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시선에서 성찰하며
저는 3곳의 특수학교에서 전공과 운영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전공과는 학생 취업만을 위한 곳’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물론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전공과에서 ‘취업’ 이외에도 다른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공과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제24조에 따라 자립생활훈련과 직업재활훈련을 포함한 진로 및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공과 교사들은 취업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요구를 가진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생의 배움’이라는 시선에서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풀어낼 이야기는 교실 수업 장면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학생의 배움을 지향하고자 했던 현장 교사의 생생한 시행착오 과정을 담은 것입니다. 이 글이 전공과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에게 현실적 대안과 격려가 되길 바라며, 투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서로의 시선 공감하기
전공과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요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공과에서 수년간 근무하였지만, 학생에게 적합한 진로 정보를 제공하기에 여전히 어려움을 느낍니다. 저와 전공과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에게 맞는 진로를 찾아줄 수 있을까?”, “이 진로 정보가 학생에게 최선의 선택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저는 전공과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선에서 학생 진로교육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안건은 교육환경 구성, 협력적 수업 계획, 개별 상담, 추수 지도, 진로 정보 탐색 등이며, 학생의 진로를 위한 주제라면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 카페 직무 정하기
▲ 학생 시선에서 직무 점검하기
시야 넓히기
제가 근무하는 전공과는 2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년이라는 기간이 길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특수교육을 마무리하며 전환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짧은 기간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적합한 진로 정보를 획득하면, 2년을 채우지 않고 바로 지역 사회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저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선생님들은 지역 특색과 진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 표준사업장, 보호작업장, 장애인복지관, 장애인 취업 사업체 등을 방문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졸업 후 삶과 진로 현황을 직접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학생의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데 기반이 되고, 교사도 진로 및 직업교육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장애인복지관 견학
▲ 장애인 취업 기관 견학
학생에게 직접 물어보기
특수교사는 학생의 개별화된 교육 요구 충족을 위해 노력 합니다. 전공과정에서도 입학 전형 전 학생과 보호자에게 교육 요구를 조사하기도 하고, 학기 중에 학생의 교육 요구를 모아 특별반(예: 바리스타 자격증반,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반 등)을 개설하기도 합니다. 특히 학생 자조모임, 전공과 조회에서 나온 안건을 바탕으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 여가 특별프로그램 운영
▲ 환경보호를 위한 자조모임
실제와 일치되는 교육과정 구성하기
요즘 현장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공과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없습니다. 그래서 전공과 교사들이 학생의 흥미, 적성, 지역 특색, 진로 정보 등을 종합하여 새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의 배움과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는 교육감에게 승인받은 교과 범위 내에서 ‘학급 교육과정’을 작성하여 학교장에게 결재를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 학급 교육과정 표지
▲ 학급 교육과정 내용
학생이 주인공인 교과서 제작하기
우리 학교는 전공과에 재학하는 성인 장애학생을 위해 중 · 고등학교에서 활용되었던 교과서를 다시 쓰거나, 전문교과Ⅲ에 제시된 교과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교과서들은 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성인 학생에게 적합하지 않은 내용도 있습니다. 저와 선생님들은 학생의 교육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교과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학생과 함께 주제를 정하고,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며,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촬영한 후 책으로 완성합니다. 학생들은 자기가 주인공으로 나온 교과서를 흥미 있게 바라보고, 수업에도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직무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로 만들어내긴 어렵습니다. 교과서 제작 과정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학생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 실천하고 있습니다.
▲ 전공과 교과서 표지
▲ 전공과 교과서 내용
상황 중심 수업 실천하기
저는 학교기업이 설치된 전공과에서 주로 근무하였습니다. 수업의 결과물을 판매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 고객들의 주문 요청에 따라 교육과정을 실시간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전공과 교사로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교사들은 이러한 상황도 배움으로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학교 방문객 기념품 전달하기
▲ 교육과정 홍보부스 운영하기
학생 진로 확장하기
전공과 학생들은 졸업 후 어떻게 살아갈까요? 생각보다 취업의 문은 좁습니다. 저와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사들은 학생의 졸업 후 배움도 준비할 수 있도록 복지관 프로그램,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 및 산업체 등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물론 탐색한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복지관 등으로 이동하는 방법, 프로그램 신청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취업에 국한된 것이 아닌 또 다른 진로를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 평생교육 기관 연계 미용 실습
▲ 대중교통 이용 연습하기
학생의 배움이 지속되길 바라며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는 교실 공간에 한정된 것이 아닌, 학생의 배움을 고민하며 수업 상황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Brolin은 진로를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수행하게 되는 모든 일’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이 글이 학생의 배움을 지속하기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작은 지혜가 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전공과가 학생들에게 2년 동안 소외되지 않는 ‘빈틈없는 배움’으로 성공적인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기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
전공과에서 빈틈없는 배움을 지향하는 방법
- 좋아하는 활동사진 고르기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 요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복지관, 장애인 평생교육기관과 담당자와 연계하여 교육과정 설명회를 실시합니다.
- 모의 상황을 설정해도 좋지만, 현재 나타난 상황을 그대로 수업에 활용하면, 학생들이 더욱 쉽게 이해하며 실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