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영 (미국 일리노이주대학 박사과정)
미국 텍사스 주에서 교생실습을 할 때였다. 일반 중학교 특수학급에 배치가 되었는데, 그 곳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한 여학생이 있었다. 시각장애, 지체장애, 언어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었던 이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두 손으로 박수를 치거나 음성 출력 의사소통 도구(Voice Output Communication Aids: VOCA)를 통해 간단한 의사표시를 하곤 했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이 여학생을 가르치면서,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실제 학생들에게 활용되는 보조공학 기기(assistive technology devices)를 경험하였고, 학생을 가르칠 때 이 기기들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었다.

당시 그 학교에 있었던 보조공학 기기는 해당 학생의 편의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앞서 언급한 여학생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였기 때문에 하체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였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교실에는 몇 가지 일반적이지 않은 시설들이 있었다. 화장실 안은 학생의 휠체어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넓었고, 화장실 안에는 방수 침대가 있었다. 학생을 눕힐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된 이 방수 침대는 교사들이 해당 학생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나 하체 마사지를 해 주어야 할 때 등 다방면으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설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학생을 침대로, 침대에서 다시 휠체어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였다. 구체적으로, 휠체어의 시트는 학생의 몸 전체를 안전하게 감싸는 바구니와 같은 역할을 하였고, 이 시트를 높낮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기둥에 연결시켜 학생을 안전하고 손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또한 기둥 밑에는 바퀴가 부착되어 있어 들어올린 학생을 교사들이 원하는 장소까지 손쉽게 이동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물리적 시설 외에도 학생의 의사소통을 위한 보조공학 기기로 음성 출력 의사소통 도구가 사용되었는데, 이 또한 학생의 편의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해당 학생이 시작장애가 있고, 손의 움직임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점을 반영하여, 스위치의 개수는 1~2개로 제한되었고, 스위치에는 그림이나 글자 대신 학생이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관련 모형이 부착되었다. 이후에도 미국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여러 교육장소에서 다양한 보조공학 기기들을 접하게 되었다. 보조공학 서비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광범위하게 지원된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학생들의 상황을 반영하여 보조공학 기기가 개별적으로 지원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법률적 관점에서 본 보조공학
미국 보건복지부는 1998년 보조공학에 관한 법률을 처음 제정하였고, 2004년에 개정된 보조공학 법(Assistive Technology Act of 2004)을 토대로 각 주에서는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보조공학 법은 장애인들의 기능적 능력 개선을 위해 보조공학 기기 공급의 활성화 및 서비스 지원 향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보건복지부는 주 차원으로 진행되는 보조공학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각 주 당 인구수에 비례하여 보조금(Grant)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을 토대로 보건복지부는 미국 재활공학 및 보조공학 사회 촉진 프로젝트(the Rehabilitation Engineering and Assistive Technology Society of North America Catalyst Project; RESNA catalyst project)를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미국 50개 주와 특별구 및 그 외에 5지역, 총 56지역의 보조공학 프로그램, 57개의 보조공학 서비스 권리 주장 및 보호 프로그램, 그리고 39개의 대안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있다. RESNA 촉진 프로젝트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56지역의 보조공학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http://resnaprojects.org). 예를 들어, 일리노이주의 경우 기기 대여, 재정지원, 벼룩시장 등 실질적인 보조공학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학교 차원의 보조공학 및 AAC 진단, 보조공학 기기 사용 교육 및 평가도 하고 있다. 텍사스 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애인 교육법(the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s, 2004)에서는 보조공학 기기 및 보조공학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정의가 제시되어 있으며, 개별화 교육팀이 장애를 가진 학생의 교육계획을 짤 때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의 필요성 여부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20 U.S.C. 1414(d)(3)(B)(v)). 또한 개별화 교육팀 내에서 대상 학생이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교육청에서는 해당 보조공학 기기의 구입 및 서비스 지원을 수행할 책임이 있으며, 수행의 어려움 혹은 비용으로 인한 예외는 허락되지 않는다. 장애인 교육법에 기재된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보조공학 기기 (Assistive technology devices) : 장애를 가진 아동의 기능적 능력의 개선, 유지, 혹은 향상시킬 수 있는 상업적으로 규격화, 수정된, 혹은 개별화된 물품, 일부 장치 및 생산 시스템이다 (20 U.S.C. 1401(1)).
