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희 마음이 궁금해!
매해 이맘때가 되면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학생들도 있고 마음 속을 열어서 들여다보고 싶은 학생들도 있습니다. 화에 사로 잡혀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하고 괴로워하는 학생들, 백 개의 문제를 맞혀도 하나 틀린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해 눈물을 보이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도시의 특수학교에서나 작은 마을의 특수학급에서나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감정 조절, 자발성, 표현력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각각 당시 근무하던 성은학교(성남), 내촌중학교(포천)에서 적용해 보았습니다.
두 학교 학생들의 공통적인 어려움은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제한된 경험이나 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공감 능력에서의 어려움입니다. 둘째, 언어 사용이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입니다. 셋째, 감정 조절 방법이나 감정 인식에 관해 알고는 있는데, 실천하거나 일반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교실 속 예술 활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발달장애학생의 작품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것 모두 예술 안에서는 동등하며 각각의 고유성을 인정받습니다. 정해진 것이 없기에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술은 판단되지 않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도 행복했던 기억도 모두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예술 활동은 학생들이 감정을 자유롭게 발산할 기회를 줍니다. 무언가를 창작하고 자신의 창작물이 인정받을 때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예술 활동이 장애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감정, 인권, 여름, 생태계, 색깔, 사진, 문학 총 일곱 개의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활동에 관련된 세 가지 활동을 구성하였습니다. 첫째, 읽기(Read)활동은 그림책을 읽고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둘째, 그리기(Draw) 활동은 그림이나 음악 등의 다양한 예술 매체로 글을 모르는 학생들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셋째, 살아가기(Live) 활동은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자신이 느낀 바를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내 마음을 느껴 봐: 나의 마음, 우리의 마음
교실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나의 마음을 열고 서로의 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았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 마음도 알기 어려운데 친구의 마음을, 선생님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런 고민에서 시작하여 마음을 열고 느낄 수 있는 교실 속 다양한 활동을 고안해 냈습니다.
그리기 활동에서는 감정 카드를 활용하여 수업을 열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학생들에게 “네 마음이 어때?”하고 물어보면 “좋아요”, “몰라요”의 상투적인 대답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왜 좋은지, 내 마음인데 모르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는 어려운 질문에는 다들 답변을 피하려고들 합니다. 그래서 처음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려는 방법으로 감정카드를 선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마음 어딘가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단순히 ‘싫다’는 표현에서 끝나지 않고 ‘우울하다’, ‘울고 싶다’, ‘억울하다’ 등의 다양한 표현을 활용한다면 내 마음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더 잘 알 수 있겠죠? 학생들은 다양한 감정이 적힌 카드를 찬찬히 살펴보며 진짜 내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감정 카드를 선택한 후에는 ① 내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 그리기, ② 응원의 말 카드를 활용하여 내 감정이나 타인의 감정을 위로 또는 응원하기, ③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재구성한 그림으로 위로의 감정 전달하기 등의 여러 가지 활동으로 이를 확장했습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깊게 살펴보는 일은, 교실 속 우리를 한층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 어떤 위로를 해줄까
▲ 스트레스를 날려버려
▲ 내 두려움을 꺼내 봐
책상에 앉아서 하는 수업만큼이나 교실 속 모든 공간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수업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참지 않고 화나는 마음을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는 학생의 말을 듣고 “그래, 한 번 해보자!”라며 살아가기 활동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멀리하고 싶어 하는 나의 감정이나 부정적인 마음을 신문지에 적은 후, 마음껏 구기고 찢고 던지도록 하였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지켜야 하는 게 참 많은 교실 안에서 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을 온전히 표출할 수 있다는 건 학생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지점이었습니다. 또 내 손으로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음에 크게 희열을 느끼는 학생도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수업이 끝난 후 내가 찢고, 버리고, 날린 신문지와 감정들을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 표현과 수업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너의 색깔은 뭐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는 여러 감정 캐릭터들이 각 감정을 대표하는 색깔로 표현되어 등장합니다. 색깔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빨간색은 극적인 감정을, 파란색은 슬프고 차분한 기분을 주며 초록색은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표지판이나 공간 디자인 등에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5단원 ‘너의 색깔이 뭐니?’에서 색깔과 감정, 향기 간의 관계를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지혜롭게 조절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였습니다. 색깔과 관련된 노래를 개사하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읽기 활동에서는 ‘컬러 몬스터: 감정의 색깔’을 읽고 색깔 바구니 만들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감정을 정리하지 못해 뒤죽박죽되어 버린 컬러 몬스터가 소녀의 도움을 받아 기쁨, 슬픔, 화, 평온함, 무서움의 다섯 가지 감정을 정리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책을 읽고 학생들이 느낀 점 다섯 가지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박스와 클레이로 다섯 가지 색깔에 해당하는 감정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에는 태블릿 PC로 컬러 몬스터를 그린 뒤 출력해서 다섯 가지 색깔로 칠하고 색깔 바구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컬러칩을 색깔 바구니에 넣으며 자신이 어떤 때 그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학생은 “이 빨간색은 제가 선생님께 혼났을 때 화난 거고요. 초록색은 클래식 음악을 들었을 때에요.” 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컬러 몬스터를 뽑으라 하니 빨간 컬러 몬스터가 불같이 화내는 모습을 뽑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터부시되는 감정의 속 시원한 표출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걸까요? 슬픔, 화, 짜증, 섭섭함 등 속상한 감정에 대해 학생들이 솔직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 우리의 기억으로 채운 색깔 바구니
▲ 이 향수는 운동할 때 쓸래요
▲ 신호등 캠페인송 앨범 커버
그리기 활동에서는 색깔과 향기의 공감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로마오일은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이 활동에서는 먼저 아로마오일 하나를 희석하여 향이 퍼지도록 한 뒤 조용한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명상을 마친 뒤 학생들은 ‘마음이 편해졌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수업에 만든 색깔 바구니와 재스민, 라벤더 등 여러 아로마오일에 어울리는 향이 무엇인지 각각 짝짓도록 했습니다. 또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아로마를 두 가지 선택하여 적절한 비율로 공병에 담고 언제 사용할지를 학생들이 직접 썼습니다. 좋아하는 향을 찾은 학생들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좋은 향기를 맡으며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자기만의 향수를 만들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살아가기 활동에서는 색깔과 관련된 노래를 개사하여 신호등 지키기 캠페인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신호등에 대해 알아본 뒤 검정 도화지와 셀로판지로 신호등을 직접 만들고 각 신호가 켜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들이 설명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가수 이무진의 ‘신호등’ 노래 후렴구를 다음과 같이 개사하여 학생들과 함께 녹음하고 캠페인 노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붉은색 불일 때 신호 위반 안 돼-요. 노란색 불일 때는 기다려 주세요. 초록색 불일 때만 건너-가세요. 안전한 교통신호 우리 모두 지키기로 해요.” 개사하기 활동을 하고 나서 학생들은 매우 뿌듯해하며 녹음본을 여러 번 들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특히 교통안전에 큰 관심이 있던 한 학생은 경찰 아저씨께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색깔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쓰임새가 있는지 알아보고 이를 활용하여 삶과 연계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이야기로 수업을 하니, 학생들이 독서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교실에서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교육과정 재구성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