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육 공간을 함께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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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2
제29권 1호
(vol. 125)
스페셜 테마 1

새로운 교육 공간을
함께 꿈꾸어 본다

유 선 욱(부산혜성학교 교사)
1974년에 개교하여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혜성학교는(교장 김진규) 봄이면 벚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낙엽 길로 우리를 초대하는 황령산이 바로 뒤에 있다. 어느 학교보다 푸르른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답답하고 힘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긴 역사만큼 그동안 많은 개축과 증축을 거듭하여 왔기에 세 동의 건물이 모두 다른 나이와 더덕더덕 기운 상처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특별실은 낡았고 학년 팀이 같이 모여서 활동할 만한 다목적 공간이 부족하였다. 2019년 말 교육부 주최 공간 혁신 개선 사업에, 어둡고 습한 현관부터 도서관까지 이어지는 공간, 야외정원이 포함된 가사실과 생활관 등을 복합 학습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주제로 공모하여 교육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 기회가 생겼다.
이에 2019년 겨울방학 전부터 TF팀을 구성하고 여러 개로 팀을 나누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 경남, 광주, 서울 등 공간혁신을 먼저 고민하고 진행하였던 학교들을 방문하였다. 가기 전 해당 학교의 사진 자료 등을 보고, 질문 내용을 미리 준비하는 협의를 하였다. 진행 과정, 어려운 점, 아쉬운 점 등을 듣고 새 학기 준비 연수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전체적인 상황이 그려지지는 않은 상태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모든 학교가 멈춰버렸다.
우리 학교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학교의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교육에 대한 고민을 실험해 온 부산형 혁신학교이다.
2022년 현재 36학급에 교사도 70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 학교이지만, 학교의 중요한 사안은 전체 교사 모임에서 이런저런 제안을 하며 얼굴을 맞대고 함께 결정해 나간다. 초등부터 전공과까지 3~6개의 학급을 묶어 학년 팀을 이루고 각 학년 팀에 6~12명 정도의 교사가 모여 작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책임지고 의논하여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전체 교사 모임이 중지된 상황에서 두 개의 공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지 막막하였다. 더구나 자문가로 오신 교수님이 특수학교 상황 잘 모르겠다며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의견수렴과 정리 과정을 거의 학교에 맡기셨다.
인터넷과 유튜브, 각종 공간혁신 연수와 교육부, 교육청 등 의견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찾았고 여기저기 조언을 구했다. 멋진 사례는 너무너무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 학교, 우리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공간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대부분의 학교 공간혁신은 참여자 설계를 위해 학생들의 공간 활용도에 대한 분석과 요구 사항을 모아 시작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적장애학교인 본교의 특성상 학생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교사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의견을 모으고 소통하기 시작하였다. 첫 다모임의 주제는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간 상상하기’로 해서 팀별로 의견을 모으고 가장 많이 겹치는 생각을 정리하였다. 두 번째 다모임 주제는 ‘모아진 의견을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하기’였다. 교장선생님의 지원으로 통닭과 피자를 걸고 모든 학년 팀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즐거운 상상의 장이 되었다.
1, 2차로 진행된 교사 다모임 모습과 결과물들

그 뒤,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었고, 원격수업에서 ‘학교 만들기’ 라는 수업을 진행하였던 고3과 전공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모형도를 제작하였다. 각각의 다모임과 학생 참여 수업을 진행한 후에는 늘 중앙현관에 게시하여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였고, 모인 의견들이 어떻게 반영되어 가는지 직접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
학생 참여자 설계 수업 및 결과 전시

중앙 현관 게시를 통해 수렴된 의견과 진행 과정 공유

마지막으로 필요한 내용을 구체화하여 설계하기 전에 전체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각각의 수정 제안 사항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였다. 그렇게 모인 의견을 그림으로 최종 제안서를 작성하여 설계팀으로 넘겼다. 그 후 설계 초안 수정, 입찰 진행, 필요한 물품 구입 등 여러 가지 일들이 공사 중에도,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매우 바쁘고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한 해 동안은 새롭게 꾸며질 공간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서 지냈던 것 같다.
설문조사 및 논의 내용 최종 정리

디자인 설계도

그러나 끝나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학년 단체 수업과 특별실 사용은 계속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넓은 창 가득 따뜻한 햇살을 품은 도서관도 학년 다모임과 공동체 활동을 위해 3개의 교실을 연결하여 지어졌던 다이룸실도 대부분의 시간 동안 빈 채로 학생들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22년 5월 현재, 드디어 상황이 달라졌다. 글나눔터는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한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다이룸실은 학년 전체 공동체 활동을 계획한 학년 팀들이 속속 사용 시간을 예약하고 있다. 앞으로 학생들은 글나눔터에 와서 창틀 앞 넓은 턱에 누워 책을 보거나 창밖을 보며 멍을 때릴 것이다. 또한 다이룸실과 이어진 나우누리실에서는 학생들이 여러 가지 부스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장난을 칠 것이다.
나도 이 공간에서 어떤 교육활동이 가능할지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질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늘 머리를 맞대고 수업에 대해,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생각하는 우리 선생님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공간을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으로 바꾸어 놓고 활용할 것이다. 그동안의 아쉬움은 저리가라고 할 만큼 나는 이 공간에 피어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기대된다. 코로나야, 잘 가라!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 한 공간으로 착장 가능한 다이룸실

글나눔터

야외 데크로 통하는 요리 조리실
꿈놀이터

넓은 창과 야외 데크가 있는 글나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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