2. 보조공학 서비스 (Assistive technology services) : 장애를 가진 아동이 보조공학 기기를 선택, 획득, 혹은 사용하는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의미한다.
a. 평가
b. 보조공학 기기의 구입, 임대, 혹은 보조공학 기기 사용법
습득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
c. 보조공학 기기에 관한 선정·디자인·적합성·개별화·
적응성·적용·유지·수리·교환에 필요한 서비스 지원
d. 다른 치료·교육·혹은 서비스와 보조공학 기기를 병행
할 때 필요한 서비스 지원
e. 대상 아동 혹은 아동의 가족들에게 보조공학 기기 사용
관련 교육 및 지원
f. 교사들에게 보조공학 기기 사용 관련 교육 및 기술적 지원(20 U.S.C. 1401(2))
지역사회 관점에서 본 보조공학
보조공학 법을 통해서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 지원이 정부 및 학교 차원에서 의무화 되었지만, 실상 본인의 자녀 혹은 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학습하거나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면,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온라인상의 커뮤니티에서는 보조공학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한 방법 및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수교육과 관련된 모든 법들과 이슈를 다루는 온라인 홈페이지 Wrightslaw(wrightslaw.com)에서는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연구 논문, 신문 기사, 연관된 다른 개념들( e.g.,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역: 보편적 학습 설계)의 정보 또한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만약 당신이 학교를 상대로 보조공학 서비스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면…’이라는 주제로 16개의 참고자료가 소개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부모를 위한 가이드 북, 보조공학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위한 전략, 서비스 지원 전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정부 특수교육 프로그램 부서(Office of Special Education Program: OSEP)의 보조공학 서비스에 대한 입장, 장애등급별·연령별 보조공학 서비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연관사이트들이 이에 해당한다.
보조공학 산업 협회(Assistive Technology Industry Association)는 보조공학 기기의 생산 및 판매, 서비스 지원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대표적인 비영리단체로, 매 해 미국 각 지역에서 국제 학술대회 및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이 협회의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보조공학의 의미, 올바른 보조공학 기기를 선택하는 방법, 보조공학 기기 구입 및 대여 시 필요한 재정적 지원 등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atia.org).
이 외에도 특수교육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있는 대표적인 비영리단체들(American Occupational Therapy Association; AOTA, American Speech-Language-Hearing Association, ASHA; Council for Exceptional Children, CEC; Learning Disability Association of America, LDA; Rehabilitation Engineering and Assistive Technology Society of North America, RESNA)이 있다.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보조공학 정보 및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조회하고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구비하고 있다. 한 예로, ASHA는 언어치료사, 청각학자, 그리고 이와 관련된 교수 및 학생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비영리단체이다. 이 단체에 소속된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보완대체 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가까운 지역에 있는 전문가들의 연락처를 조회해 볼 수 있다. 또한 언어치료사 및 청각학자들이 보완대체 의사소통 서비스 지원 과정상 직면할 수 있는 법적, 기술적 사안에 주목하여 전문가로서의 역할 및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2002년의 미국 내 언어치료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45%가 계속해서 보완대체 의사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의 일부에 해당되는 보완대체 의사소통에 관한 14년 전의 통계가 위와 같다면, 현재 미국 내에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상자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큰 비중일 것이라 짐작된다. 또한 보조공학 내에서도 해당 대상자에게 더 부합하는 기기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TED(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강연을 담은 온라인 채널)에서 언어학자 Rupal Patal는 음성출력 의사소통 도구의 음성 선택 옵션이 제한적임을 문제 제기하며,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 음성을 의사소통 도구 내에서 디지털 음성으로 호환시킬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한국계 로봇학자 Dennis Hong은 시각장애인들이 운전할 수 있는 차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ted.com). 이처럼, 보조공학 분야는 해당 대상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장애인의 기능적 능력 개선을 위해 활용되는 보조공학은 특수교육 관점에서도 앞으로의 발전방향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이다. 발전하고 있는 보조공학 분야에 발맞춰 미국 내 정책 및 주, 교육청, 학교, 교육자의 보조공학 기기 및 서비스의 적절한 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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