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김해은혜학교 교사
어느덧 세 번째 특수학교. 그간 내 수업을 가만히 떠올려 보니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던 수업, 혼자만 있는 듯 외로웠던 수업, 극한 상황 속에 공중 분해되어 버린 수업, 지뢰밭에 서 있는 것처럼 스릴이 넘쳤던 수업,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수업 등 다양한 수업들이 스쳐 지나간다. 교사가 준비한 만큼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이 특수학교에서는 불가능한 것일까. 가르치는 일이 좋아 교사가 되었지만,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특수학교에서 모두가 행복한 수업을 꿈꾼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수업이 점점 어렵게만 느껴질 즈음에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를 알게 되면서 교사인 내가 의도한 대로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를 적용하면서 내가 원하던 수업이 제자리를 찾았다 싶을 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수업 시간에 무언가를 만들거나 몸으로 움직이는 활동과 같이 학생들이 좋아 하는 활동을 제공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쉽게 산만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요한 개념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의식 수업에 노골적 으로 관심 없어 하는 학생을 어떻게 하면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특히, 2024년은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중학교 1학년 학생을 교과 담당 교사로 만나다 보니 수업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학생 한명 한명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라포를 형성한다면 분명 수업 진행에도 도움이 될 텐데 교과 담당 교사인지라 모든 반을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교과교사인 내가 쉬는 시간이면 어디론가 이동해야 하는 걸 학생들도 이미 아는 눈치다.
공부하기 싫어요!!
올해 2월부터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열린배움터 현장지원단’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현장지원단의 역할은 장애학생 디지털 교육지원 플랫폼인 열린배움터가 현장에서 쓰임새 있도록 수업사례를 발굴하며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어쩌면 열린배움터 현장지원단 활동이 내가 수업하면서 답답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배움터 현장지원단 중에는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나를 포함해서 3명이다. 특수학교라는 근무 환경은 동일하지만 각자 지도하고 있는 교과나 학생의 특성, 학교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열린배움터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공통으로 3명 모두 특수학교에서 교과를 담당하고 있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김해, 서울, 광양에서 근무하고 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열린배움터 화상회의 시스템과 네이버 카페를 통해 청각장애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이현주 선생님은 실시간 화상수업 기능을 통해 학생들과 수어로 소통하면서 보호자가 학교에서 수업한 내용을 가정에서 연계 지도할 수 있도록 자료를 열린배움터로 제공하고 있다.
비장애인 부모의 경우, 청각장애 자녀의 학습 능력이나 역량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관련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다. 지적장애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박민 선생님은 학생들이 신체활동 모델링을 사전학습 영상으로 제공하면서 온라인 챌린지를 접목하여 재미있게 체육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은 학생 1인당 1 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등 디지털 기반 학습 환경 구축에 적극적이다. 이에 발맞춰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디지털 학습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도 디지털 기기에 친숙해하며 특히 태블릿을 사용하는 학습 활동에 적극적이다. 필자는 우리 학교 학생들과 열린배움터를 활용한 수업사례 발굴이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열린배움터 교실기능을 활용하여 수업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기
수업에 열린배움터를 어떻게든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지배적이었던 나머지 3, 4월 수업은 즐겁기는커녕 시행착오의 반복이었다. 열린배움터의 ‘교실수업’ 기능은 교사가 PDF나 웹페이지를 학습자료로 탑재할 수 있다. 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을 하면서 열린배움터 교실수업 메뉴에서 에듀에이블 멀티미디어북 화면을 보여주는 것은 교사 PC에서 동일한 화면을 보여주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순한 상용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 수업을 보며 그냥 교사 PC에서 보여주면 되는 걸 굳이 열린배움터 교실수업 기능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열린배움터 교실수업의 포트폴리오 기능이 떠올랐다. 교사 PC에서는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나의 영상이나 하나의 멀티미디어북 화면을 보여줄 수 있지만 열린배움터는 학급을 개설해서 해당 학급에 배치된 학생들에게 개별 수업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콘텐츠를 차별화해서 배치할 수 있을뿐더러 수업 기록을 통해 누적 관리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열린배움터의 주요 기능을 활용하여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에서 강조하는 과정중심평가를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열린배움터가 나의 수업을 도와주는 든든한 조력자처럼 느껴졌다.
학기 초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5, 6월 수업을 <표>와 같이 디자인하였다. 진로와 직업 교과 성취기준과 미술 교과 성취기준을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뒤 수업 활동은 교실 내에서 교사와 대면으로 하는 오프라인 활동과 열린배움터에 접속해서 하는 온라인 활동을 조합한 블렌디드 러닝으로 구성한 것이다.
