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만든 공간 또한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며, 학생들이 학교를 다양하게 사용함으로 인해 다시 여러 형태의 공간이 나타나게 된다.
과거의 학교는 과밀 해소를 위해 학교시설 표준설계도에 맞게 지어졌다. 이렇게 학교시설 표준설계도를 바탕으로 지어진 학교는 지역, 학교급 종류에 상관없이 남향의 교사동, 장방형의 운동장, 교실의 방위와 크기 등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1992년 학교 표준설계도 제도는 폐지 되었지만 그 영향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러한 획일적인 학교는 풍부한 상상력, 다양한 자극, 여러 교육적 체험 및 경험을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적 자극이 적은 공간이 된다. 학생들의 창의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 학교 교육내용의 변화와 더불어 학생들이 교육받는 공간의 변화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교육부는 학교 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한 부분으로 학교 공간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개교를 한 우리 학교는 2021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학교 공간의 건축적 멋과 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혁신 공간으로서의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기존에 지어진 획일적인 학교 외관과 다르게 우리 학교는 ㅁ자형 모양의 건물 구조로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지어졌다.
정면에서 바라본 학교 외관의 첫인상은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이 아닌 미술관 혹은 아트센터 같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는 평을 듣곤 한다. 붉은색 벽돌의 외관과 특히 1층에 있는 중앙정원은 다른 학교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고 특별한 모습이다.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더 특색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그 공간들을 배움의 공간, 도전의 공간, 어울림의 공간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 학교 정면 사진
▲ 학교 항공 사진(ㅁ자형 구조)
색다른 배움의 공간
–맨발의 운동장, 파드(PAD ), 복도, 특별실
맨발의 운동장은 학생들의 생태체험교육을 위해 특별히 조성된 공간이다. 사람들은 자기 삶과 맞닿아 있는 범위 이외의 세상에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고, 경험하는 일도 드물다. 특히 장애학생들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아 경험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생태를 직접 체험하고, 여러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맨발의 촉각을 통해 자연의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한 배움의 공간이 맨발의 운동장이다. 책으로 접하는 배움보다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배움은 우리 학생들에게 자연 감수성의 향상과 더불어 창의력의 발달도 가져오게 된다. 맨발의 운동장은 학생들에게 훌륭한 놀이터이자 다양한 감각 및 자연의 생태를 배우는 총체적인 배움의 공간이 된다.
파드(PAD, 건축물에 덧붙이는 여분의 공간)는 학생들의 예술교육 등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각 층 복도에 2개씩 만들어진 파드는 학생들이 음악회, 미술 전시회, 포토존 등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학교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다. 파드는 테라스의 기능도 겸하는데, 두 개의 층을 연결한 오픈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도 있어 학생들이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보통의 특수학교는 한번 입학하면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학습하게 되는데 학생들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과 좋은 추억을 주는 특별한 공간이 바로 파드이다.
▲ 생태 학습장
▲ 파드
▲ 1층과 2층이 연결된 넓은 복도
▲ 이미지에 대한 설명입니다.
넓은 복도는 안전교육 및 질서교육을 배려한 공간이다. 학교에서는 매년 재난 안전대피훈련을 연 2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독립적인 이동 능력이 부족하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하면 많이 당황할 수 있는 장애학생들이 이동하거나 재난 안전 훈련을 할 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 복도는 기존 학교의 복도보다 두 배 이상 넓다. 층별로 다른 색의 마모륨을 깔아 놓아 학생들이 이동 시 각 층의 색을 보고 직관적으로 자신이 있는 곳이 몇 층인지를 알도록 했다. 공간지각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배려해 만들어진 공간인 것이다.
