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부 사진. 조인기
윤경찬 안산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 특수교사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안산교육지원청 특수교육 지원 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교사 윤경찬입니다. 그동안 「현장특수교육」을 독자로서 접해왔는데 이렇게 인터뷰 기회가 생겨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비장애인으로 지내다 교통사고로 인해 척수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운동을 좋아하고 잘했기에 축구선수로도 활약하였습니다. 하지만 장애로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던 때 우연히 뉴스에서 ‘휠체어 육상’ 관련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고등학교 2학년 때 ‘휠체어 육상’이라는 종목을 시작하게 되어 대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휠체어 육상선수로 활동하였습니다. 이후 특수교사가 되어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와 관련된 공문을 접하면서 제가 해왔던 육상을 학생에게 직접 가르쳐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는 ‘경험’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뚜렷한 결과를 얻기보다는 대회에 참여하고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만으로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을 계기로 저 역시도 다시 트랙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육상선수를 직업으로 꿈꾸는 학생들을 보며 더 넓고 다양한 경험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1년에 박정호 감독님을 다시 만나 본격적인 운동선수와 특수교사의 겸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선수권 대회,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등 많은 대회를 경험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제4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400m 계주 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와 3위에서 1위로 역전하면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고 휠체어 육상 MVP와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일로 생각지도 못했던 언론 보도도 많이 되고 주변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출근할 수 있었어요. 모니터에 ‘겸손하자’ 라는 쪽지가 있어 다시 한번 ‘겸손’이라는 문구를 새기며 열심히 업무를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이후로 밀려있던 업무들이 많이 쌓여있어 밤낮없이 일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특수교사와 선수로서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잘 해내야 하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훈련 시간 확보’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출근 이전에 새벽 훈련을 하거나, 퇴근한 이후 야간 훈련을 진행하는 등 부지런히 훈련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서 이천 선수촌 입촌도 중요한 부분이기에 작년에는 금요일에 퇴근한 이후 이천 선수촌에 들어가 훈련을 진행하고 일요일 오후에 훈련이 종료된 이후, 다시 안산으로 오는 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육체적, 심리적으로 많은 피로가 쌓였지요. 평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업무를 처리 하는 고된 사이클이다 보니 힘든 나날들이 연속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 의식과 의지가 있었기에 잘 버틸 수 있었고 결국은 주변 동료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대회를 잘 치르고 올 수 있었습니다. 항상 동료 선생님 들이 대회를 나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시기 위해 포스트잇을 활용해 응원 문구도 적어주셨던 일화도 기억이 납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많이 지원해 주시고 힘을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사라고 하더라도 장애인 스포츠 분야는 좀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에게는 특수교사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접하기 어려웠던 ‘장애인 스포츠’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인 스포츠와 달리 장애인 스포츠는 같은 종목에서도 장애 영역별, 등급별로 구분된 스포츠 등급이 존재하여 각각 경기가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비장애인 스포츠의 경우, 100m 남자 경기라고 하면 1경기만 치러지는데 장애인 스포츠의 경우, 스포츠 등급으로 구분되어 T53 100m 남자, T54 100m 남자 등으로 구분되어 진행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다 보니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특수교육에서의 경험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 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이나 간접적인 경험 모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특수교사가 자신들의 경험, 장애 당사자의 사례를 통해 장애학생 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롤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저는 특수교사이자 육상선수로서 학생들에게 긍정 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의 대회 출전 경험과 훈련, 노력 등이 학생에게 좋은 영향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국립특수교육원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학령기 교육뿐만 아니라 장애인 평생교육 등 학령기 이후에도 장애인들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제 목표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MVP에 그치지 않고 패럴림픽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것입니다. 내년 2월에 두바이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 예정 이고 앞으로 있을 2026년 아시안 패러게임, 2028년 LA 패럴림픽에도 꼭 출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내용들을 장애학생 들에게 소중하게 전달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