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서현 서울도솔학교 교사
학급자치 회의를 진행하기 전 학급 회장 들끼리 모였을 때 고등학교 학급 회장이 한 말이다. 작년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때 학급자치 회의를 통해 초등학교부터 전공과까지 모든 학생의 의견을 수렴했다. 담임교사에게 학급 자치회의 순서, 주요 안건, 회의록 등 자료를 안내했지만, 학급자치 회의 전에 학급 회장들을 미리 만나 자료에 관해 설명하고 안건의 주요 내용을 안내했다. 학급 회장이 회의 내용을 잘 알아야 자치 회의를 원활하게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휴 학교 규칙 왜 또 바꿔요?”라고 처음에 귀찮아했던 학생들도 “휴대전화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허락받으면 쓸 수 있는 거죠?, 저 공부하고 싶은데 친구가 방해하면 선생님이 다른 교실 데리고 가요?”라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쉬운 자료를 제공했다. 쉬운 자료로 생활규정의 내용을 확인하고 토론을 거친 후 스티커로 찬성 혹은 반대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사전에 학급 회장들을 미리 만나서 안건에 관해 설명하고 학급회의 진행을 연습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렸지만,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그림 자료나 교사의 도움을 통해 적극적으로 학급자치 회의에 참여했다. 학급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도하니 기계적인 동의가 아닌 토론이 되는 학급자치 회의가 진행되었다.
전교 학생회장의 의젓한 개회 선언으로 전교 학생자치 회의가 시작되었다. 전교 학생자치 회의는 최소 학기당 한 번 개최하였다. 전교 학생자치 회의에서는 학급 회장들이 모여 학급 회의 의견을 다시 토의했다. 학급 회장은 학급 회의 사전 미팅, 학급 회의 주관, 전교 학생 회의 참석 등 여러 활동에 참여하며 “차렷, 인사” 구령만 외치던 회장에서 같은 반 학생들의 의견을 알리는 진정한 학급 대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였다. 학급 회장들은 학급회의 회의록을 들고 전교 학생자치 회의에 참석했다. 학생회장이 회의를 이끌고 과정별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학급 회장은 자기 반 회의록을 발표하고 직접 읽기 어려운 학생은 학생 부회장이 대신 읽어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대본만 읽던 학생회장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순서를 미리 준비할 만큼 자연스럽게 회의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반 의견 발표가 끝나지 않았는데 먼저 얘기하려고 하는 학생을 보면 학생회장이 손으로 가리키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기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올해 전교 학생 회의의 주요 안건은 교육활동 보호(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선생님을 존중하는 방법), 우리 학교의 좋은 점, 우리 학교에 바라는 점, 도솔마켓에서 바라는 것으로 총 4가지 안건으로 토의를 진행했다.
전교 학생자치 회의가 끝난 후에는 학생회 임원이 나누어준 간식을 먹으며 학생들끼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식을 먹으면서는 다음 회의에서는 피자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비공식적 회의 결과도 나왔다. 다음번 회의도 스스로 준비하는 아주 민주적인 학생자치회로 거듭나는 중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학생회에서 ‘나라 사랑 퀴즈 대회’를 진행했다. 퀴즈에 나올 내용은 반에서 미리 공부한 후 행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퀴즈는 학생 회장과 학생 부회장이 내고 문제는 반별로 정답을 맞히도록 했다. 1단계 올바른 태극기 그림을 고르는 간단한 문제부터 3단계 건곤감리의 의미를 맞추는 문제까지 학년별로, 단계별로 차이를 두어 퀴즈를 내었다. 학생회장과 학생 부회장은 스케치북에 적힌 문제를 읽고 학생들이 외친 정답이 맞는지 확인했다. 스케치북에 적힌 문제를 더듬더듬 읽으며 문제를 내면서도, 정답을 맞히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답 중 한 글자를 알려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관순 열사’가 정답인 문제에 ‘유관’만 말해도 정답으로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를 내는 학생회 임원과 문제를 맞히는 학생들 모두 즐거운 행사였다.
