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독일 중도·중복장애학생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다감성 스토리텔링’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 이숙정

 

1. 들어가며

최근 중도·중복장애학생 교육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과 요구에 대한 것이거나, 사회적 의사소통 기능 향상을 위한 중재연구가 간헐적으로나마 눈에 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의 결론이나 제언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교실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교수방법과 교수자료가 개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2015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도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관련해서는 최대한의 자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본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목표나 내용을 학생들에게 최대한 적합하게 자율적으로 재구성하여 가르치라는 것이기에 현장교사들의 도전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교수학습적 특징은 바로 매우 제한된 의사소통 능력이기에, 아무리 훌륭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할지라도, 우선 교사는 학생과의 소통(疏通)에 주력해야 할 것이고, 신체적 차원의 의사소통(표정, 몸짓, 감각 등을 매개로 한)에 기반을 둔 안정된 관계 형성을 매개로 비로소 ‘무언가’(교육내용)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교육에서는 교육과정의 목표, 내용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개별학생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이를 매개로 교육내용의 핵심을 어떻게 재구성하여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2. 다감성 스토리텔링 - 국어 ‘듣고 이해하기’ 활동을 넘어 ‘문학적 소양’으로

최근 특수교육계의 주요 관심사인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위한 지원방안이나 현장에서 요구되는 이들의 위한 교수방법이나 교수학습 자료 개발과 관련하여 현장의 교실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초기문해 기술(early literacy skills)’교수방법을 한 가지 소개하면, 바로 독일 특수교육계에 등장한 ‘다감성 스토리텔링ⓡ (Mehrsinn Geschichten Erzaehlen: 축약 MSGE)’컨셉이라 하겠다.
‘다감성 스토리텔링’에서 얘기하는‘스토리텔링’은 말 그대로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는 전통적 방식인데,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동화와 문학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각색하며, 나아가 이야기를 단순히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느끼고 감성적으로 체험하도록 소품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야기에 담긴 긴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진진한 단어와 어조는 감성적인 음악 및 소품(관찰하고, 귀 기울기고, 만져보고, 맛보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소품)과 어울려 이야기 내용을 직접 느끼고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전달해준다.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통해 일깨워진 감각과 감정은 기억까지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감각을 통해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체험하면서 이야기 내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포르네펠트, 2018).
이야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세대를 거쳐 계승되어왔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우리 역시 어린 시절 편안하고 좋았던 기억이라면, 잠자기 전 침대 맡에서 엄마가 읽어주시던 동화를 들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은밀한 기분에 빠져들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단어나 말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야기 속 긴장감이나 재미에 푹 빠져 몰입해 버리고는 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매우 가깝게 와 닿아서 듣는 내내 마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고통을 느끼고 두려워하곤 했었다. 할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따스함을 느꼈고, 이야기를 읽어주는 아빠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아빠 얼굴을 쳐다보며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로 함께 빠져들곤 했다.
이와 같은 이야기 및 스토리텔링의 가치와 효과는 인간학적 관점에서 볼 때 중도·중복장애학생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경우, 그들이 보이는 중도의 지적장애 및 운동장애, 나아가 감각장애로 인해 들려주는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야기를 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발화적 소통 행위로 국한되고, 나아가 청자의 입장에서도 이야기 줄거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에 비중이 주어지기 때문이다(이숙정, 2015).
그러나 이야기 등의 문학(literature)에 접근하고 이를 소화하는 것이 반드시 읽기, 말하기 등의 발화언어 기초능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Grove, 2012; Park, 2004)는 것을 우리 역시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영유아 역시 엄마나 교사가 읽어주는 동화의 내용이나 어휘를 처음부터 모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스토리텔링의 억양, 음색, 분위기 뿐 아니라 교사와의 눈맞춤, 정서적 교감이나 몰입을 통해 이야기를 맥락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강상, 신지혜, 2010).
그리고 이러한 부분적이고 맥락적 이해가 반복적 청취를 통해 누적되어 가면서 이야기 내용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Grove는 스토리텔링에서 이야기 내용에 대한“맥락적 이해(apprehension)가 종합적 이해(comprehension)에 선행한다”(Apprehension proceeds comprehension)고 설명하며, 이는 언어적 상징이해가 미완성인 중도·중복장애학생에게도 마찬가지임을 주장한다(1998). 이러한 다감성 스토리텔링의 특징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는 단순히 내용을 축약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용만 축약한 이야기로는 청자에게 이야기에 담긴 미적 체험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 일상적 체험에서 벗어나 미학적 체험이 가능하도록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는 드라마적 각본과 연출에 기반을 두고 제작되었으며, 이야기를 읽어주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읽는 이(화자)와 듣는 이(청자)간의 감성적-신체적인 대화다.
■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3가지 요소, 즉, 감각 체험 소품, 세밀히 구안된 동작, 그리고 언어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 내용을 전달한다.
■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각 이야기에 적합한 대본(스크립트)으로 진행하는데, 해당 소품과 음악이 각본 연출을 돕는다.
■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대사와 각본이 포함된 대본에 따라 진행된다. 대본에는 그림과 상징아이콘, 사진 등도 있어 화자가 장면마다 이야기를 정확히 전개하도록 돕는다.
이야기 대본 (스크립트) 구성
이야기 각본 (왼쪽) 이야기 대사 (오른쪽)
* 장면번호는 이야기의 흐름을 안내한다. 이야기 대사 중 기본문장을 나타내는 픽토그램.
대사를 어떤 어조로 읽어야 하는지는 옆의 각본에서 안내한다.
소품을 나타내는 픽토그램.
그 옆에 나온 작은 소품사진을 보고 해당 소품을 준비한다.
진행 안내를 나타내는 슬레이트 형상의 픽토그램.
각 장면의 목소리, 소품, 음악을 어떻게 구성하여 스토리텔링할지를 안내한다.
확장문장을 나타내는 픽토그램.
이해력이 높은 청자나 수준이 혼합된 집단을 위한 확장문장이 제시된다.
음악을 나타내는 픽토그램.
언제 음악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안내한다.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 중 ‘빨간모자’ 대본에서 부분 발췌) (포르네펠트, 2018)
다감성 스토리텔링‘빨간모자’대본 다감성 스토리텔링에서 화자와 청자의 감성적·신체적인 대화를 통해 ‘의미’를 구성하여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서로 잘 융합되어야 한다: 화자 언어의 리듬과 목소리 톤, 표정과 몸짓 등의 신체 언어, 소품과 음악을 제공하는 방식, 장소의 분위기, 안정감, 집중도 등이다.

