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여기... 우리들도 있었네”
- 예술로 찾아가는 장애이해교육 -

한문주 인천학익여자고등학교 교사

 

“여기... 우리들도 있었네.”는 예술로 찾아가는 장애이해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한 활동의 전시명이다. 올해는 특수학교에서 만난 두 명의 제자와 특수학급에서의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 형식으로 전시기획을 하였다. 이러한 전시를 계속 진행하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예술이 학교교육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자연스런 장애이해교육으로서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점이다. 이 장에서는 이번 전시회를 소개함으로써 예술은 그림이나 만들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일부를 보여주는 역동적이고 통합적인 활동이기도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언어로 적절히 표현하지 못할 때마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 걱정과 좌절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되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균수이야기

사회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균수는 특수학교에서 만난 학생이었다. 전시 기획을 하면서 균수의 집을 방문하니 집 냉장고, 거실 벽면, 현관문이 균수가 그린 그림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동물과 자동차, 기차를 좋아하는 균수는 그림을 그린 후 가위로 오려서 붙이기를 한다. 직장을 다녀 온 후 균수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가장 행복한 시간일거라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자동차 바퀴 하나, 하나까지 세심하게 바라보는 균수가 보는 세상은 따뜻하다. 균수의 섬세함에서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균수는 동물을 잘 그리는데 재학시절 균수 그림에 호주 원주민 Dot기법을 적용하여 벽화 느낌으로 지도하였다. 점은 선이 되었고 선은 물결이 되어 동물들을 따뜻하게 감쌌다. 말이 아닌 그림으로 균수는 소통하고 있었다.

균수 학생이 미술관에서 작품 옆에 서있음

 

꽃을 그리는 꽃보다 아름다운 성미이야기

초임지에서 만난 성미는 손과 발의 움직임이 불편한 뇌병변장애 1급의 학생이었다. 성미에게 처음 붓을 입에 물려준 중2때 그림을 지도하면서 한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끝까지 지도하지 못하면서 희망을 주는 건 더 큰 실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그러나 그건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성미는 느리지만 천천히 그 꿈을 향해 나아갔고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성미가 꿈을 향해 나가는 길을 함께 해 주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을 데려가 주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를 함께 보러가 주었다. 성미는 풍부한 감성의 작가로 성장했다.
“세상은 ‘입으로 그린다’에 주목하지만 나는 ‘그림’으로 세상에 주목받고 싶다.”
성미는 주로 꽃을 그리지만 그 중에서도 ‘해바라기’ 그림이 많다.
“사지가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니까 어릴 때부터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혼자 우두커니 하늘을 올려다 볼 때가 많았는데, 화단에 핀 해바라기도 저랑 똑같은 모습으로 하늘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때 느낀 묘한 동질감이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 됐어요.”

성미 학생이 입으로 작품을 그리는 장면

 

커피를 좋아하는 소녀 커피를 그리다

비주는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특수학급에서 만났다. 1학년 신입생으로 들어온 비주는 작은 목소리에 잘 웃지 않는 학생이었다. 통합교실에 가보면 주머니에 항상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틈나는 시간에 수첩을 꺼내 웅크리고 앉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비주에게 그림은 오랜 기간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된 듯했다. 그림에 숨어있으니 그림으로 학생을 일으키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비주가 그리는 그림은 커피에 관한 것이었다. 비주가 가장 즐거운 시간은 엄마와 커피숍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엄마가 바빠 커피숍에 자주 가지 못할 때는 먹었던 것, 보았던 것을 상상해서 그려요.”
아무도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는 통합반 학생들 속에서 섬처럼 웅크리고 그림을 그려 왔던 비주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부쩍 성장했다. 많은 학생들이 비주의 얘기를 그림으로 들어주었고 그림이 소통의 도구가 되어 주었다.

비주가 미술 작품을 배경으로 서있는 사진

 

실그림 이야기

지금은 졸업을 해서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있는 송희. 그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을 때이다. 햇빛 좋은 어느 날, 송희가 통합수업 체육시간을 마치고 들어와 교실 책상에 엎드리고 있었다.
“...... 무슨 일 있어?”
“아니요.”
엎드려서 대답만 했다. 가만히 엎드린 녀석의 등을 바라봤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들어 벌건 눈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애들은 막 웃는대요.. 난 안 웃겨요.”
“난 안 웃긴데, 애들은 막 웃어요.”
체육시간을 마치고 재잘대며 친구들과 햇빛 속에서 웃고 있는 여고생들이 보이는 듯 했다. 그 뒤에서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고 걸어갔을 녀석도 보이는 듯 했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도움을 주면서 특수학급이라는 교육과정을 고려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활동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손바느질을 통한 예술 활동이었다. 바늘에 실을 꿰어 한땀, 한땀 찢겨지고 터진 곳을 이어 붙이 듯, 바느질은 재생과 복원의 기능이 있고 치유의 힘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인체의 뼈는 총 206개인데 이 중 4분의 1에 달하는 54개가 양손에 있다고 하니 수작업으로 하는 활동이 손기능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까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처음엔 선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듯 하더니 바늘이 실을 따라 그림이 되었다. 바늘과 실이 무언가를 엮고 이어주듯, 우리 학생들과 친구들이 그리고 사회로 탄탄하게 엮어지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학생들의 사진 2편, 물고기와 학생

 

특수학급 근무 5년째, 특수학교와는 달리 특수학급의 우리 제자들은 외로운 섬일 때가 많은 듯하다.
지난해 고3 학생 한명이 수능 시험 전쯤 아주 심하게 입병이나 고생한 적이 있었다. 입술이 부르터서 벌에 쏘인 것처럼 크게 부풀러 있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다음날 특수학급에 내려온 그 학생이 옆 짝과 반 학생들이 “입병 났네. 아프겠다.”라고 걱정했단다.
“선생님, 애들이요. 오늘 제 걱정을 했어요. 입병났다고요. 근데. 전 지난주도 이랬고.. 이번 주도 이랬는데.”
아마도. 수능이 끝나고 옆 친구를 바라봐 줄 여유가 생겼을까?
우린 가끔 항상 있는 것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행복이란 밤하늘에 별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란 말도 있다.

학생들과 미술관을 관람하는 사진

 

"여기... 우리들도 있었네."
누구라도 자신만의 우주가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자신만의소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 나의 제자들에게
예술이 소통과 표현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누구는 붓으로 누구는 실과 바늘로 말을 합니다.

여기, 우리들도 있었다고.

당신이 느끼지 못한 순간에도 항상
가만히 귀 기울이고 기다려 보아주면
꿈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는 우리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전시 팜플렛에 있던 글이다.
입술이 아팠던 우리 학생을 친구들이 2주가 지나서 본건 아닐 것이다.
장애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이 좀 천천히 가는 것, 자신만의 호흡으로 가는 사람을 인정해주고, 지켜봐주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으로 손 내밀어 주는 그런 교육현장이길 희망한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모두가 행복한 수업

지적장애학생을 위한 국악감상 지도방안

동화를 바탕으로 한 역할극과 UCC 제작을 활용한 즐거운 수업시간

여기... 우리들도 있었네


현장특수교육 가을호 제23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칼럼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사
  • 05 톡톡Talk
  • 06 현장투어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 10 특수교육 동정
  • 11 여가+
  • 12 스토리+
  • 13 미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