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애인 평생교육의 당위성
UNESCO(1985)는 국제성인교육회의(CONFINTEA)가 채택한 ‘학습권 선언’에서 “교육조건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학습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라 천명하며, 이 권리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비문해자 등 여러 이유로 인하여 학습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도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라고 주창했다. 국제연합(UN)에서는 2006년에 192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장애인 권리 협약’을 제정하고, 교육에 대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8341호)을 제정했고, 2008년에는 국회의 비준을 얻어 이 협약에 동참해 오고 있다. 이 협약은 장애인 인권의 핵심인 교육권에서의 차별 철폐를 위해 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교육에서의 “합리적 편의 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을 의무화하고, 특히 장애인이 모든 생애 단계에서 “평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차별 없이” 통합교육과 평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을 위한 평생교육 진흥의 의무(제31조제5항)를 부여하고 있으며, 개인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2007)는 “교육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인권이자 다른 인권들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수단”이라 정의하고, 2016년부터는 장애인 평생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실태조사’, ‘교육시설 설비 접근권 및 정당한 편의 제공 개선’, ‘전달체제 정비’, ‘장애인 평생교육 종사자 양성과 배치’ 등과 같은 주요 정책을 지원해 왔다(김주영, 2017). 또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규정한 ‘장애인의 평생교육 프로그램 진흥과 관계 기관 지원’에 관한 조항을 기존의 평생교육법에 이관함으로써, 장애인 평생교육의 법적 기반을 확립하고자 했다. 그에 따라 2016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되었다. 이렇게 개정된 평생교육법에 따라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임무(제1조) 등 다양한 실질적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에 즈음하여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 “장애인에게 교육은 권리”라고 거듭 천명하고 “모든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동등하게 평생교육을 받을 권리”(제3조)를 가지며, “평생교육을 통하여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 권리를 보장하고,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사회참여를 촉진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제1조)으로 하는 ‘장애인 평생교육법(안)’을 국회의원 47인의 동의를 얻어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2021년 하반기 또는 2022년 상반기 즈음에 제정될 듯한데, 그 실효성을 둘러싼 이견의 해소, 관련 정부부처와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 등 선결 과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법의 제정 취지와 관련하여 그간 가정교육, 학교 교육, 사회교육 등 모든 교육 영역에서 특히 배제되기 일쑤였던 장애인 교육권 보장이라는 당위성이 간과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 장애인 평생교육의 전개
1977년 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관련 법률이다. 이 법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2007)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장애인 평생교육을 명확하게 규정한 최초의 법률이 되었다. 이 법률에 근거하여 교육과학기술부(2007)는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08~’12)’의 주요 과제로서 장애성인 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2010년부터는 ‘장애성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정책 사업을 추진해 왔다(정인숙 외, 2013).
이후 해당 법률에서 규정된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조항은 그 실효성과 적합성, 그리고 구조적 문제 등으로 인해 ‘평생교육법’(2016)으로 이관되고, 그에 따라 개정된 평생교육법은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의무화하였다. 정부에서는 2018년에 동법 제5조에 따른 장애인평생교육 정책 수립·시행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에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설립했다.
교육부에도 ‘장애학생진로평생교육팀’을 설치하여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 확충, 예산 확보, 전달 체제 확립, 맞춤형 프로그램과 접근성 등에서의 저해 요인을 해결하는 데 중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지원 체제 전환과 함께 정부 관련 부처는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18~’22)’, ‘제4차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 ‘제5차 장애인정책 종합계획(’18~’22)’,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18. 9. 국무회의 보고)’, ‘국정과제(51.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20~’22)’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교육부, 2020).
그리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교육청에서는 국가 보조금에서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점(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 이후 총 39건의 실질적 지원책을 담은 장애인 평생교육 조례를 제정했다(김기룡, 2021). 또한 교육부의 ‘장애학생진로 평생교육팀’은 장애인 평생교육 추진 체제를 구축하고 맞춤형 평생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시·도 평생교육 담당관, 국가장애인 평생교육진흥센터, 시도평생교육진흥원 담당자 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과의 연계 체계를 구축했다.
2020년 5월 29일, 17개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을 장애인평생교육 거점 기관으로 지정하여, 교육부와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간 최신 정보 공유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한 장애인 평생교육 네트워크 구축의 첫발을 내디뎠다(교육부, 2020).
국립특수교육원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는 연구와 개발, 교육과 연수, 협력과 지원 등 구체적인 교육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1]에서와 같이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교육부, 2020)의 4대 중점과제와 11개의 세부과제를 추진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센터는 2019년에 처음 실시한 ‘장애인 평생교육 현황 조사’에 이어 2020년에는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 종사자와 학습자를 대상으로 전국 단위의 조사를 실시하여, 결과 분석을 토대로 ‘장애인 평생교육 시설확충’, ‘비장애인과 함께 하 는 프 로그램 참여 기회 확대’, ‘운영기관 직원 및 교·강사의 역량 강화’, 그리고 ‘평생교육의 복지·고용·문화 차원의 포괄적 접근의 필요성’ 등과 같은 정책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국가장애인평생교육지원센터, 2020).
