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세상과의 접속

박경택(구미혜당학교 6학년)

 

박경택학생이 학교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 박경택 학생이 누워서 노트북을 하는 모습

안녕하세요. 저는 구미혜당학교 초등부 6학년에 재학 중인 박경택입니다. 하지만 저는 20살 청년이기도 합니다. 20살 청년이 초등부에 다닌다는 게 쉽게 이해되시지는 않을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급성폐렴을 앓다가 5살 때 희귀난치성 척수성근위축증 1기를 진단받게 되었습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근육과 호흡이 저하되어 혼자서는 앉지도 가벼운 동작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수면 시 인공호흡기를 반드시 착용해야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즐거운 시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5살 때부터 7살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며 숨 쉬는 것뿐이었습니다. 매일 눈뜨면 같은 사람, 같은 장소, 같은 풍경만 바라보는, 박제된 일상을 상상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정된 하루가 반복되다 7살이 되던 해 제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인 형이 노트북이란 물건을 가지고 있었고 저는 형이 노트북을 조작하는 걸 보며 마냥 신기해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해보고 싶던지. 하지만 그때까지 저는 손을 제대로 움직여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노트북 터치패드의 사용도 힘들었습니다. 제 앞에 다른 세상이 손짓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아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넘쳐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재활 훈련의 분명한 목적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재활훈련에 매진하여 그토록 하고 싶던 노트북을 누워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재활훈련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다름 아닌 게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갸우뚱하시는데, 게임이란 장르는 제게 좋은 연습상대이자 친구였습니다. 어린 마음이란 다들 비슷하겠지요. 처음엔 게임이 그저 재미로서 즐거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엔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내 몸 대신 게임 속 내 캐릭터가 또 다른 현실에서 속 시원하게 움직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몸이 좋지 않아 학교를 가지 못해 교우관계가 없었던 저는 컴퓨터를 통해 제 또래 문화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사이버 친구들도 여럿 생기고 더욱이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친구들도 얻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함께 함으로서 공통 관심사도 나눌 수 있었고 게임을 통해 협력과 경쟁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정을 쌓고 나자 저는 제 주위의 일상다반사를 넘어 세상에도 관심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부모님께 묻기보다 이제는 익스플로러를 열어 네이버 초록창으로 검색해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세상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학교도 가고 싶었습니다. 제 친구인 노트북과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늦은 나이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구미혜당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측과 담임 선생님의 배려로 누워서 수업을 들으며 손힘이 모자라 필기가 어려운 한계를 노트북의 가상 키보드를 통해 극복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은 컴퓨터를 하는 제 모습을 보고 물으셨습니다. “경택아, 컴퓨터 잘하니?” 저는 컴퓨터를 제일 잘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담임 선생님께서는 장애학생들이 모여 경쟁하는 정보화대회에 참가를 권유하셨습니다. 기뻤습니다. 가상의 경쟁에서 실제의 경쟁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제 모습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생긴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그 후 학교 정보부 선생님과 매일 열심히 연습하고 집에서는 따로 컴퓨터 선생님을 모셔 프로그램도 배웠습니다. 한글, 파워포인트, 스크래치 같은 프로그램을 배우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때론 너무 오랜 연습으로 어깨가 아파 재활훈련이 아니라 재활치료를 받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좋았습니다. 결과를 얻을 때는 더 좋았습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함에 따라 여러 대회 일정에 맞춰 구미, 안동, 부산, 서울 등을 어머니와 함께 다녔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엄격하고 성실한 그리고 유능한 코치셨습니다. 어머니와 여러 선생님 덕분에 장애청소년 IT챌린지, 경북장애인정보화대회, 경북장애학생정보화대회,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등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특히 전국 대회에선 우승하여 교육부 장관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저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주위 도움으로 일궈낸 값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통해 세상에 제가 혼자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저와 건강상태가 비슷한 장애인 친구들이 세상에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비장애인들 눈에게는 쉽게 보이진 않겠지만 저도 그들도 사회의 구성원임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습니다. 저는 기술을 통해 제가 소통할 수 있는 범위를 점차 늘려 왔습니다. 몸이 불편한 다른 친구들에게도 제가 경험한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앞으로의 꿈은, 저도 언젠가는 다른 이에게 혹은 나와 같은 이에게 제가 겪은 기회가 닿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도 저의 이 꿈을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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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접속

AAC 전문가로서의 희망찬 한 걸음

행복한 교육이란?


현장특수교육 가을호 제23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칼럼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사
  • 05 톡톡Talk
  • 06 현장투어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 10 특수교육 동정
  • 11 여가+
  • 12 스토리+
  • 13 미래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