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상계고등학교 교사
열린배움터 홍보영상
특수학교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특수학급에 와보니 특수학교와는 다른 점이 많았다. 교과에 따라 여러 학년이 함께 수업을 하기도 하고 학년마다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학교 안에서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밖 유관기관에 이동해서 수업도 많이 이루어진다. 장애 유형도 다르지만, 장애 유형이 같아도 수준이 달라 학생 맞춤형으로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어떤 학생이 어려워한 부분을 다른 학생에게 걱정되어 강조해서 지도했다간 ‘선생님 저 그거 다 알아요. 저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며 말한다. 수업 시간도 수업 장소도 학생마다 달라서 다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 시간에 학급 공지 사항 전달을 깜빡 놓치게 되면 개별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카톡을 보내야 한다. 특수학급 학생 중 다수의 학생이 선생님과 부모님, 친구들과 카톡을 사용하여 능숙하게 채팅한다.
스마트폰을 유난히 애정하는 1학년 학생이 있었다. 스테이프리(StayFree)라는 앱을 이용해서 일주일 동안 학생이 사용 하는 스마트폰 시간을 살펴보니 놀라웠다. 다른 학생들도 확인해 보니, 대부분의 학생이 평일에는 4~5시간, 학교에 오지 않는 휴일 에는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 사용에 쓰고 있었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아니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하는 디지털 기기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면 디지털 기기를 건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하면 내 수업도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수업이 재미있어지면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신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에 맴돌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을 풀어보고자 했다.
<그림 1> 스테이프리 스마트폰 사용 시간
디지털 기기로 특수학급 수업을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은 선생님들을 열린배움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통합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이소민 선생님은 장애유아의 활동 사진이나 개별화교육계획을 사설 SNS나 유치원 누리집에 탑재하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열린배움터 학급게시판을 활용해서 가정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인천에 소재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지혜 선생님은 특수학급 학생들을 제주도에 있는 특수학교 학생들과 열린배움터 화상수업으로 공동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다. 중학교에 근무하는 이누리 선생님은 스마트 펜을 열린배움터와 연결해서 특수학급 학생들이 통합학급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바쁜 특수학급 일과 중에서도 열린배움터 기능과 연계해서 특수학급 수업에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거꾸로 수업을 열린배움터와 연계해서 운영하고 있다. 화요일마다 진로와 직업 수업이 있는데, 실습 시간이 빠듯해서 매번 수업을 쫓기듯이 마무리하곤 했다. 교실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 일부를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들이 사전에 학습하고 교실 수업에 참여하게 하면, 교실에서 활동 중심 수업을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다.
거꾸로 수업은 말 그대로 기존의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뒤집는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지도한 내용을 가정에서 학생이 혼자 복습하는 게 기존의 방식이라면, 거꾸로 교실은 가정에서 학생이 사전에 학습한 후 교실의 활동 중심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필자는 열린배움터를 거꾸로 교실의 플랫폼으로 활용하였다.
상계고등학교 특수학급에서 실행한 거꾸로 수업 구조는 <표 1>과 같다. 가정에서 학생들은 열린배움터에 접속해서 실습 메뉴에 대한 설명, 사용할 재료, 작업 단계 등 실습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고, 퀴즈 활동을 하면서 사전 학습에 참여한다. 그런 다음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사전에 학습한 내용을 확인하며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한다. 교실 수업을 마치면 그날 학생은 가정에서 실습 내용에 대한 온라인 평가를 하고, 마무리 수업에서 학생이 가정에서 참여한 온라인 평가를 피드백하는 등 열린배움터에서 학생이 수행한 학습 전 과정 및 교실 수업을 돌아보며 실습 결과를 정리한다.
<표 1> 상계고등학교 특수학급 거꾸로 수업 구조
<그림 2> 열린배움터 학생 로그인 화면
<그림 3> 열린배움터 온라인 수업 진도 현황
<그림 4> 학생이 표현한 상징 확인
열린배움터는 사용자마다 직관적인 화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림 2]와 같이 학생이 열린배움터에 처음 접속하면 화면에서 ‘오늘 학습’ 메뉴를 선택해서 교사가 올려준 영상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자유자재로 열린배움터를 사용하기까지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다. 우리 반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은 열린배움터가 앱이 아니라 반응형 웹이기 때문에 매번 크롬 앱을 실행해서 열린배움터를 검색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또한, 열린배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성인도 어려울 수 있는 아이디,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정확하게 입력까지 해야 하다니! 열린배움터까지는 접속했으나 로그인 과정에서 비밀번호를 바르게 입력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비밀번호를 보고 입력하게 해도 학생들은 몇 번 더 시도하다가 포기하며 창을 닫아 버렸다. 고심 끝에 찾아낸 방법은 크롬 앱에서 홈 화면 추가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홈 화면에 열린배움터 바로가기 아이콘을 추가하고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기능을 사용해 학생들은 스마트폰 홈 화면에 있는 열린배움터 바로가기 아이콘을 선택하고 저장된 비밀번호로 간단하게 로그인할 수 있게 되었다.
