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가는 교실

사회과 교수방법의 통합적 접근

  •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들

    나는 공단을 마주한 농촌의 소담스런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학교는 수목원 못지않게 좋은 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숲 속의 야외교실은 숲과 학생이 공존하는 행복한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사철 꽃과 채소, 과일나무가 변화하는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비록 재학생이 99명인 작은 학교이지만 고고한 소나무와 화려한 벚나무 등 7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나무들을 보기 위하여 학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학생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도시 개발과 관련한 토지 보상 차에 따라 빈부격차도 심하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은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고, 교통도 불편하여 학생들끼리도 교류도 힘들다. 따라서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이 약하고 학생들의 소질 개발을 위한 노력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본교는 이러한 지리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학교의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살린‘아름다운 하남 어린이’전통 잇기와‘1인 1악기 연주 여행’을 학교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 브랜드 운영은 미니 학교라는 특색을 살려 전교 단위로 운영된다. 학교 브랜드 운영 활동에서 우리반(특수학급, 이하 도움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남 앞에 혼자 나가서 연주를 하거나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 다. 학교 규모가 작다 보니 전교생이 우리 반 친구들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자신들에 비해 무슨 일 이든 잘 하기 어려운 친구라는 생각으로 대하였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분위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의욕이 부족하고,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며,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반 아이들의 낮은 자아존중감을 없애고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학교 브랜드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알맞은 활동으로 수정하고, 각종 행사 때에는 혼자서도 당당히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시간이 흐르자 점점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통합학급 친구들과 즐겨 어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특수학급 아이들이 낮은 자아존중감과 타인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무서워하는 일은 비단 우리 학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겨진다. 그래서 특수학급 아이들의 자신감 향상을 위한 참고자료로 우리 학급 학생이 학교 브랜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수정하였던 활동 중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 자신감을 기르는 아이들

    활동모습

    • 힘찬 하루를 시작해요

      우리 학교는‘하남인’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활동으로‘아침 선서하기’를 실시한다. ‘아침 선서하기’는“나는 고운 마음, 예쁜 모습, 바른 행동으로 아름다운 하남어린이가 되겠습니다.”라는 선서로 학교 일과를 시작하게 함으로써 올바른 규범을 준수하며 생활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기를 스스로 다짐하는 활동이다. 아침 선서하기는 하남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활동이다. 우리 반 친구들은 아침 선서하기를 좋아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친구들의 이런 노력에 대해서 교내 다른 선생님과 친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칭찬 덕분에 우리 반 친구들도 하침 선서하기 활동에 자신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도 생기게 되었다.

    • 자연 속에서 배워요

      우리 교정은 99명의 학생에게 넉넉하고 풍요롭다. 특히 살구, 오디, 감, 밤 등 과일나무가 많아 연중 먹을거리도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반 친구들은 그 과일을 자료로 이용한 공부를 좋아한다. 아카시아 잎을 이용한 2씩 뛰어 세기, 밤과 도토리를 이용한 10의 보수 알기, 옥수수를 10개씩 봉지에 담아 묶음 알기……. 교실에서 셈하기를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과일과 같은 자연물을 이용하여 지도하자 재미있어 하며 척척 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런 작은 경험을 바탕삼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연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 자료를 구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운동장 앞의 야외 숲 속에는 괭이밥에서부터 진달래, 구절초 등 야생화가 연중 피어난다. 우리반 아이들은 진달래 화전을 직접 만들어 통합학급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봉숭아 꽃물을 들여 주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갔다. 특히 네잎 클로버를 찾아 행운을 선물하고, 그 꽃으로는 꽃반지와 꽃시계를 만들어 채워 주는 등 우정을 나누는 활동을 좋아하였다. 처음에는 꽃반지와 꽃시계를 만들기 위해 클로버 줄기를 갈라 끼우는 세심한 활동을 어려워하며 포기해 버리던 아이들도 내가 만들어 준 꽃반지를 받더니 자기가 만들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만들어 주어야겠다며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마침내 아이들은 꽃반지와 꽃시계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선 물할 수 있게 되었다.

