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
새 학기에 어울리는 단어는 설렘, 기대와 같이 몽글몽글한 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들이다. 하지만 경력이 짧은 나와 같은 교사에겐 그 모든 마음을 합친 단어보다 걱정이라는 두 글자가 더 크게 와닿곤 한다. 평소에 긴장과 걱정이 많은 나는 학창 시절부터 사전에 꼼꼼한 준비를 거치곤 했다. 새 학기를 두려움 없이 맞이할 힘도 결국 준비와 계획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요즘이다. 해마다 쌓이는 경력과는 다르게 매일 새로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아이들과의 일상에서는 특히 3월 초부터 단단히 쌓아 올린 계획이 있어야 흔들림 없이 일 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새 학교로 옮겨와 다시 처음인 양 새롭게 계획을 세우며 지난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려 한다.
함께 모여 그리는 특수학급 풍경화
step1. 조화를 위한 구상하기
조화롭고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무엇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등 구상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풍경화를 그리는 일과 같이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우리는 학생들의 개별화된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게 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더욱 풍성한 경험과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주제 중심 또는 프로젝트 수업을 고려할 수 있다.
특수학급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나는 교육과정과 학급 단위에서 필수로 해야 하는 교육활동을 연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였다. 특수학급에서는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른 수업과 방과후활동, 체험학습, 장애인식개선교육 등 매년 동일하게 진행하는 교육활동이 있다. 이와 같은 교육 활동을 우리의 수업 안으로 가져와 수업이 아이들에게 생생한 삶의 현장이 될 수 있길 기대하였다. 개별 업무로 보이던 것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묶이는 순간,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경험할 수 있다.
조화를 위해 연계 가능한 교육 활동
- 공통/기본교육과정
- 개별화교육계획
- 특수학급 방과후활동
- 장애인식개선교육
- 현장체험학습
- 학교/통합학급 학사 일정
- 아이들의 강점과 약점, 흥미
step2. 세세한 밑그림 그리기
<주제 선정하기>
주제를 선정할 때는 가장 먼저 일 년 동안 이끌어 가고 싶은 우리 학급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내가 뽑은 키워드는 ‘삶이 담긴 배움’, ‘웃음이 가득한 학급’, ‘함께 이끌어가는 학급’이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생각하며 ‘슬로우 마켓’이라는 프로젝트명을 정했다.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는 관찰을 통해 파악한 학생들의 학업적, 행동적 특성, 학교와 학급 실정, 교사인 나의 강점을 함께 고려하였다. 더불어 시골마을에 위치한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을 반영하였다.
아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내며 융화되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주제를 통하여 학교 안에서 모의 지역사회를 경험하고 더 나아가 사회통합, 진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프로젝트 명을 선정한 후에는 구상했던 교육활동들과 연계하여 아래와 같이 하나의 마인드맵을 작성하였다.
- 슬로우 마켓
- 교육과정/IEP - 국어(토의토론, 정보찾기, 실생활 연계 한글교육), 수학(표, 측정, 연산, 화폐), 자기결정
- 체험학습 - 마트, 은행, 음식점
- 방과후활동 - 요리, 미술
- 장애인식개선교육 - 연 3회 마켓 운영
<교육과정 / 개별화교육계획>
학생들의 학습 수행 수준을 반영하여 기본과 공통교육과정을 병행하여 성취기준을 선정하였다. 국어는 기본교육과정 5-6학년군 9단원(정보를 쏙쏙)을 주로 하여 공통교육과정 성취기준과 수학 성취기준을 함께 재구성하였다. 재구성한 교육과정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개별화 교육 계획
| 주제 |
성취기준 |
활동 내용 |
생활 속 정보 찾기 |
6국어02-01 6국어02-04 6국어03-01 |
약봉지(투약 정보) 전단지, 안내문 생활 속 표지판 상품명, 유통기한 |
4수03-05 4수03-08 |
단위(L,ml/kg,g) |
우리 동네 정보 찾기 |
6국어01-02 6국어02-01 6국어02-02 |
장소에 적절한 정보 연결하기 영수증을 보고 구입한 가게 찾기 |
정보 활용하기 |
6국어01-04 6국어02-04 6국어03-03 |
심부름 메모하기 정보 찾아 물건 구입하기 영수증 확인하기 |
정보 활용하기 |
6수학01-11 6수학01-13 |
화폐 교환하기 물건 계산하기 |
마켓 운영하기 |
6국어01-06 6국어01-02 |
마켓 운영 계획 및 운영하기 안내판, 홍보물, 가격표 만들기 |
6수학05-03 4수학01-03 4수학01-05 |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금 정산하기 동전별로 분류하여 표로 나타내기 |
소감 나누기 |
6국어01-05 |
마켓 운영 소감 나누기 |
▲ 마켓 홍보 전단지
<방과후활동>
특수학급에 부여된 수업 시수만으로 재구성된 수업 차시와 마켓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부족한 활동 내용을 보충하고 외부 강사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하여 방과후 강사와 협력 수업을 진행하였다. 요리 방과후 시간을 활용하여 마켓에서 판매할 음식을 만들었다. 판매할 음식은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포장하였으며, 마켓을 운영하기 전날 모두 완성하였다. 방과후 미술시간은 마켓 운영을 위해 필요한 안내문을 만들거나 교실 환경을 꾸미는데 활용하였다.
