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 전후로 감독님의 인식에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우리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그 말의 무게감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장애학생과 부모님들의 삶을 가까이 지켜보다 보니 “아이보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살았으면 한다는 부모님들의 바람이 전혀 과장이 아니구나, 이게 그분들의 현실이구나. 남겨질 장애자녀를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은 단순한 걱정이 아닌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스템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자녀를 두고 먼저 떠나실 때 두 눈 제대로 못 감을 것 같다고 하시던 말씀이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그런 부분들에 대한 그분들의 걱정과 염려를 공감하게 되며 조금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세상에는 집 아니면 학교, 거의 두 가지 세계밖에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 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는 게 장애학생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상황인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제공되고 있는 학교에서 교육 받을 기회조차도 장애학생에게는 온전히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제가 서울 성북구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요,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역 가까이에 장애인 복지관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발달장애인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작품을 하기 전에는 그런 분들이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분들이 가까이 오시면 저분은 어떤 것들을 좋아할까? 어떤 재능들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부터 생깁니다. ‘다르다’ 혹은 ‘낯설다’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보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먼저 보이고, 지금은 관심의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첫 촬영부터 개봉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촬영을 시작하고 햇수로 4년에 접어들었던 작년에 드디어 아이들이 개교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처음 계획할 때부터 ‘이 작품의 엔딩은 학교 개교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학교가 개교를 해야 촬영이 끝나는 거였는데 개교가 계속 미뤄지면서 작품도 미뤄지게 됐습니다. 당초 제가 예상했던 기간보다 촬영 기간이 길어졌지만 부모님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제일 많이 떠오른 생각은 이 작품을 공개했을 때 부모님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이 작품의 첫 번째 관객이자 가장 중요한 관객이 될 테니까요! 부모님들이 보시고 실망하실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온전히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스스로 제 역량에 대한 의심이 들 때 어려운 고비들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촬영 중 쉽지 않은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지고 공개가 되면 이 작품은 제 품을 떠나 오롯이 일반 관객들이 해석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첫 번째 관객이 되실 부모님들의 반응이 제일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였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고 저도 종종 해 보는 생각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든지 생각을 바꾼다든지 그렇게 영향력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정적인 계기는 안 되더라도 마중물 혹은 디딤돌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듭니다.
‘학교 가는 길’을 보시는 비장애인 관객들이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잘 몰랐던 발달장애인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그분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보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그런 계기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정도는 그런 것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마중물,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모든 감독이 나름의 메시지나 방향성을 갖고 작품을 만듭니다. 그런 감독들의 메시지가 직접적이지 않은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관객으로서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지금 떠오르는 작품으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라는 작품이 떠오릅니다. 이번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맨드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로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입니다. 강렬한 느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고 긴장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로는 빔 벤더스 감독의 ‘제너시스: 세상의 소금’이라는 작품이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작품 활동과 인생 여정을 통해 지구에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분쟁, 환경, 사회적인 이슈들을 천천히 반추해 볼 수 있게 만들면서 마지막으로 생태 환경의 중요성까지 아우르는 굉장히 좋은 다큐멘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