 소리 높여 신나게 외쳤다. ‘오블라디 오블라다’! 담당 선생님께서 ‘오블라디’ 선창하면 학생들이 ‘오블라다!’하고 소리친다. 장애인의 삶은 계속되므로 잠깐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감해 주고 함께 삶이 흐르듯이 끝까지 같이 가고자 하는 것이다. 장애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공감 캠페인으로 등굣길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가슴이 벅찼다.
▲ 장애공감 캠페인
▲ 장애공감 캠페인
▲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외치는 친구들
✚ 학교 축제에서 특수학급 학생들 작품 판매와 바리스타 체험 부스 운영까지
체육대회 바로 다음 날, 우리 학교에는 축제가 있었다. 꿈꾸는 바리스타는 목련반 학생들이 1년 동안 진로시간에 만든 작품 및 바리스타 관련 물품을 제작하여 판매하였고 중앙 로비 자리에서 바리스타 드립백 제작 체험부스를 운영하였다. 축제뿐만 아니라 비즈쿨 페스티벌에서도 바리스타 드립백과 로스팅 원두 판매부스를 운영하였다. 특히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꿈꾸는 바리스타의 주 고객이다. 이날을 기다리고 드립백을 박스로 주문하고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주 단골 고객도 이미 확보하였다. 홍보팀, 판매팀, 교육팀으로 44나누어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였다. 이렇게 판매부스와 체험부스에서 운영한 수익금으로 1년 동안 모으면 제법 큰 돈이 된다. 작년에도 꿈꾸는 바리스타가 벌어들인 수익금 70여만 원 정도를 의료비 결연을 맺은 희망 장애인 직업재활센터에 기부하여 학생들이 함께 값진 보람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함께 웃고 즐기고 공감하였던 디즈니 공감 토크 콘서트
꿈꾸는 바리스타 동아리 주최로 특수학급 학생들과 통합반 학생들이 모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테마를 고민해 보았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한 것을 하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특수학급 학생들은 가수나 배우 등 화려한 직업이 많다. 학생들의 꿈을 위해 학교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게 하고 싶었다.
이번 공감 콘서트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간 유튜브로 진행되었다.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디즈니 뮤지컬 테마로 장애학생 1인과 비장애학생 2인이 함께 진행하는 디즈니 뮤지컬 공감 토크 콘서트가 실시되었다. 사회자와 뮤지컬 배우가 무대 위에서 토크 콘서트를 하면서 디즈니 이야기도 하고 뮤지컬 관련 직업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풀어 나갔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뮤지컬 노래를 선곡하여 뮤지컬 배우 2명이 솔로 또는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 주었고, 사회자들은 중간중간 1학기의 장애인식 캠페인 퀴즈와 더불어 도우미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고 칭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비록 특수학급 학생의 매끈한 진행은 아니었지만 긴장한 특수학급 친구를 도와 양쪽에서 친구들이 마이크도 대어 주고 대사도 받아쳐 주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였다. 사회자는 디즈니 공주 드레스를 입었는데 배우를 꿈꾸는 우리반 학생은 백설공주 옷을 입었다. 뇌병변 학생이라 치마를 좋아하는데 잘 입지 못한 터라 긴 드레스는 자신의 체형도 가려지고 언제 이런 옷을 입어보냐며 좋아하였다. 마지막 엔딩은 뮤지컬 가수, 특수학급 학생들, 통합학급교사, 특수교사가 대표로 다 함께 부르는 노래로 막을 내렸다.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항상 존재감이 부족한 우리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고 무대에 서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하였고 엔딩곡은 가슴이 뭉클했다.
✚ 통합반 동아리-꿈꾸는 바리스타로 함께 공감한다는 것!
통합 동아리를 매년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사실 특수학급 담당교사로서 특수학급 학생들끼리 하는 게 편하지만, 함께 공감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고 의도적으로라도 소통하게 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일을 만드는 교사로 지내왔다. 꼭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기보다 구성원으로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특수학급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 꿈꾸는 동아리 통합 동아리를 시작하였다.
일부러 의도하여 만남을 가지게 하고 바리스타라는 눈에 띄는 직업이 매개체가 되어 일반학생들을 끌어내기에 성공하였고, 인기 동아리가 되었지만 아직도 서로의 소통이 쉽지 만은 않다. 사실 바리스타만 보고 오는 학생들도 있어서 아직은 특수학급 학생들과 자연스런 통합이 그리 드라마틱하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서로 함께 나누고 공감하도록 조금씩 변화되기를 바란다. 장애가 극복해야 하는 아이콘으로 눈물 짜내는 인식교육이 아니라 통합 동아리 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배려하고 화해하고 공감하는 통합교육을 통해 우리 특수학급 학생들은 물론 일반 학생들도 움직이고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바리스타 동아리가 이제는 존재감 넘치는 인싸 동아리로 우뚝 섰다. 한 해를 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통합 동아리를 통해 아주 조금씩 친구들을 곁에서 함께 배려해주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아직 꿈꾸는 바리스타 동아리는 신생 동아리지만 앞으로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