Tip 1. 학생이 필요로 하는 다앙한 수업자료 제공하기
학생마다 선호하거나 효과적인 수업자료 형식이 다르다. 열린배움터 같은 교수학습 플랫폼이 없다면 교사는 학생 태블릿마다 다른 자료를 담아서 제공해야 한다. 열린배움터는 교사가 로그인해서 학생별로 자료를 차별화하여 배치할 수 있다.
특히 영상 콘텐츠의 경우 기본적으로 기본 교육과정과 공통 교육과정으로 구분하여 자료가 탑재되어 있고, 교육과정-학교-학년-학기-과목-단원 순으로 선택하면 수업에 필요한 영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올해는 KERIS e학습터에 탑재된 공통 교육과정 영상이 열린배움터에도 탑재되었다. 또한 유튜브와 같이 외부 사이트에 탑재된 영상도 URL로 자료를 등록할 수 있어 매번 수업에 필요한 URL을 따로 검색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에듀에이블 멀티미디어북도 URL 자료 등록 기능을 활용하여 집단 활동으로 함께 살펴보기도 하고 학생 개별학습 활동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Tip 2.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힘 기르기
열린배움터에서는 교실수업 메뉴에서 교사 주도의 전체 학습과 학생 주도의 자습 기능을 제공한다. 이때 학생 주도 자습은 PDF 학습지가 매개체가 된다.
학생의 학습 특성에 맞게 교사가 직접 제작한 학습지를 PDF 파일로 변환하여 MY 콘텐츠로 학생에게 제공하면 학생이 열린배움터에 접속해서 태블릿과 스마트 펜으로 필기를 하면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다. 또한 PDF 학습지를 제공하지 않아도 화이트보드 기능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과 관련된 주제의 그림을 그리거나 직접 글자를 쓰는 등의 개별 활동이 가능하다.
Tip 3. 과정 중심 평가를 간편하게 실시하기
열린배움터에 접속하면 학생은 자신의 학습 결과물을 전체 학습기록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교사도 학습 결과물에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하여 학생과 공유할 수도 있다. 교사가 매번 학습 결과물을 누적 관리하거나 학습 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과정중심평가가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이번 기회에 열린배움터로 한 번 도전해보기를 권한다. 또한 학습 활동 과정과 수업 산출물의 사진을 탑재하는 용도로써 열린배움터 학급앨범을 평가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직접 ‘좋아요’를 누르거나 이모티콘이나 문자로 댓글을 쓰는 등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학생 주도의 평가 활동이 수업 중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ip 4. 중도중복장애 학생의 수업 참여도 신장하기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수업 시간 내내 교실을 배회하는 학생[그림1]에게 열린배움터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지도한 결과,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에 자리에 바르게 앉아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그림2].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학생이 열린배움터에서 수업과 관련된 영상 및 노래를 감상하며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주제로 수업할 수 있도록 시도 중이다. 혹시 교실에 좀처럼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수업에 참여할 의욕조차 없는 학생이 있다면 열린배움터를 수업 도구로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그림1]
[그림2]
Tip 5. 교사의 수업 효능감 신장하기
수업은 학생을 위한 것인 동시에 교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수업을 통해 교사와 학생은 배움을 만들어가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 수업 안에서도 교사도 학생 못지않게 즐거움과 행복을 느껴야 한다.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 막상 교실에서 별 힘을 써보지 못하거나 생각한 것만큼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교사는 불행할 수밖에 없음을, 수업이 재미없어서 시무룩한 학생보다 교사의 마음이 더 무겁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특수학교 교실은 한 발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땅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다.
열린배움터가 모든 교과, 모든 상황, 모든 학생, 모든 교사에게 적용되는 만능 수업 솔루션이 될 수 없지만, 수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인 것은 틀림이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선생님이 열린배움터 안에 있는 다양한 기능을 수업에 활용하면서 수업이 변하고, 학생이 변하고, 자신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의 매력에 빠져 ‘즐거운 배움이 있는 일상수업’을 연구하며 그 결과를 몇 권의 책을 집필한 경험 때문인지 어느새 ‘나홀로’에 익숙해진 나에게 현장지원단 활동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의 의미를 몸소 체험한 것이다. 개인의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성원과 소통·공감·공유하는 열린 배움의 자세를 열린배움터를 통해 배운 셈이다. 열린배움터를 매개로 한 디지털 기반 수업 사례 발굴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작업은 함께 성장하는 경험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열린배움터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학습 플랫폼이므로 학부모도 열린배움터의 사용자가 될 수 있어요.
게시판, 알림장과 같은 기능을 활용해서 학생의 학습 상황을 학부모와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으니 학급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