 

이와 같은 다감성 스토리텔링 컨셉은 우선 중도 중복장애학생의 초기문해력 신장에도 일조함을 알 수 있다. ‘초기문해력(early literacy)’이란 일반적 문해 능력(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을 습득하기 이전에 기초가 되는 능력 및 기술을 의미하는데, 중도·중복장애학생의 경우 전 언어적, 전 상징적, 신체적 차원의 반응행동 양상(얼굴 표정, 몸짓이나 소리, 동작 따라 하기 등)도 광의에서 초기문해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Agran, 2011). 특히 국내 특수교육 기본교육과정 초등국어과 1~2학년군의 대다수 성취기준이나 3~4학년군의 일부 성취기준이 초기문해력의 지표인데(성취기준 ? 소리에 반응하기, 소리 의미 이해하기, 소리와 동작 따라 하기, 소리 내어 말하기, 몸짓이나 소리로 생각 표현하기, 다양한 문학작품 즐겨듣기, 즐겨보기, 문학작품에서 말의 재미 느끼기 등), 이러한 초기문해력 관련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중도·중복장애학생과의 다감성 스토리텔링 활동을 통해 충분히 신장될 수 있음이 국내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이숙정, 정민주, 2015; 이지원, 2013; 정민주, 2014; 최정길, 2017).

 

3. 다감성 스토리텔링 컨셉의 국내 전망

독일의 다감성 스토리텔링 교육방법은 주로 동화 이야기 등 문학작품을 다루기에 국내 특수교육 현장의 교육과정 운영, 특히 교실현장의 국어교과 등에 쉽게 접목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중도·중복장애학생들이 동화이야기에 반응하는 행동양상의 폭이 적을 수 있지만, 다감성적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여러 문학 활동을 제공한다면 이들의 초기문해력 역시 확장되고, 이들의 언어적 발달에 도움이 되리라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첫째,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중도·중복장애학생에게 문학작품의 줄거리나 내용을 가르치고 이해시키려는 의도적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 시절 우리가 ‘흥부와 놀부’,‘헨젤과 그레텔’과 같은 동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고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런 활동이 내게 여유와 휴식을 주는 여가활동이었기 때문이다. 매번 읽을 때 마다 동화의 줄거리나 내용을 의도적으로 이해해야 했다면 재미가 반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다감성 스토리텔링은 우선적으로 중도·중복장애인을 위한 여가활동, 자유로운 독서활동, 문학과 문화에 대한 향유활동으로 이해해야 하고, 이런 기본 전제하에 장애학생 국어교과 시간 및 가정에서의 여가시간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숙정, 정민주, 2015; 최정길, 2017).

둘째, 다감성 스토리텔링 컨셉이 주로 문학작품을 다루기에 이를 국어교과의 ‘문학’ 내용영역에서만 다룰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 나누기’라는 방법적 측면을 고려하여 국어외의 다른 교과에도 방법적 차원에서 활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과학교과에서 ‘액체-물’이나 ‘동물의 생활’ 등의 단원에서 1~2차시 정도의 제재를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로 구성하여 과학수업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이숙정, 2013).

셋째, 국내 특수교육 다인수 이질 그룹 구성에서 다감성 스토리텔링을 적용할 경우, 아이들 인지 수준에 맞는 세분화된 이야기 줄거리 구성이 필요하다. 원래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는 제시되는 문장의 이해수준이나 소품, 음악 등의 구성이 장애 정도나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학습자들이 접근할 수 있고,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보편적 학습 설계의 특징을 갖는다. 그리고 원래 중도·중복장애인과의 1:1 개별 이야기 활동이나 여가활동으로 구안된 것이지만, 학교현장의 요청에 따라 요즘의 다감성 스토리텔링 이야기 줄거리는 이질그룹을 대상으로 중도장애학생용과 경도장애학생용으로 별도 제작되어 있다.
즉 이야기를 경험할 학생들의 발달수준이 상이할 경우, 언어이해도가 높은 청자를 위해서는 좀 더 풍부한 text로 구성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아가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포함된 다인수 통합학급에서는 이야기 소품을 2set이상 구비하여 이야기 흐름에 따라 학생들이 소품을 체험하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드리포트

미국 내 중도·중복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지원 방안

독일 중도·중복장애학생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다감성 스토리텔링’

일본 중도·중복 장애학생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현장특수교육 가을호 제23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인터뷰
  • 03 모두가 행복한 수업
  • 04 화제의 특수교사
  • 05 현장투어
  • 06 톡톡Talk
  • 07 스페셜테마
  • 08 차 한잔을 마시며
  • 09 월드리포트
  • 10 청렴운동실적
  • 11 스토리+
  • 12 여가+
  • 13 돋보기
  • 14 특수교육동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