진로와 직업 외에 다른 교과에서도 사전 학습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이 있다면 유튜브에서 찾아 열린배움터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과연 학생들이 가정에서 열린배움터에 접속하고 사전 학습을 마칠 수 있을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특수학급 채팅방에 사전학습을 했는지 질문을 남겼는데 학생 3명이 ‘선생님 다했어요.’라며 답장을 보냈다. 학생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감동하여 다음 날 잊지 않고 학생들을 칭찬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열린배움터 연수 때 학생마다 온라인 수업(영상 콘텐츠 학습) 진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생각나서,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진도율을 살펴보니 거짓말쟁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 날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 진도율을 보여주자, 성실히 학습한 학생들이 앞장서서 거짓말쟁이들을 찾아냈고 다음부터 거짓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반 학생들은 사전 학습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선생님이 확인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업 혁신이라니 나와 먼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열린배움터로 거꾸로 수업을 실시한 후부터 교실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자신의 컨디션을 열린배움터 의사소통 교육 기능의 상징 도구를 이용해 표현한다. 기분에 따라 교사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으니,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수업 시간에 사전 학습을 한 학생은 아는 내용이 나오자 신났는지 나의 질문에 반응했다. 교사의 칭찬과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이 이 학생에게 쏟아지자 그걸 본 다른 학생들은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사전 학습을 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사전 학습을 충실하게 해 오곤 한다. 열린배움터에서는 교사가 간단하게 퀴즈를 만들어 학생들이 영상을 보고 이어서 퀴즈를 풀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있다. 이 기능으로 학생들이 수동적으로만 학습 콘텐츠를 받아들이지 않고 학습한 내용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열린배움터를 활용해서 사전 학습을 설계하는 게 점점 더 익숙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 열린배움터에서 제공하는 기본 영상이나 유튜브 영상 말고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전 학습 콘텐츠로 활용해 보았다. 이제는 학생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 교사인 내가 직접 만든 영상 콘텐츠, 유튜브에서 찾은 콘텐츠, 퀴즈 등 다양하게 콘텐츠를 구성해 가며 사전 학습을 설계하고 있다.
2024년 2학기에는 우리 반 학생들이 외부 기관에서 직업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생들이 직업 체험에 참여하기 전에 나는 체험 기관에서 경험할 직업 체험 내용으로 학생들이 사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전 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은 오늘은 어떤 직업을 체험할지 어떤 직무를 할지를 알고 있었고, 사전 학습 콘텐츠 중 외부 기관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직업 체험 관련 영상에 나온 선생님을 체험 기관에서 직접 보면 너무 반가워했다. 그리고 사전 학습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이동하는 지하철에서라도 사전 학습을 하게 했다. 언제, 어디서든 학생들은 열린배움터에 접속하면 교사가 만든 학습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온라인 수업의 큰 장점이다.
열린배움터에는 학생이 온라인에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처음에는 평가 문항을 O/X 퀴즈, 객관식 위주로 만들었다. 학생들은 평가에 참여할 때 문제를 잘못 읽거나 문제를 잘못 해석해서 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문제에 사진이나 그림 등 이미지 파일을 넣어 만들기 시작했더니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몰라서 틀리는 경우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교실에서 채점 결과를 칠판에 띄워 보여주니 학생들이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혹시나 다른 친구보다 많이 틀려서 창피해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경쟁심이 생겼는지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열린배움터에서는 교사가 채점 후에도 재평가 기능을 활용하여 학생이 다시 평가에 참여할 수 있다. 점수와 틀린 문제를 알려주면 학생들은 서로 다시 풀겠다고 아우성쳤다. 그리고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문제 다시 풀었다고 채점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는 학생도 있었고, 자기 성적이 오르는 것을 보며 자랑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이 사전 학습에 참여하는 모습
금요일마다 특수학급 1, 3학년 학생들은 라탄 공예를 배운다. 작업실에서 3학년 학생 정우가 라탄 텀블러 가방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일 학교에 가져오는 텀블러에 딱 맞는 텀블러 가방을 만들고 싶어 했다. 마침, 라탄 공예 선생님 유튜브 채널에 라탄 텀블러 가방을 만드는 방법을 담은 영상 콘텐츠가 있었다. 열린배움터에 이 영상을 등록하고 정우에게 알려 주었다. 그랬더니 열린배움터에 접속해 라탄 텀블러 가방을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정우는 영화 예고편 보는 게 낙이었는데. 드디어 라탄 텀블러 가방을 만드는 날이 되었다. 정우는 라탄 선생님에게 텀블러 가방 만드는 영상을 여러 번 보고 왔다며, ‘7줄이 세로 아래로 가고, 8줄이 가로 위로 오고~’라면서 영상 속 멘트를 말했다. 라탄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어떻게 알고 왔냐고 너무 좋아했다.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정우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두려워했었는데, 요즘은 스스로 라탄 공예 선생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서 만들고 싶은 작품을 사전에 보고 수업을 즐기며 작품을 만든다. 정우의 훈훈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이 감동이야말로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수업에 정답은 없지만 열린배움터로 내가 추구해야 할 수업의 방향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모두가 행복한 수업을 만들러 열린배움터에 접속해 본다.
완성된 라탄 텀블러 가방
선생님께서 수업 준비하면서 학생들이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찾으면 열린배움터 온라인 수업에 넣어 주세요. 학생들은 언제 어디서든 열린배움터에 접속해서 선생님께서 탑재해 주신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답니다.
학생들과 제가 열린배움터를 활용한 수업 장면을 열린배움터 홍보 영상에 담아보았습니다. 꼭 시청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