    • 내 먹거리는 내손으로 키워요

      우리반 아이들은 간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간식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적당한 학교 실습지가 있어 거기에다 콩, 고구마, 고추, 옥수수를 심고 가꿀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잡초를 뽑고, 물을 주는 일은 힘들었지만 작물들도 아이들의 노력을 아는 듯 풍성한 결실을 맺어 주었다.

      여름내 땀흘린 끝에 튼실한 열매와 뿌리를 수확하던 날, 땅 속을 파면 계속 나오는 고구마를 보고 아이들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신이 나서 일하였다. 게다가 고구마를 캐던 날은 통합학급 친구들까지 참여하였다. 수확한 콩은 교실에서 도란도란 까먹었지만 고구마는 전교생이 나누어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나왔다. 급식시간에 통합학급 선생님과 친구들과 고구마를 나누어 먹으며 아이들은 자신들도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치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 순간이었다.

    • 놀이에서 배워요

      조금만 어려우면 두려워하고, 실증을 내는 우리 반 친구에게 참을성을 기르며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놀이를 생각하였다. 아이들은 교구를 이용한 놀이, 맨 손으로 하는 놀이, 민속놀이 등을 무척 좋아하였다. 통합학급에서 하는 놀이는 어려운 규칙이 많고, 친구 앞에서 실수를 할까봐 주로 구경꾼의 입장이 되었던 아이들도 우리 교실에서 하는 놀이에는 신나게 참여하였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놀이의 방법과 내용을 수정하여 비교적 간단한 규칙을 적용하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놀이를 주로 하였다. 우리반을 찾으신 선생님의 이름과 얼굴에서 느낀 분위기 등으로 끝말잇기, 고리 던지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들의 성함을 외우기 어려워하였는데 이런 놀이를 통하여 선생님의 이름은 물론 선생님의 얼굴과 성함으로 연상되는 형용사까지 쉽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끝말잇기 놀이는 느린 4박자 치기와 함께 실시하였지만 지금은 정확한 4박자 빠르기로 끝말잇기가 가능해 졌다.

      한편 고리던지기를 통하여 10의 보수를 익히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학습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였다. 아마 지금까지 가졌던 공부라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참여하였고, 틀려도 놀리는 친구가 없으니 신나게 참여하였다. 지금은 통합교실에서 하는 놀이를 나에게 설명하며 같이 해 보자고 제안도 자주 하곤 한다.

      활동모습

  • 우리 아이들‘기 살리기’대작전

    • 기살리기 1 - 하모니카 연주하기

      학교 브랜드‘1인 1악기 연주’에서 고학년의 지정악기는 하모니카이다. 그래서 악기를 학습준비물로 구입하여 휴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신 없어 할까봐 걱정도 하였는데 뜻밖에도 아이들은 하모니카를 좋아하였다.

      미니학교여서 연주대회는 전교단위로 이루어진다. 학년별 연주대회를 매월 강당에서 개최한다고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두려워할 모습이 떠올랐다. 언젠가 사회 체험학습을 갔을 때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도망치는 ○○이 모습이 생각났다. 타악기도 아닌 가락악기를 가지고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 반 친구들이 혼자서도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면 교사와 학생의 시선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난이도를 고려하여 학년별 지정곡이 제시되었다. 나는 우리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곡을 혼자서 당당히 연주하도록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음악과 교육과정을 수정하여 통합학급 수업시간을 늘려 잡았다. 모든 음악수업은 통합학급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수정된 부분만 도움실에서 지도하였다. 또한 가방에 늘 하모니카를 휴대하여 자주 연주하도록 안내를 하였다. 스티커를 하모니카 표면에 붙여 7음계를 바로 찾게 하였다. 처음에는 연주속도가 다소 느렸지만 가락이 주어지니 신이 나서 참여하였다.

      • ■ 4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수정

        학년 음악과 교육과정 표그림

        우리반 아이들은 악보를 보며 계이름을 읽는 일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림을 이용한 악보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하모니카는 들이마시고 불기만 반복하면 되기 때문에 그림악보 익히기가 쉬웠다.

