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동화 -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새로운 가족을 큰 품으로 안아 주는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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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4 WINTER
제31권 2호(vol.132)

이야기가 있는 동화

정리 편집부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새로운 가족을
큰 품으로 안아 주는 연대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어 연결되고 확장된 ‘가족’ 이야기

‘밤티 마을 마리네 집’에는 성인이 된 영미와 같은 주택 1층에 사는 아이 마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마리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엄마 아빠는 네팔 사람으로, 자신을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처럼 느낄 때가 많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는 마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주 배경 아동과 그 가정을 부정적이거나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인종과 국적을 떠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아픔과 기쁨이 있는지 한 아이의 서사에 주목한다. 여기에 더해 영미와 팥쥐 할머니, 마리, 마리 엄마 리마로 상징되는 소수자들끼리의 연결은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든든한 집이 되어 주는 것으로 나아간다.
이런 연대는 ‘밤티 마을’이라는 공동체로 확대되어 깊고 넓어진 가족의 모습을 보여 준다. ‘밤티 마을’은 마리라는 새로운 가족을 큰 품으로 안아 주는 돌봄을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 마지막에 이르러, 마리가 문패에 ‘밤티 마을 마리네 집’이라고 또박또박 쓸 수 있는 것이다.
‘밤티 마을 이야기’의 힘은 바로 살아 있는 인물들에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이자 곧 내 모습이다. 일상적인 풍경에서 소시민의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 낸 이 연작이 앞으로의 독자들에게도 가 닿을 수 있도록, 인물들 하나하나의 말과 행동을 세심하게 살펴본 작가의 애씀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유명사가 된 ‘밤티 마을 이야기’, 새 옷을 입다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고전 ‘밤티 마을’ 연작 시리즈가 새 옷을 입었다. 출간 30주년을 기념하여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밤티 마을 영미네 집’, ‘밤티 마을 봄이네 집’의 이야기를 변화된 시대 감각에 맞춰 정성스럽게 다듬고 새로운 그림을 입혀 전면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더불어 네 번째 이야기 ‘밤티 마을 마리네 집’도 새롭게 선보인다. 다시금 태어난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물들의 또 다른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이금이 글 · 한지선 그림 · 밤티 출판사

이금이 작가의 ‘밤티 마을 이야기’가 한국 아동문학사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2024년 한국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금이 작가는 한국 아동문학의 르네상스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청소년문학과 소설로도 그 영역을 넓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뿌리는 아동문학에 닿아 있다. ‘밤티 마을 이야기’는 당시의 시대상과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대표작이자, 문학적으로도 길이 남을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