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미숙 이번 국내 세미나는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라 실시간 유튜브 방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생방송을 시청해 주셨고, 누적 조회 수가 3,900회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주제 발표를 해 주신 세 분의 이야기에 특수교육 가족들이 함께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분 모두 특수교육과는 조금 다른 영역의 전문가이신데, 세미나에 참여한 소회부터 들어볼까요?
홍영일 전국의 많은 특수교육 관계자들이 미래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특별한 감동이었습니다. 논문 발표처럼 세미나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시청자가 큰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댓글 다는 것을 보면서 교육자로서 연대 의식을 느꼈습니다.
현은령 코로나 이후 대학에서 여러 번의 수업과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진행 하고 참여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발표자만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실망스러웠어요.
하지만 이번 세미나는 달랐습니다. 특수교육 교원뿐만 아니라 예비 특수교사, 학부모, 시도교육청 특수교육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 다양한 분들이 실시간 댓글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질문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이번 세미나는 공학자이자 과학자인 가현욱 교수님, 교육자이자 정서·심리 전문가인 홍영일 교수님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여 영역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가현욱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시청자의 관심과 생생한 열기가 느껴져 제게도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고, 통찰을 주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예정된 발표 시간이 짧아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어요. 앞으로도 제가 특수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즐겁게 참여하고 싶습니다.
금미숙 본격적으로 ‘미래교육’을 이야기 하기 전에, 가벼운 대화부터 시작해 볼까요? ‘미래’라 하면 ‘인공지능’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물건을 사용하시는지, 그 물건을 왜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은령 저는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많은 인공지능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은 생각하지 못한 사이에 제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런 편안함에 길들여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사회에 동화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가현욱 시각장애인인 저는 주로 컴퓨터 시각인식,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일상에서 간단한 문서를 읽어야 할 때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예를 들 수 있겠네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읽어 달라고 할 수 있지만, 또 예전에는 그렇게 했지만 인공지능이 있어 매우 편리하게 문서를 읽고 있습니다.
금미숙 미래의 특수교육 현장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이나 바람을 말씀해 주세요.
현은령 최신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왔습니다.
과거에 누릴 수 없었던 이런 편리함을 가정에서 아이들은 충분히 즐기고 있지요. 학교에도 이런 변화가 동일한 속도와 수준으로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는 쾌적하게 살다가,학교에 갔는데 너무 덥거나 불편하면 당연히 학교에 가기 싫겠죠. 이와 관련하여, 최신 과학기술이 특수교육 현장에 적용되려면 특수교육 전공자만, 뛰어난 기술자만 노력해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연구자에게도 현장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도록 개방한다면 ‘전공자만, 당사자만’이라는 분절된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미술·디자인 전문가는 현장에 필요한 사용자 경험 디자인 기반 보조공학기기나 공간 구성 등을 융합적으로 연구하여 특수교육 현장의 미래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영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는 ‘카카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사람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일상의 행복과 관련된 10개의 질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답변하면, 실시간 행복감에 대한 사람들의 빅데이터가 쌓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사람의 행복을 관리하는 앱을 개발했는데요. 앱(플랫폼)에 가입해서 자신의 일상 사진을 올리면 챗봇의 리액션을 받습니다. 플랫폼 속에서 유저들이 사용하는 모든 것은 데이터가 되어 일상의 행복을 추적·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미래의 특수교육도 장애학생이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어떻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지를 더욱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행복 프로젝트처럼 데이터화 해서 인공지능이나 기술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다만 또 다른 영역, 즉 직관과 감각처럼 본인이 주체적으로 세상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자주 제공해 주고 그런 영역에서 학습경험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앞으로 더욱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기술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간 고유의 영역이 간과되지 않도록 특수교육 현장에서 선도적으로 준비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장애학생이 인간으로서 본연의 성질(인간성)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미래교육이기를 바랍니다.
가현욱 특수교육이 계속 강조해 왔던 개별화교육을 좀 더 효율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편적 학습설계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 구현이 가능해지고, 구현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가 더 이상 학습공간으로 남아있기보다 삶의 공간이란 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평생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미래 사회로 진출하여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연습하고 준비시켜야 하는데, 기존 교육환경은 당장 전달해야 하는 지식의 양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차 산업기술이 현실화되면 학교라는 환경이 조금 더 특별해질 것입니다. 특히 특수교육 현장은 장애영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신기술을 접목하여 장애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요. 미래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견지에서 이런 변화의 종착지는 장애학생이 학교를 나섰을 때, 실제 삶의 공간에 뛰어들었을 때 차별 없이 균형 있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금미숙 미래 특수교육 현장의 물리적 환경(교실, 학교, 지원 등)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가현욱 ‘proactive early adopter (주도적인 조기 사용자)’라는 용어를 빌려와서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 말은, 일반교육은 물론 다른 어떤 분야보다 특수교육 현장이 먼저 변화에 앞장서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과감한 정책적 지원과 적극적 시도를 바탕으로 특수교사가 교수·학습콘텐츠, 물리적·구조적 환경 등 모두 영역에서 proactive early adopter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특수교육이 교육 현장의 ‘비주류’가 아닌, 오히려 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수교육에 통하는 기술이면 모든 사람에게 통합니다. 그게 보편적 설계잖아요. 특수교사나 관계자들이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용해보려고 노력한다면, 미래 사회에 속도감 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은령 저는 ‘지금’에 초점을 두고 변화해야 할 부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게 곧 미래니까요. 일반학교에 가보니 장애학생이 가장 많이 즐길 수 있는 음악, 미술, 체육, 정보, 기술 등의 과목을 특수학급이 아닌 원적 학급에서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통합교육의 효과도 있겠지만, 학생의 개별적인 정서적 특성을 고려하여 좀 더 세밀한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학교에서 일상생활이나 정서 함양에 더욱 초점을 두어 교육한다면 졸업 후 장애학생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브릿지 대학과정을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이 대학 입학 전에 수학 및 과학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것처럼 말이죠. 장애인 특별전형이 많이 늘어나서, 장애학생도 대학교 진학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경로탐색이나 생활 매뉴얼 등을 입학 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와 연계해서 운영한다면 장애학생의 고등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금미숙 현 교수님이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미래교육에서 장애 학생의 정서 함양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홍영일 장애학생의 정서 함양은 함께하는 교사의 마음과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얼마 전 대한민국 트렌드 키워드로 ‘뉴트로(NEWTRO)’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NEW)과 고풍(RETRO)의 합성어지요. 우리 교사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네이티브지만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여 교실을 변화시켜야 하는 사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가 꼭 ‘새로워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콘텐츠의 디지털화에 얽매이기보다는 선생님들 스스로 가장 잘하는,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승부수를 던져보시길 제안합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발달하면서 교사가 이런 테크놀러지의 적용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중압감을 많이 느끼지요. 사실, 최신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교사들은 ‘힘겹게 뒤쫓아갈 것인가, 당장 뭐라도 하면서 이런 흐름을 선도할 것인가’ 질문하게 됩니다.
