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같이,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해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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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1 Summer
제28권 2호
(vol. 122)
취재 · 글 서미선  
사진 김재이
만나고 싶었습니다

같이,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해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특수학교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에 특수학교가 설립된 건 17년 만의 일이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편견에 맞서 싸웠고, 한 감독은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가 개교하기까지 장애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을 만나 보았다.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을 연출한 김정인이라고 합니다. 「현장특수교육」에서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서 굉장히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학교 가는 길’은 어떤 영화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학교 가는 길’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작년 3월에 서울시 강서구 공립 특수학교로 문을 연 서진학교의 개교 과정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서진학교 개교는 굉장히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설립되고 개교하기까지 마주해야 했던 여러 대내외적인 상황들, 그리고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앞장서셨던 장애학생 부모님들의 행보를 통해서 더불어 산다는 것, 더 나아가 공존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학교 가는 길’을 연출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평소에 저도 장애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거나 감수성이 남다른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서진학교 개교에 앞서 2017년 당시 강서구에서는 총 두 차례의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9월에 있었던 토론회는 장애학생 학부모님들이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던 일부 지역주민들에게 무릎 꿇는 모습으로 여러 매체들을 통해 이슈화되며 소위 ‘무릎 영상’으로 굉장히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7월에 이미 1차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1차 토론회 당시에는 언론에도 많이 나오지 않을 때였습니다. 때마침 짧은 뉴스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제대로 뭘 해보지도 못하고 무산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보고 13넘겼을 텐데 부족하나마 마침 아빠가 되어 부모의 마음을 알아가던 시기의 제게 와닿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이렇게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어려운 부모님들이 계시다니 충격적이기도 하고 계속 여운이 남더라고요. 마침 기사 말미에 2차 토론회가 9월에 예정되어 있다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한번 가보고 싶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출발해 카메라 하나 간단히 챙겨 들고 토론회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현장에서 굉장히 낯선 풍경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무엇보다 혼란스럽다 못해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고성과 비난이 난무하는 현장 속에서 장애학생 부모님들이 또박또박 의연하게 본인들의 의견을 피력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담대한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 가는 길’이 살아가는 환경과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보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마중물,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개봉 전후로 감독님의 인식에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우리 아이보다 단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그 말의 무게감이 그렇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장애학생과 부모님들의 삶을 가까이 지켜보다 보니 “아이보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살았으면 한다는 부모님들의 바람이 전혀 과장이 아니구나, 이게 그분들의 현실이구나. 남겨질 장애자녀를 생각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은 단순한 걱정이 아닌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스템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자녀를 두고 먼저 떠나실 때 두 눈 제대로 못 감을 것 같다고 하시던 말씀이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그런 부분들에 대한 그분들의 걱정과 염려를 공감하게 되며 조금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세상에는 집 아니면 학교, 거의 두 가지 세계밖에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가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학교라는 공간, 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라는 게 장애학생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상황인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제공되고 있는 학교에서 교육 받을 기회조차도 장애학생에게는 온전히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개선책을 찾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제가 서울 성북구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요,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역 가까이에 장애인 복지관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 보면 발달장애인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작품을 하기 전에는 그런 분들이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분들이 가까이 오시면 저분은 어떤 것들을 좋아할까? 어떤 재능들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증부터 생깁니다. ‘다르다’ 혹은 ‘낯설다’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보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먼저 보이고, 지금은 관심의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첫 촬영부터 개봉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촬영을 시작하고 햇수로 4년에 접어들었던 작년에 드디어 아이들이 개교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처음 계획할 때부터 ‘이 작품의 엔딩은 학교 개교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학교가 개교를 해야 촬영이 끝나는 거였는데 개교가 계속 미뤄지면서 작품도 미뤄지게 됐습니다. 당초 제가 예상했던 기간보다 촬영 기간이 길어졌지만 부모님들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제일 많이 떠오른 생각은 이 작품을 공개했을 때 부모님들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이 작품의 첫 번째 관객이자 가장 중요한 관객이 될 테니까요! 부모님들이 보시고 실망하실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온전히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스스로 제 역량에 대한 의심이 들 때 어려운 고비들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촬영 중 쉽지 않은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지고 공개가 되면 이 작품은 제 품을 떠나 오롯이 일반 관객들이 해석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첫 번째 관객이 되실 부모님들의 반응이 제일 큰 고민이자 걱정거리였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고 저도 종종 해 보는 생각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든지 생각을 바꾼다든지 그렇게 영향력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정적인 계기는 안 되더라도 마중물 혹은 디딤돌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듭니다.
‘학교 가는 길’을 보시는 비장애인 관객들이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잘 몰랐던 발달장애인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그분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처해있는 현실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보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그런 계기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 정도는 그런 것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마중물,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모든 감독이 나름의 메시지나 방향성을 갖고 작품을 만듭니다. 그런 감독들의 메시지가 직접적이지 않은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관객으로서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지금 떠오르는 작품으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쓰리 빌보드’라는 작품이 떠오릅니다. 이번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맨드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로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가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입니다. 강렬한 느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고 긴장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로는 빔 벤더스 감독의 ‘제너시스: 세상의 소금’이라는 작품이 떠오릅니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작품 활동과 인생 여정을 통해 지구에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분쟁, 환경, 사회적인 이슈들을 천천히 반추해 볼 수 있게 만들면서 마지막으로 생태 환경의 중요성까지 아우르는 굉장히 좋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인터뷰 사진
‘학교 가는 길’을 통해서 감독님께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사실 작품 안에는 장애 이슈를 향한 차별과 배제, 가난을 향한 차별과 배제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 스스로가 이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를 보면 자신과 조금만 수준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면 먼저 선을 긋고, 벽을 치고, ‘넌 넘어오면 안돼.’, ‘나랑 수준이 안 맞아’라며 밀어내는 경향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 위주로 재편되다 보니 자연스레 비슷한 경제 여건을 갖추고 같은 조건의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는 이들끼리 그들만의 기준을 편성하게 되고, 나와 다르거나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배척하고 배제하며 본인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끼리끼리 어울리려 하는 경향이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은 건 알지만 자신 혹은 그들만의 영역을 박차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야만 이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안전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에 좋은 소리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이웃이 안전해야 나도 안전해지는 것이고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는 그 간단한 법칙을 실천하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학교 가는 길’을 보시고 나서 우리 주변의 공동체, 우리 동네, 우리 이웃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는 장애인들도 있고, 장애를 넘어 각자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시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이 그런 분들에 대해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차기작 예정은 있으신가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차기작은 지금으로써는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아직은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백지상태로 쉬고 싶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고 부모님들하고 같이 무대 행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머님들이 우스갯소리로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학교 가는 길’이 마무리 되었으니, 후속편으로 일자리에 관련된 ‘출근하는 길’도 김정인 감독님이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보다 실력 좋은 감독들이 있으니 다음 편은 그런 분들이 하셔야 하지 않을까? 그분들이 하시면 더 좋은 내용,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기다려보고 정 나타나지 않는다면 제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은연중에는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봉 후에 들었던 여러 가지 평 중에 스스로 ‘좋다’라고 생각되어 기억에 남는 평은 “우리가 한참 학교를 위해 싸울 때는 우리만 있는 줄 알고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항상 김정인 감독님이 함께였다. 모든 현장에 감독님께서 우리와 함께 있었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결코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장애인 부모님께서 해 주신 말이었습니다. 그 말씀들이 저한테 굉장히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제 카메라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분들, 그런 사연들과 다시금 인연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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