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 [독일] 독일의 장애인식개선교육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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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2
제29권 1호
(vol. 125)
월드 리포트

독일의
장애인식개선교육
사례 악치온 멘쉬(Aktion Mensch)의
사회통합 캠페인을 중심으로

민세리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재활특수교육학 박사과정)
4년 전 광고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독일 광고가 있다. ‘미래 미션(Mission Zukunft)’이란 제목의 이 광고는 성인의 모습으로 분장한 여러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다채로운 직업군을 연기하는 가상세계 속 장면으로 시작한다. 라디오 DJ, 기업가, 건설노동자, 카페 종업원, 택시 운전사, 회사원, 우주비행사가 된 등장인물들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화성탐사대가 화성에 착륙하는 날,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직업 현장에서 TV와 태블릿을 통해 이 역사적인 순간을 생방송으로 시청한다. 탐사대 일원의 의족이 화성에 닿는 순간, 의족 뒤 배경화면이 현실 세계 속 공원으로 바뀐다. 공원에는 수많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다 함께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광고 멘트가 나온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존을 위해 처음부터 사회통합을(Für Miteinander wienie zuvor. Inklusion von Anfang an)”.
1분 30초 분량의 이 광고는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 신선한 역할 설정(예를 들어 청각장애인 승객이 수어로 매우 다급하게 목적지를 알리자 이를 바로 이해하는 비장애인 택시 기사, 비장애인 손님이 테이블에 팁을 남기자 “고마워요”라며 팁을 챙기는 중증 시각장애인 카페 종업원),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스토리 구성이 인상적이다.
<사진 1> ‘미래 미션’ 광고 관련 사진   ©Aktion Mensch, Kolle Rebbe(에이전시)

‘미래 미션’은 독일 최대 사회복지기구인 악치온 멘쉬(Aktion Mensch)의 2018년도 광고이다. 악치온 멘쉬는 독일 내 장애인식개선교육과 사회통합 캠페인을 진두지휘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참고로 독일의 장애인식개선교육과 사회통합 캠페인은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보다는 민간기구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올해 5월 5일, 우리나라 어린이날이 100주년을 맞이했다. 독일의 ‘장애인 평등을 위한 유럽 시위의 날(Europäischer Protesttagzur Gleichstellung von Menschen mit Behinderung, 이하 ‘장애인의 날’)’이 30주년을 맞이했다.
장애인의 날은 1992년 셀브스트베슈팀트 레벤(Selbstbestimmt Leben)이라는 독일 장애인단체가 장애인 차별금지를 위해 처음으로 지정한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유럽연합 성립을 기념하는 유럽의 날(Europatag)인 5월 5일에 맞추어, 유럽 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장애인의 날을 5월 5일로 지정한 것이다.
악치온 멘쉬는 1998년부터 장애인의 날 행사를 주도하고, 독일 전역의 수천 개 장애인단체와 교육·복지기관을 후원하면서 이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 행사는 악치온 멘쉬의 사회통합 캠페인(Inklusionakampagne)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사회통합 캠페인은 매년 새로운 주제로 실시되는데, 현재까지 진행된 캠페인 주제는 ‘모두를 위한 장소(OrteFürAlle, 2022년)’, ‘리얼 소셜 네트워크(Dasecht soziale Netzwerk, 2020년)’, ‘처음부터 사회통합을 (Inklusion von Anfang an, 2019년)’, ‘미래 미션(Mission Zukunft, 2018년)’, ‘우리 모두 함께(wirgemeinsam, 2017년)’, ‘새로운 친밀함(Neue Nähe, 2016년)’, ‘처음(Das erste Mal, 2015년)’ 등이다.
악치온 멘쉬는 매년 캠페인 주제에 맞는 홍보자료와 교육 자료를 제작하여 무료 배부한다. 장애인단체와 교육·복지 기관들은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학교는 장애인의 날(5월 5일)이나 세계장애인의 날(12월 3일)에 캠페인 자료를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학교 교육 과정에 캠페인 광고 영상을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도 있다.
학교교육과정: 캠페인 광고 영상 활용 예시
교과목 관련 주제 예시
독일어 그림/영상 묘사하기, 배리어프리 의사소통(자막/화면해설 제작하기)
사회 고정관념, 편견, 사회 불균형, 기술혁신의 영향, 사회적 현상(장애)
종교/윤리 인간상
미디어 교육 배리어프리 영상 제작하기