        그림악보

        아이들은 오선지의 가락을 보고 부르기는 어려웠지만 불기와 들이 마시기의 기호를 보며 음계를 옮겨가기는 가능하였다.

        드디어 학년별 대회가 시작되었다. 도움실 친구는 참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통합학급 친구들은 모두 ○○이가 연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던 모양이다. 파워포인트로 소개된 ○○이가 무대에 등장하여 자기소개, 연주곡목을 스스로 소개한 후 의자에 앉아 하모니카를 연주하자 급우들은 큰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연주회가 끝나자 전교생이 도움실 친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의 기가‘팍팍’살아났다. 이젠 다른 곡도 가르쳐 주라며 하모니카를 들고 산다.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럴 송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학예회 때에는 통합학급 친구들과 합주도 하였다. 이젠 학교 행사에서 구경꾼이 아니라 당당한 참여자가 된 것이다.

    • 기살리기 2 - 나도 할 수 있어요

      활동모습

      학교 도서관은 문화혜택을 받기 어려운 본교 학생에게 인기가 아주 좋다. 그러나 우리 반 아이는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는 글자가 많고, 내용도 어려웠기 때문이 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학교예산 수립 시 도움실용 도서구입비를 별도로 마련하였다. 7세 정도 아동이 읽을 수 있 는 도서로 그림이 많고 흥미로우며 내용을 이해하기 쉬우면서 도, 인지적 발달에도 도움이 될 도서를 구입하였다. 큰 그림책이면서도 내용과 그림이 잘 조화롭게 이루어진 책이었다. 우선 40권을 구입하여 도움실에 대출을 해 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받침있는 글자도 읽기 어려워하는 ○○도 그림을 보며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하였다. 읽어 줄 책 선정기회도 ○○에게 주었더니 더더욱 신나게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매일 책을 읽고 읽은 내용에 관하여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게 되자 기억력, 낱말 어휘력, 이야기 순서 알아보기 등 국어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교생이 드나드는 학교 도서관에‘100권의 책을 읽어요’의 독서판이 있다. 이 독서판은 학생이 책을 읽고 사서교사와 독서대회를 통해 스티커를 붙이는 곳으로 다독아상 시상의 근거자료로 삼고 있다. 또한 전교생 독서량이 한눈에 보이므로 학생들끼리 은근히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독서판이기도 하다.

      우리 반 친구들은 사서교사와 독서대화로 스티커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 반 친구들을 위하여 도움실에서 독서대화를 실시하였다. 바로 생각나는 단어 찾아 적기, 이야기 순서대로 나오는 인물 이름 쓰기, 책 내용 중 먹고 싶은 음식 쓰기 등 글의 내용을 기억하고 글자 익히기로 스티커를 주어 학교 행사에 참여하였다. 우리 반 친구들의 스티커 보상으로 기를‘팍팍’살려 주었다. 독서판의 스티커가 늘어나자 아이들은 낱말공부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많이 키워졌다.

    • 우리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

      활동모습

      도움실의 아이들과 생활하며 느낀 활동 중 몇 가지를 나열해 보니 부끄러움이 먼저 앞선다. 큰 마음으로 두 팔 벌려 안아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인데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다름이 하나도 없음을 알아가고 자신감 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우리 반 친구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울림이었다. 미니학교의 특성을 살려 전교생들과 한데 어우러져서 축구도 하며 뛰어 놀고,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생활하는 그 모습은 그 무엇과도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인 것이다. 나도 이젠 그 풍경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겠다.


현장특수교육 제 15권 1호 봄이야기

  • 01 권두시
  • 02 작은 전시회
  • 03 권두칼럼
  • 04 특집
  • 05 특별기획
  • 06 차 한잔 마시며
  • 07 영어만화
  • 08 볼거리
  • 09 만나고 싶었습니다.
  • 10 현장을 찾아서
  • 11 교사모임 소개
  • 12 ICT 교육의 현장
  • 13 교과지도 교재연구
  • 14 만들어가는 교실
  • 15 연수후기
  • 16 지구촌 전망대
  • 17 국립특수교육원 소식
  • 18 시도교육청 소식
  • 19 2007 연구보고서안내
  • 20 2008 교육원사업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