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시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
그러나 아직도 이 코로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더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입니다. 뉴스 보도나 주변에서 코로나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그들의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10살이 된 아이는 ‘코로나 시대’라는 말뜻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스크를 씌울 때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기에 걸려서 아프니까 꼭 써야 해’라고 말해주지만 아이는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심각성을 알지 못하니, 이전과 다른 환경과 생활 방식은 더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왜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을 반복하는지, 학교에서는 왜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놀지 못하는지 아이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 투성이겠지요.
# 모두가 등교를 원할 때 등교가 싫은 이유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 봄, 저는 우리 아이가 잠시라도 마스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감각이 너무 예민한 아이는 어릴 때부터 몸에 닿는 어떤 장신구도 거부했어요. 모자도, 장갑도, 장화도. 심지어 우산도 자기 손으로는 들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크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갈수록 더 까다로워졌어요. 단순한 모양의 순면옷과 신고 벗기 편한 신발 정도만 허용하고, 심지어 자신의 옷뿐만 아니라 늘 자신의 몸에 닿는 엄마의 옷 재질까지도 고르는 예민함의 극치였죠.
이런 아이에게 코로나19라는 상상치도 못한 현실이 닥쳤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어디든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 나와 타인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쓰기가 생명줄처럼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세상이 돼버린 것이죠.
자기 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모자나 장갑도 안 쓰는 아이가 코로나19 시대라고 해서 갑자기 마스크를 쓸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아이가 학교에 간다면, 학교에서는 지침에 따라 아이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고, 아이는 새 학년 새 교실에 적응하기도 전에 마스크로 폭발할 것이 불 보듯 뻔했습니다. 선생님은 또 이런 아이 때문에 얼마나 힘이 드실까요.
그 모습이 그려지니, 등교수업이 여러 차례 연기되는 상황이 엄마로서는 차라리 다행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남들은 아이가 등교를 안 해서 힘들다는데, 우리 집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아이 때문에 등교를 하고 싶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요.
우리 가족이 아이의 마스크 쓰기 연습을 시키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마트에 갈 때면 ‘마스크 없이는 과자를 살 수 없다’고 얘기하고, 마스크를 씌워주면 바로 마스크를 바닥에 던져 버리기를 여러 번. 마스크 쓰기를 강권할수록 아이의 거부감만 더 늘어가니 답답할 노릇이었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아라고 해서 코로나를 피해 가지 않습니다.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요. 아이의 안전과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처럼 연습을 시키려 해도 남들보다 백배 천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답니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개인의 어려움은 어떻게 이해를 받아야 할까요?
지난 봄,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우리 가족은 인적이 드문 숲이나 오름, 바닷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제주 곳곳은 가는 곳 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조금만 야외로 나가면 유채꽃과 벚꽃이 만발해 마음껏 꽃구경을 하고, 새잎이 돋기 시작하는 숲에서 행복한 산행을 즐겼습니다. 코로나로 학교는 가지 못했지만, 제주의 자연은 우리 가족에게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주었어요.
‘올해 최대 30일까지 쓸 수 있는 체험학습을 모두 신청하고 집에 데리고 있을까? 원반에는 가지 않고 도움반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요청을 할까? 그냥 이참에 홈스쿨링을 할까?’ 마스크 쓰는 걱정을 하느라 학교에 보낼 것이 걱정스러웠던 엄마 아빠는 차라리 이참에 학교에 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별별 생각을 고민을 해봐도 해답은 없고, 하루 이틀 등교일이 다가왔습니다.
# 마스크를 쓰기 힘든 친구를 위한 이해도 필요하다
드디어 6월 3일. 아이의 등교일이 다가왔습니다. 마스크를 1초 만에 벗겨 내는 아이에게 땅에 떨어지지 않는 마스크 목걸이를 만들어서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오늘 하루 학교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어떻게 견뎠을까요. 혹은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을까요.
노심초사 하교시간을 기다려 아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학교 건물 밖으로 뛰어나오는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어요. 울먹이며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어머니, 00이가 마스크를 오래 쓰기가 힘들어서, 우리 반 친구들이 더 열심히 마스크를 쓰기로 했어요!”
아이를 배웅하러 온 선생님의 첫마디 말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감사한 배려였어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아이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같은 반 친구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이 문제의 해답을 준 것은 이들이었습니다!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해주시는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를 받으며 등교 개학을 한 아이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등교수업과 온라인수업이 반복되는올 한해 동안 애타게 등교 수업을 기다리고, 학교에 가서는 누구보다 밝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마스크를 못 쓰던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등교 전에는 1초도 마스크를 쓰기 어려워했던 아이의 마스크 쓰는 시간은 5분, 10분씩 늘어나 지금은 30분 이상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의 지도하에 꼭 마스크를 쓰고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면 멀지않은 시간 안에 우리 아이도 마스크를 거부감 없이 쓸 수 있게 되겠지요.
# 마스크 미착용 과태료, 발달장애인은 예외
지난 11월 13일부터 전국적으로 대중교통과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 쓰기가 의무화되었어요.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되는데요, 과태료 부과 대상에 예외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바로 14세 미만의 아 동과 뇌병변 장애, 발달장애 등 스스로 마스크를 쓰거나 벗는 것이 어려운 장애인,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 등입니다. 물론 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책이라서 발달장애아의 부모 입장에서는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코로나 시대,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세상이니 잘 참고 견디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참고 견딤도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릅니다.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코로나19 시대에 적응하고 생활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먼저 살피는 것이 더 필요한 때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코로나19 시대에도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여준 이해와 배려야말로 다 함께 코로나 시대를 현명하게 이길 수 있는 더 중요한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