또한, 2020년에 처음으로 5개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지정하고, 2021년에는 15개 도시로 확대 지정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운영 사업은 2019년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추진된 것으로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프로그램 및 접근성 부족 등으로 인해 중졸 이하 학력 장애인이 장애인의 54.4%(전체 국민의 경우 12%)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장애인 실태조사, 2017), 평생교육 참여율 또한 0.2%(교육부, 2019)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사업이 잘 추진되면 이러한 문제적인 상황을 개선하는 모델 사업의 추진, 향후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주민참여예산제도’에 기반한 정책의 수립, 나아가 지역 기업 후원에 의한 장애인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의 마련 등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중점과제
- 1. 장애 친화적 평생학습 환경 구축
- 세부과제
-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조성, 원격시스템 활용 평생교육 지원 강화, 장애인 평생교육 편의제공 지원 강화
- 중점과제
- 2. 장애인 맞춤형 평생교육 지원 강화
- 세부과제
- 장애인 맞춤형 지원 강화,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ㆍ운영 확대, 장애인 문해교육 증진 및 학력인정 체제 구축
- 중점과제
- 3.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기반 강화
- 세부과제
- 장애인 평생교육기관 확대 및 지원 강화, 장애인 평생교육 종사자 및 관계기관 전문성 강화,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체계 구축
- 중점과제
- 4. 장애인 평생교육 체계적 관리 및 정보 제공 강화
- 세부과제
- 장애인 평생교육 체계적 관리 기반 구축, 장애인 평생교육 정보 제공 강화
- ※출처: 교육부(2020).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2020~2022)
▲ [그림1]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 추진과제
3. 제언: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의 쟁점
관련 제도나 정책은 법률의 제정 및 개정으로 귀결되며, 법률은 현상적 문제나 관계자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이자 원동력이 된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중심으로 장애인 관련 현안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약자의 눈’은 2020년 8월 장애인 평생교육의 현상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평생교육법에서 독립된 장애인평생교육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김기룡(2021)은 현행 평생교육법만으로는 장애인 평생교육 현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그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어려우므로 별도의 입법을 통해 장애인의 평생교육권을 권리로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4월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에 47명의 여야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이 발의안의 각 조항은 장애인 평생교육의 현상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미래 비전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 기관과의 협의와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가 선결되어야 그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해당 법률안에서 쟁점이 되는 조항을 중심으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평생교육진흥정책 수립·시행,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 평생교육 임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인력 및 예산 확보 등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제5조).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보조금 지급 대상 사업의 범위와 기준 보조율)는 지역평생교육센터 운영,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운영 등을 국가 보조금 제외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별도의 조례를 제정하여 예산을 확보해 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반 평생교육은 학력인정 평생교육만이 엄격한 교사·교지 소유 요건을 충족할 경우 정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장애인의 경우에는 학력인정 및 학력보완 시설에도 정부보조금을 지원할 때 저학력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문해교육기관에 대한 지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하는 평생교육 기관이라면 인가, 등록, 지정에 대한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할 때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다.
2) 기존의 이원화된 장애인 평생교육 전달체계를 일원화하고, 독립적인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과 전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의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를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으로 승격시켜 기능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이에 근거하여 직간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 수준의 통합형 및 분리형 장애인 평생교육 시설을 확립해야 한다. 즉, 국가 수준에서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제11조), 시도 수준에서는 시도장애인평생교육진흥원(제12조), 시군구 수준에서는 시군구장애인평생학습관(제13조), 장애인평생교육 기관을 각각 설치, 운영함으로써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체계를 완성하고 국가의 교육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개념을 명료화(장애인평생교육,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등, 장애인평생교육기관 등)(제2조)하고, 인정된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에는 관련 시설 및 교재·교구 등을 지원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장애인 평생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배치와 관련서비스 등의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 평생교육사 또는 코디네이터(제20조), 교·강사, 교수학습지원과 의사소통지원 등에 필요한 전문·보조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질 높은 평생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인력과 보조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기 위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격 기준과 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대학 교육과정,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 등과 같은 양성 체제를 이용하거나,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퇴직 교원 등을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통한 양성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장애인 학습자의 다양한 장애 특성 및 요구를 고려하여 보조인력, 이동지원, 보조기기 지원 등으로 편성되는 장애인평생교육관련서비스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제29조).
4) 장애인 평생교육법에서는 복잡한 평생교육 출입문을 개선 하기 위한 일원화된 장애인 평생교육 참여 절차 및 이용 가능한 평생교육기관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통합된 정보 제공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 학습자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개인별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계획 수립과 운영(제28조), 장애인 평생교육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제30조), 장애인 평생교육 교육과정운영 근거 마련(제17조),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홍보 체계구축(제27조), 그리고 장애인 평생교육이 고용, 복지 등과 연계된 ‘학습-일-삶’을 위한 평생학습 지원체계 구축(제19조) 등에 대한 법률 조항의 실효성과 적합성 등에 대한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
바야흐로 평생교육 시대를 맞이하여 교육에서 가장 배제되기 쉬웠던 장애인도 더는 교육과 문화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자신의 욕구와 희망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평생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 환경과 시스템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IoT, AR/VR, 로봇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은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회이자 선물이 아닐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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