특별실은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잔존 능력을 개발하거나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익히는 공간이다. 우리 학교의 특별실은 다양한 감각 자극 발달을 돕는 스노젤린실과 감각운동실 및 오감 놀이터가 있고, 성인기 자립생활에 필요한 것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여가 생활실과 뷰티실 등이 있다. 단순히 교과서 속의 내용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장애학생들이 살아가면서 직접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체험교육을 특별실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 여가 생활실
▲ ㅁ자로 연결된 넓은 복도
진취적인 도전의 공간–진스빈, 진스키친
우리 학교교육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직업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성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게 만들어진 진취적인 도전의 공간이 진스빈과 진스키친이다. 인간의 삶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장애학생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며 교육을 한다. 초등학교과정에서는 자기이해 및 진로 인식 교육을 실시하고, 중학교과정에서는 다양한 진로 탐색을 교육하며, 고등학교과정에서는 진로 진학 목표를 수립하며, 전공과정에서는 자립생활을 위한 취업 준비 단계로 직업교육 현장실습을 실시한다. 진스빈은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구성된 공간이다. 진스빈을 처음 설계할 때 ‘빽다방’의 자문을 받아 공간을 구성하였는데, 실제 매장과 같은 구성 및 시스템을 도입했다. 장애학생들이 주문을 받고 커피 및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해낼 수 있다는 학생들의 진취적인 기상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 바로 진스빈이다.
진스키친은 학생들에게 제과·제빵교육을 실시하는 공간이다. 한 곳은 빵과 과자를 만들고, 다른 곳은 자신이 만든 빵과 과자를 직접 먹어보고 여러 사람과 함께 품평회를 하는 공간이다. 빵과 과자를 만드는 일은 재료를 양에 맞게 개량하는 능력, 손동작을 이용해 반죽을 적절히 만드는 능력, 오븐을 사용하는 능력 등 여러가지 능력을 요구한다. 이곳 진스키친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제과·제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진스빈
▲ 진스키친
행복한 어울림의 공간–중앙정원, 로비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우리 학교만의 대표적인 공간은 바로 중앙정원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학교의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행복한 어울림이 있는 공간이다. 학교가 ㅁ자형 건물 구조로 되어 있고, ㅁ자 가운데에 중앙정원이 있다. ㅁ자형 건물 구조는 좁은 땅에 공간 활용도를 높여 여러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장애학생이 자신의 교실을 잊어버리더라도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교실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이 중앙정원 안에는 도심 공원 속에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신비한 느낌을 주는 단층 건축물이 있다. 우주선 모양의 단층 건물 주변에는 넝쿨나무들이 중간마다 있고, 또 그 주변에 나선형의 의자들이 있다. 철마다 피는 아름다운 꽃들은 이 공간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아름다움과 행복감을 더해 준다. 우주선 모양의 단층 건물은 가운데 부분의 층고를 높여 소리의 울림이 있도록 하였는데 학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려도 좋은 공간이다. 얼마 전 4월에는 이곳에서 과학의 날 행사를 열기도 해 학생들이 매우 즐겁고 행복한 어울림의 시간을 가졌다.
지하에 위치한 로비는 학생들이 아침에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해 바로 선생님들과 만나는 만남의 광장인 동시에 하교 시 학부모님들과 재회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교사가 학부모님들과 만나는 장소인데, 학교에서 있었던 다양한 상황들을 직접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의 교육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 아울러 학부모님들끼리 서로 만나 학교의 각종 소식과 학생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운 어울림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 중앙정원
▲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로비
우리 학교를 배움의 공간, 도전의 공간, 어울림의 공간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하였지만 사실 학교 공간은 하나의 기능만 하는 곳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공간을 사용하는 목적, 대상, 학생들의 연령에 따라 배움의 공간이 도전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도전의 공간이 배움이 되기도 하며, 배움의 공간이 어울림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학교 공간 사용의 다양함은 학교교육의 혁신과 동시에 학생들의 적응력 향상과 창의성의 발전을 가져온다.
앞으로 지어질 미래의 학교들은 우리 학교보다 더 많은 교육적 자극이 있는 혁신적인 교육 공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