추석을 맞이해서 ‘학생회를 이겨라!’라는 부제로 학생회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추석이 다가오면 각 반에서 추석에 관한 계기 교육을 진행한다. 반에서 이론뿐인 계기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쉽고 이 기회에 학생회와 함께 즐겁게 추석을 맞이해 보자는 생각으로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제기차기, 윷놀이, 비사치기, 투호 던지기 중 하나를 뽑아 경기를 진행했다. 비사치기의 돌은 학생회 임원들이 만들어 꾸미고 제기의 일부는 끈을 매달아 쉽게 제기를 찰 수 있도록 하기도 하였다. 개인전이 아닌 학급 단위로 학생회 임원들과 겨루도록 하였으며, 종목은 신체적으로 경기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이 뽑도록 했다. “야 내가 중학생이니까 한번 봐줄게!” 학생회장이 큰 인심을 쓰며 중학생에게 투호 던지기 기회를 한번 더 주기도 했다. 상품은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학생회 행사는 학급 단위로 참여하여 전교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학생회 임원들이 행사 준비부터 정리까지 직접 담당했다.
학교 차원의 긍정적 행동 지원의 일환으로 도솔마켓을 열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 또한 학생회 임원들의 역할이다. 도솔마켓은 분기별로 운영하고 학급에서 받은 강화 화폐로 도솔마켓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도솔마켓이 운영될 때 학생회장과 학생 부회장이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도솔마켓입니다”라고 학생들을 맞이하고 학생들의 물건을 직접 계산해 주었다. ‘도디’는 도솔의 디지털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학교 서빙 로봇 이름이다. 우리 학교는 인공지능 활용 미래 교실의 일환으로 서빙 로봇을 구매했다. 학교에 서빙 로봇이 왔다는 소식을 알린 것도 당연히 학생회였다. 1학기 학생회 마무리 인사를 학생회와 서빙 로봇이 같이 진행하였다. 학생회장이 서빙 로봇의 목적지를 입력하고, 서빙 로봇과 함께 교실 앞에 도착하면 학생 부회장이 안내 버튼을 눌러 인사말을 재생시켰다. 도디에서 “안녕 내 이름은 도디야, 즐거운 방학 보내”라는 음성이 재생되면 학생회 임원들이 서빙 로봇에 담긴 젤리를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며 “즐거운 방학 보내”라고 같이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행사 모두 학생회와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회 임원들도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학생자치로 발전하도록 노력하였다.
학교에서 추억 만들기에도 역시 학생회가 앞장섰다. 우리 학교는 도봉산이 보이고 학교 텃밭과 둘레길이 조성된 자연 친화적인 학교이다. 봄에는 학교 곳곳에 예쁜 꽃과 나무들이 가득하다. 3월 봄의 시작을 알리고 학교 주변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봄꽃 사진전’을 개최하였다. 스마트렌즈로 꽃을 검색하여 봄꽃 사전을 만들고 우리 학교 주변 꽃과 함께 예쁜 사진을 찍은 학생들에게는 소정의 상품과 함께 학생회 게시판에 게시하였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포토존’을 만들었다. 학생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공부하고 두루마기와 전통 한복을 입고 태극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핼러윈과 크리스마스에도 포토존을 학생회 임원들과 꾸몄다. 포토존에는 행사에 맞는 의상도 준비되어 학생회에서 꾸민 포토존과 함께 사진을 찍고 게시판에 게시하였다. 크리스마스에는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 산타복을 입고 전교생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여러 행사를 진행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학생자치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 대표는 학생자치회임을 알리고, 교사 주도의 행사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로 변화하고 싶었다. 물론 사전에 교사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존감도 향상되고 교우 관계도 좋아진 것 같았다. 지금도 우리 학교에서 만드는 즐거운 추억은 학생회에서 앞장서서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