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추억하는 마을, 양림동 산책
하모니원정대 담당자 김세희
전남 서남권으로 통하는 관문에 위치한 광주 남구. 그 중에서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길목들이 눈길을 끄는 시간을 추억하는 마을, 양림동이 있다. 백여 년 전 광주에서 최초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통로이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일제강점기 선교사들이 교회를 열고 학교와 병원을 세워 ‘광주의 예루살렘’이라는 별칭이 따르는 양림동은 당시에 만들어진 기독교 유적과 우리네 전통문화 유적이 좁다란 골목을 따라 오롯이 남아 있어 희생과 나눔의 역사를 가진 양림동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다.
양림동 마을입구에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이 그림솜씨를 뽐내 제작한 마을지도가 설치되어 있고, 골목마다 재활용품을 활용한 학생들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시골집에서 한번 씩은 봤을 법한 소품들이 모여 놀이터를 만들어내고, 그러한 공간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투박하고 자연적인 그림들 속에서는 양림동의 소박하고 따뜻한 매력이 오롯이 묻어난다.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 펭귄마을. 귀여운 이름과 아기자기한 풍경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작은 소품과 지나가기 쉬운 골목 하나조차 따뜻한 시선으로 지긋하게 바라보게 된다.
마을 주민들은 과거에 화재로 타 방치되어 있던 빈집과 철거될 위기에 처한 마을을 자발적으로 잡동사니를 모아 꾸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노력들이 모여 지금의 펭귄마을이 되었는데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모아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래된 물건들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 펭귄마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골목마다 줄지어 사람들을 반기는 정겹고 애틋한 골동품들에는 많은 사연과 추억이 담겨있다. 한 집안의 역사를 담고 있는 냄비, 한 아이의 추억이 깃든 장난감, 온 동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던 고장난 TV,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추억 속의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음료수 캔과 병, 열심히 달린 과거를 보상이라도 받듯 이제는 편안히 서서 사람들의 사진친구가 되어주는 오래된 오토바이….
주민들은 허물어진 집터를 텃밭으로 꾸몄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폐품들과 사람들이 두고 간 물건들을 모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길이 약 200m에 달하는 담벼락은 각종 시들과 벽화를 새겨 걷는 길목 자체가 전시장이 되었고,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한 펭귄 주막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작은 공간에 둘러앉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을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펭귄마을. 어르신들은 예전보다 활기차진 동네의 모습에 많은 위안을 얻으시는 듯 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지으시는 어르신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듯 보인다. 버려졌다면 그냥 고물이 되었을 물건들이 이제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가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존재만으로 추억의 장이 되는 공간이 되었다. 새로움과 추억을 곱씹으며 산책하기 참 좋은 시간들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마을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기에 가파른 경사로, 비좁은 문, 3cm 이상의 턱….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조사하고 장애인 이동권을 알리는 하모니원정대 활동을 하며 느낀 수많은 감정들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오래되고 작은 것들은 당연하고 눈에 띄지 않아 지나치기 쉬우나, 그만큼 자세히 바라보았을 때 그 깊이와 감동이 배가 된다.
펭귄마을의 진정한 가치는 오래된 물건들과 작품들로 꾸며진 공간들이 아닌 그 공간을 지켜내려 노력한 주민들의 마음과 그 마음을 느끼며 쌓였을 사람들의 웃음과 위로이듯 누군가에게 큰 용기와 도전이었을 여행이 보다 가볍고 즐겁게 떠날 수 있는 여행이길 바라며 무더운 여름을 누비는 하모니원정대의 가치도 점차 쌓이고 쌓여 ‘누구나 여행 가능한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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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원정대는 (주)기아자동차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가 함께하는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로 장애학생 2명과 비장애학생 3명으로 구성된 총 8팀의 대학생 40명이 전국 주요 문화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Barrier Free)을 조사한다. 대한민국 문화관광지 방문을 통해 장애인 관광접근권과 관광편의시설을 조사 및 평가하고 장애인 추천 여행코스 및 여행 정보 제공과 정책 건의 활용 등의 활동을 하는 하모니원정대는 2013년 출범한 이후 14년~17년까지 4년 연속 국립특수교육원의 후원을 받아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위한 관광접근권 개선에 많은 결실을 거두었으며 6월 30일까지 6기를 모집 중이다. 이번 6기는 중부권역을 대상으로 장애편의시설 조사를 나선다. 자세한 사항은 초록여행 하모니원정대 홈페이지(greentrip.kr/Harmon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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