<장애인식개선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산출물인 마켓 운영을 장애인식개선교육에 활용하였다. 마켓 운영을 통해 비장애학생들은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개별 특성에 따른 강점을 이해하고 상호작용 과정에서 배려와 소통을 경험할 수 있다. 더불어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책임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협동을 위한 배려와 이해를 배울 수 있다. 마켓은 연간 3회 운영하였으며 매회기마다 함께 계획을 세우고 토의하며 여러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다.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일련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학생 주도의 마켓 운영 과정
| 순서 |
학생 주도의 마켓 운영 과정 |
| 1 |
마켓 명칭 정하기 |
| 2 |
판매 물품 및 가격 정하기 |
| 3 |
수익금 활용 방법 정하기 |
| 4 |
판매를 위한 역할 정하기 |
| 5 |
홍보를 위한 계획 세우기 |
| 6 |
마켓 홍보하기 |
| 7 |
가격표, 안내판 제작하기 |
| 8 |
판매 물품 구입 및 만들기 |
| 9 |
판매 물품 정리 및 진열하기 |
| 10 |
물품 판매하기 |
| 11 |
수익금 정산하기 |
| 12 |
수익금 사용하기(기부, 친구초청잔치) |
<특수학급 체험학습>
특수학급 단위의 체험학습을 이용하여 지역사회 기관을 직접 이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직접 마켓을 운영하기 위해서 실제 학교 주변의 마트나 음식점, 카페 등을 방문하였다. 학생들은 체험학습을 통해 서비스의 개념과 필요성을 인지하고, 우리가 마켓을 운영한다면 어떤 규칙과 방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지 함께 의논해보았다. 또한 어떻게 물건을 사고팔며,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조사하였다. 마트나 음식점에서 관찰하고 수집한 홍보 문구, 전단지는 국어 시간에 마켓 홍보 문구나 안내문 작성에 활용하도록 하였다. 마켓을 운영한 후에는 아이들이 얻은 수익금을 정산하고 직접 은행에 가서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거나 저금하는 등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step3. 알록달록 색칠하기
교사가 세밀하게 스케치한 밑그림에 아이들과 함께 알록달록 색칠해나간다. 아이들이 함께 채워나가기 때문에 교사가 생각한 풍경이 아닌 엉뚱한 색이 칠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함께 채워나가기에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사는 계획한 것에 대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욱 순발력 있고 꼼꼼한 교사로 거듭날 수 있고, 아이들은 교사가 의도한 배움과 함께 잠재력을 발휘하며 새롭고 다양한 배움의 길을 밟아나간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걱정 덕에 시작된 나의 계획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얼마 전 퇴직을 코앞에 둔 멘토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걱정 없었던 새 학기는 없었다.’
준비된 교사에게 시작의 두려움과 걱정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여행을 위한 숙소를 예약하며 들뜬 마음으로 여행 날을 기다린 경험이 있는가. 분명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 마음은 그곳에 가 있었다. 이처럼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은 여행을 계획하며 새로운 장소와 맛집을 검색하는 준비 과정부터 시작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 년 코스의 ‘수업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새 학기 준비 과정은 설렘과 즐거움을 동반한 여행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시작이 두렵고 막막하다면 기억하자. 준비 과정에 있는 우리는 이미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