결국 선도하는 교사를 보면 좋아해서, 즐겁게 참여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선생님들은 자기결정성이 뛰어납니다.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주도하는 사람이지요. “비록 최신 기술 분야는 약하지만 디지털 영역은 IT 전문가의 지원을 받으면 되니, 익숙하지 않은 것에 부담을 갖고 얽매이기보다 내가 잘하는 교수방법에 최선을 다하고 즐기자”라고 결정한다면 미래의 디지털 환경은 선생님들을 충분히 지원해 줄 것입니다. 내가 주체이고, 기술은 단지 나를 도와주는 지원도구라고 생각하면, 기술이 친구처럼 여겨지면서 가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 기술 친화적이자 얼리어답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결정성이 뛰어난 선생님이 행복감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며, 함께 하는 장애학생의 정서도 안정됩니다. 장애학생의 정서 함양을 위해 모든 선생님께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을 ‘친구’로 여기는 마인드 셋을 권해봅니다.
가현욱 저도 동감합니다. 브루너의 지식 체계를 예로 들자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힘든 일입니다. 1~2단계 정도는 인공지능이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교사들은 인공지능이 담당하기 어려운 상위 영역을 촉진하고 지원해 주면서 1~2단계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들의 마인드 셋이 있다면, 그 기반 위에서 교사 본인이 훨씬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들을 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은령 선생님들의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강의 후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특수교사가 ‘미술에 자신이 없다. 예·체능을 못한다’라고 했으며, 예·체능 교과 가르치기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사연수에서도 교육 현장에 필요한 정보기술, 실기 체험중심의 내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교과목을 학생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교과 운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특수교육 현장에서 같은 자원을 가지고도 매우 효과적으로 공간을 구성하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우수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급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그렇게 선도적으로 미래 교육을 위해 공간을 구성하고 애쓰는 특수교사를 격려하고 보상하는 방법도 고민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금미숙 특수교육 현장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소중한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못다한 이야기나 제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현은령 곧 교육과정이 개정됩니다.
지난 기본교육과정 미술 교과서 집필 때 생각했던 것은 ‘왜 특수교육 교육과정을 초·중등교육과정과 유사하게 구성하려고 할까? 꼭 초·중등교육과정 미술 교과서 단원과 동일한 순서, 동일한 분량으로 기본교육과정 교과서를 제작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장애학생이 더 즐기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특화해서 분량도 자유롭게, 교과서 크기도 더 크게 하면 좋을 텐데 왜 규격화를 추구해야 하지?’ 늘 고민이었습니다. 통합교육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임은 알고 있었지만,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 시에는 안정화된 통합교육 기반을 배경으로 특수교육의 특별한 특성을 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장애학생의 개별화된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홍영일 저는 교사라는 직업이 ‘감정노동’ 직업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 특히 특수교사는 더욱 어려운 ‘감정노동’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특수교사는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자주 지치게 되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래교육이 가져다주는 기술적인 혜택을 충분히 누리면서 그 속에서 교사 자신의 행복을 챙겨 봅시다.
마음이 따뜻한 교사, 자기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교사,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교사, 이렇게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마음이 따뜻하고 스스로 행복한 선생님과 함께 하는 장애학생은 당연히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선생님께 자녀를 맡기는 보호자의 마음도 신뢰가 가득할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교육 현장의 기술적인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누릴 줄 아는, 누리려고 하는 마인드 셋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특수교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현욱 일반교육 현장은 점점 특수교육이 지향하는 ‘이상’과 ‘목표’를 따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장애 경감을 위한 특별한 기술적 지원과 발전은 물론 학생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수준을 반영한 개별화교육을 일반교육에서도 차츰 현실화하려고 노력 중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교육의 변화된 모습이 궁금하다면 특수교육 현장에 와 보라.”
금미숙 함께 해 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장애학생의 미래 교육을 위한 그 길에 동행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