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부산혜송학교 교사
역할극을 활용한 UCC 제작 수업의 시작
<김연아와 송중기보다 같은 반 코흘리개 친구가 더 좋은 우리 아이들>
“□□□야, 멋진 오빠가 이야기를 들려준대요.”
“△△△야, 멋진 누나 그림이 있네.”
“○○○야, 여기에 예쁜 그림이 있네.”
수업시간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잠시 바라볼 뿐,
이내 관심이 멀어진다.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시아를 주름잡는 송중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김연아 사진으로 만든 이야기자료나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의 우상 뽀로로 그림으로 만든 붙임자료로 열심히 수업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에 십상이다. 졸음을 쫓아가며 밤늦게까지 준비한 학습 자료가 아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날에는 40분의 수업시간이 마치 4시간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이 든다. 가끔은 나의 정성과 노력을 몰라주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섭섭함을 느끼기도 하고 정말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나의 최대 관심사이다.
과자, 노래, 스마트폰, 동화, 놀이 등 많은 것들이 아이들의 관심 대상이 된다. 많은 자료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친구의 모습이다. 교사가 제시하는 예쁜 수업자료를 보다가도 옆에 앉은 친구의 콧구멍을 후비는 행동에 관심을 주고, 매일 보는 50살이 넘은 평범한 친구의 어머니가 보이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런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아이들의 얼굴과 학교에서 늘 보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교과서 그림이나 동화 그림에 합성해서 자료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TV 화면에 친구들의 얼굴과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자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다.
“차○○이다. 차○○도깨비다.”
“낄낄낄낄, 하하하하”
“엄□□, 할아버지다.”
“어어어(선생님을 부르는 말).”
한 손으로 교사를 부르고 한 손으로는 연신 TV를 가리키며 머리에 손을 올려 도깨비 뿔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흉내를 낸다.
쉬는 시간 틈틈히 자신들이 나온 UCC 흉내를 내며, 우드락으로 만든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며 역할극을 한다.
자신들의 모습이 나오는 TV 화면에 집중하고 동화의 흉내를 내며 불분명한 발음으로 열심히 대답하고 동화에 대해 말하고 몸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반응에 수업을 진행하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수업시간이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의 열렬한 반응 덕분에 인터넷을 뒤져가며 할 줄도 모르는 동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UCC라는 것이었다.

역할극을 활용한 UCC 제작 수업의 확대
<우리 반 + 옆 반 + 중고등학교 = 일이 점점 커지네>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에 아이들의 얼굴을 합성해서 간단한 동영상을 만들어서 수업에 활용했다. 아이들은 단지 자신의 얼굴이나 친구의 얼굴이 TV 화면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했고 제시하는 과제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차츰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담임교사인 내가 해마다 담당하는 교과 중 하나가 바로 국어이다. 그리고 학년마다 국어 시간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이야기를 활용한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 따라 하기, 등장인물의 감정 알기, 이야기 내용 기억하기 등이다. 그래서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주 보는 플래시 동화나 전래동화를 찾아 수업에 활용했다. 처음에는 우리 반 아이들끼리만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말을 따라 하고, 행동을 따라 하고, 감정을 생각하며 간단한 역할극을 했다. 그런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약간의 편집을 한 후 UCC로 제작해 수업시간에 활용했다.
동화를 이용해 역할극을 하면 할수록 필요한 소품들이 생겨나고 소품을 만들 시간이 필요했다. 또 역할극 연습을 하면서 표현활동을 익힐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련 교과를 연계하여 미술 시간이나 자율 활동 시간(동아리 시간, 문화예술 시간)에 역할극에 활용할 소품이나 배경을 함께 만들고 동화 속 등장인물의 말투나 몸짓을 따라 하며 표현활동 연습을 했다. 그러자 서툴지만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동화를 역할극으로 꾸미다 보니 점점 등장인물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옆 반 친구들이 함께 역할극에 참여했고, 등장인물이 늘어나다 보니 같은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이 할 수 있는 적절한 말(대사)들을 함께 생각하며 역할극의 대본을 수정했다. 또, 옆 반 친구들과 함께 소품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미술 담당 선생님께 소품 만들기를 부탁하기도 했었다.
역할극에 등장하는 인물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말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적어서 성우 역할을 하는 친구들이 필요했다. 그런데 중증의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이다 보니 말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대사녹음을 부탁했다. 그러다 보니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도 UCC를 찍고 싶어 했다. 이런 식의 흐름이 몇 년 지속하다 보니 배우로, 성우로, 소품을 제작하는 스텝으로 UCC 제작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현재는 학교의 문화인성부 주도하에 동화 UCC뿐 아니라 캠페인 송이나 동요를 UCC로 제작하고, 학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 인성교육선정 도서를 UCC로 제작하여 전교 조회시간에 감상하고 있으며, 수업시간에 학습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반,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슈퍼스타>
모든 아이가 역할극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UCC를 촬영하는 날이 되면, UCC에 출연하는 학생의 담임교사와 실무원 선생님은 카메라 뒤에서 아이들에게 행동을 지시하기에 바쁘다. 촬영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야, □□□야, 여기 보세요.”
“○○○야, 선생님을 보면서 동작을 따라하세요.”
“△△△야, 조용히 좀 해 줄래?”
“얘들아, 얘들아....화난 모습인데 얼굴을 찡그려야지, 웃으면 어떻게 하니?”
아이들의 서툰 발연기와 영상과 따로 나오는 대사, 어설픈 소품, 절대 변하지 않는 카메라 각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겨우겨우 촬영을 마친 후 미숙한 솜씨로 편집한 한편의 동화 UCC이지만 이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와~, ???다.”
“선생님, 선생님….□□□가 TV에 나와요.”
“하하하하, 크크크크”
“우리 ○○○, 연기 잘하네. ○○○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줄 몰랐어요.”
“도깨비 목소리는 누구에요?”
“배경은 누가 색칠했어요? 소품은 언제 만들었어요?
UCC가 상영되는 전교조회 시간이 되면 화면을 통해서 나오는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조회시간이 소란스러워진다. 커다란 화면을 통해 나오는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마치 TV 스타를 보는 듯이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한다. 빅뱅의 뮤직비디오보다는 친구들이 출연한 보잘 것 없는 동요 뮤직비디오나 캠페인 송을 듣고 따라 하는 친구들이 더 많은 곳이 특수학교이다.
담임선생님들은 자신의 반 학생이 하는 연기가 대견하다며 칭찬을 하시기도 한다. 아이들의 어설픈 연기와 역시 어설픈 교사의 편집 솜씨로 만든 한편의 동화 UCC이지만, UCC를 만드는 과정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소품을 잘 만드는 아이, 대사를 잘 생각해 내는 아이, 연기를 잘하는 아이, 소품을 잘 챙겨주는 아이, 성우처럼 대사 녹음을 잘하는 아이 등 숨겨진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한편의 UCC 상영이 끝난 뒤 배우 또는 성우, 스태프로 참여한 학생의 사진이 소개되면 아이들의 어깨는 으쓱해진다. 자신들이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 순간만큼은 유명 영화배우나 가수 못지않은 우리 반, 우리 학교의 슈퍼스타가 된다.
한편의 동화 UCC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낱말을 공부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살펴보고, 말과 행동을 모방한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아이들은 공부하고 성장을 한다. 또 동화 UCC는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돕는 좋은 교재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나 역시 기쁨을 얻고 성장한다.
모두가 행복한 수업
지적장애학생을 위한 국악감상 지도방안
동화를 바탕으로 한 역할극과 UCC 제작을 활용한 즐거운 수업시간
여기... 우리들도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