올해 악치온 멘쉬는 사회 전반의 배리어프리 실현을 목표로 ‘모두를 위한 장소’라는 주제로 다양한 홍보자료와 교육자료를 개발했다. 이 중에서 ‘배리어 체크 노트(Notizheft für Barrieren-Checker)’가 단연 눈에 띈다. 총 40장 분량의 배리어 체크 노트는 4개의 투어로 구성되어 있고, 투어마다 총 7장의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다. 보고서에는 그룹명과 투어 경로를 기입하고, ‘누구에게 장애물이 되나요?, 어디에 장애물이 있나요?, 어떻게 하면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안할 점이 있나요?, 이 문제와 관련된 담당자(담당부서)는 누구인가요?’의 5가지 질문에 답하는 공간이 있다. 맨 아래에는 배리어 관련 사진을 붙이거나 메모를 할 수 있다.
<사진 2> ‘배리어 체크 노트’ 표지와 속지

배리어 체크 노트가 장애인의 날에 구체적으로 활용되는 예는 다음과 같다. 포츠담의 어느 장애인단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배리어프리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이론 교육을 실시한다. 이후 학생들은 직접 휠체어를 타고 자신이 정한 지역사회 내 투어 경로에 맞춰 이동하면서 노트를 작성한다. 휠체어 투어 후 다시 모인 학생들은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배리어 프리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척추이분증과 수두증으로 인한 지체장애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장애인의 날 행사는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독일 전역에 걸쳐 활발하게 진행된다. 앞서 언급한 ‘미래 미션’ 광고가 TV와 인터넷에 방영되었을 때, 일부 시청자들은 SNS를 통해 장애인을 향한 부정적인 반응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를 바탕으로 악치온 멘쉬는 그 다음 해에 ‘미래 미션 2탄–현실 쇼크’란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증시각장애가 있는 여자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러자 화면 하단에 페이스북 댓글창이 뜬다. “나도 미래 미션이 하나 있어. 그건 바로 출생 제한!”. 전동휠체어에 앉은 남자아이가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리고 페이스북 댓글창이 뜬다.
“사회통합은 멍청한 짓”. 다운증후군이 있는 남자아이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리고 페이스북 댓글창이 뜬다. “인구 0.1%를 위해 99.9%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 외에도 “나는 우리 아이가 저능아들과 함께 어울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등의 댓글창이 장애학생들의 모습과 겹친다. 그리고 잠시 정적, 이어서 광고 메시지가 뜬다. “우리는 세상의 증오를 모두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증오가 생겨나지 않도록 기여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위 ‘복지 선진국’ 독일에도 장애인, 특히 장애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여전히 존재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광고이다. 독일의 저명한 장애인인권운동가 라울 크라우트하우젠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관련해 어느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은 장애인식개선교육을 한 번 받았다고 해서, 캠페인 홍보물 한 번 봤다고 해서 저절로 깨지지 않아요. 먼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앉고, 웃고, 논쟁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통해 배울 때, 편견이 깨지는 법이에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직접 만나서 함께 해야만 비로소 우리 머릿속 편견이 사라지는 것이지, 머릿속 편견이 먼저 사라져야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악치온 멘쉬가 적극 홍보하듯, 사회통합은 처음부터, 어린 시절부터 온전하게 실현되어야 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놀고, 함께 공부하고, 서로 다투기도 하면서 함께 성장해 갈 때, 장애인을 향한 편견이 깨질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깊게 뿌리 박힌 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모조리 뽑아버리지는 못해도, 적어도 새로운 증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어린 시절부터 사회통합이 실현될 때 ‘장애인식개선교육’이란 인위적이고 다소 불편한 이 단어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교육 현장에서 실현해야 하는 미래 미션, 미래 과제이다.
<사진 3-1> ‘미래 미션 2부-현실 쇼크’ 광고 속 장면들
<사진 3-2> ‘미래 미션 2부-현실 쇼크’ 광고 속 장면들
참고자료
  • https://www.aktion-mensch.de/inklusion/bildung/impulse/inklusion-material/kampagnenfilme
  • https://www.aktion-mensch.de/karte?filter=5mai
  • https://www.zdf.de/gesellschaft/einfach-mensch/aktion-mensch-kampagne-realitaetsschock-100.html
  • 사진 1: https://www.aktion-mensch.de/dafuer-stehen-wir/das-bewirken-wir/kampagnen/inklusionskampagne-2018
  • 사진 2: https://delivery-aktion-mensch.stylelabs.cloud/api/public/content/aktion-mensch-5-mai-2022-notizheft-barrieren-checker-in.pdf?v=2a00f85d
  • 사진 3-1: https://www.zdf.de/gesellschaft/einfach-mensch/aktion-mensch-kampagne-realitaetsschock-100.html
  • 사진 3-2: https://www.aktion-mensch.de/dafuer-stehen-wir/das-bewirken-wir/kampagnen/inklusionskampagne-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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