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미술은 일반적으로 시각을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 예술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시각특별지원학교에서 미술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잘 보이지 않는 학생들에게 시각예술인 미술교육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라는 과제가 대두된다.
현재 일본 시각특별지원학교의 미술교육은 학습 지도 요령 및 교과서에 따라 장애 상태 및 특성을 고려하면서 지도내용과 재료를 정하고 있다. 지도할 때는 학생들이 보유하고 있는 감각(촉각, 청각, 후각, 피부감각, 약시의 경우 시각도 포함)을 최대한 활용한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전제된다. 그 위에 학생들이 소재나 도구를 능동적으로 사용하며 조형표현의 기초가 되는 능력이나 조형감각을 길러가는 것, 표현활동 및 감상활동을 통해 상상하는 능력과 창조성을 기르는 것, 표현의 다양성을 알고 좋은 점을 인정하여 자신의 표현에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지도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럼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초등학교 실천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2. 실천사례
(초등학교 3학년) 목공구와의 만남-『비 소리? 파도 소리?』
먼저 목공작의 도입활동으로 초등학교 3학년이 배우는 『비 소리? 파도 소리?』에 대해 소개하겠다. 이것은 길이 1m 정도의 두께의 종이 통 주변에 100개가 넘는 압정을 나무망치로 박고, 통 내부에는 쌀, 작은 콩, 큰 콩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적량 넣어 통의 양 끝을 닫아 만드는 악기다. 통을 살짝 기울이면 안쪽에 박아놓은 압정에 작은 소재들이 부딪히면서 파도 소리와 조용히 내리는 보슬비 소리를 연상케 하는 기분 좋은 음색을 들려준다.
제작할 때는 종이 통이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 작업대에 고정하여 압정(머리부분 직경 13mm, 몸통길이 38mm)을 나무망치로 박는다. 압정은 못에 비해 몸통 부분이 넓어잡기 쉽고, 머리 부분이 크고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나무망치로 박기 쉬워 못박기 도입단계에 효과적이다. 초기 활동에서는 압정을 잡는 손가락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망치질을 하지만, 학생들도 점차 감각을 익혀 나가면서 교사의 지원 없이도 눈 깜짝할 사이에 목표개수의 압정을 박아 내기까지 성장하게 된다.
<사진 1> 『비 소리? 파도 소리?』 학생 작품
종이 통 고정에는 만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전맹 학생은 만져가면서 만력의 구조와 조작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작업대의 모퉁이에 놓고 종이 통을 고정하여 양손을 자유롭게 한 상태에서 압정 박기 작업을 해나간다. 작품은 나무망치로 박은 압정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예쁜 소리가 나기 때문에 학생들은 열심히 만든다. 이처럼 『비 소리? 파도 소리?』 만들기는 작업과 소리가 연계 되어 있어 시각장애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고 성취감을 느끼기 쉬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좋아하는 구슬 굴리기 레일을 종이 공작으로 만들기-『구슬 또르르 땡』
초등학교 4학년이 제작한 『구슬 또르르 땡』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소재는 구슬이 도르륵 굴러가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벨을 땡하고 치는 유아기에 자주 노는 완구인 구슬 굴리기 레일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이 아주 높은 종이 공작 활동이다. 하지만 평평한 종이로 3차원 공간을 만드는 과정은 시각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교사가 작품의 구조와 굴러가는 구조를 정리하여 단순하게 소재를 제시하여야 학생들이 만져가며 인지할 수 있게 되고 보다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또한 구슬 대용으로 소리가 나는 방울이나 목표지점에 자전거 벨을 놓아 학생들이 보유하고 있는 감각에 자극을 주어 호기심과 제작의욕을 높여 나간다.
제작할 때는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공작도구를 사용한다. 접은 곳을 힌트 삼아 가위로 종이를 자르고, 촉각으로 식별할 수 있는 펠트 시트를 힌트 삼아 스템플러로 찍고, 만져서 인지할 수 있는 라인테이프 위에 양면테이프를 접착하는 등 전맹 학생의 촉각에 입각한 작업을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제작 2단계에서는 레일에 장식을 달거나 구슬이 굴러가는 것에 변화를 주기 위한 작업을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다 좋은 버전으로 만들기 위해 펠트 볼이나 상자, 스티커, 수수깡, 인공잔디 풍의 종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를 신중하게 골라 레일 위나 그 주변에 붙여 나간다.
수업 중에 작품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학생들은 친구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대단하다! 이거 진짜 멋있어. 어떻게 했어?”라는 칭찬도 해주고 친구들의 표현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시각장애학생들의 경우, 주위 상황이나 작품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교사가 의도적으로 감상시간을 만들어 친구들의 작품을 천천히 만져가면서 생각하고 직접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 감상은 학생들이 표현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내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진 2> 『구슬 또르르 땡』 학생 작품
(초등학교 6학년) 대학 예술 학과와 시각특별지원학교와의 연계-『츠쿠바 아트 메달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츠쿠바대학 예술계조소영역(학과)과 츠쿠바대학부속 시각특별지원학교(이하, 본교)와 아트메달을 테마로 한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본교에 예술조직이 있는 일본에서 유일한 대학부속시각특별지원학교라는 이점을 살려 대학과의 협력 사업 “TAMP 츠쿠바 아트 메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학 예술계와 부속학교와의 협동으로 대학교원과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는 학생이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학생의 아트메달 만들기를 지원하고 완성된 메달을 전람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등학교 6학년 8명과 중학교 3학년 12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한 특별수업이 있다. 전문성이 높은 게스트 교사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로운 발상과 생각을 반영하면서 시각장애학생들의 작품 만들기를 지원해 준다.
<사진 3> 게스트 교사와의 특별수업
마지막은 작품을 청동으로 주조하여 본격적인 아트메달이 완성된다. 작품은 일본 국내의 여러 전시회장에 전시하고 만질 수 있는 전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4> “만질 수 있는” 아트메달 GINZA 2021
아트메달 제작이라는 공통의 테마로 연결된 시각장애학생과 대학교원, 대학생, 대학과 대학부속학교라는 연결고리에서 생긴 전문가와의 교류 의의는 물론, 자신이 만든 작품을 만질 수 있는 전람회라는 형태로 전시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수동적인 입장(만져도 되는 작품을 만져보도록 허락받는 입장)이었던 학생들이 작가로서 만질 수 있는 작품을 사회에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의가 있는 활동이다.
3. 맺는말
시각장애학생의 미술교육은 학생들이 보유하는 감각을 활용한 소재, 도구, 교재 등의 제시와 시각장애를 배려한 적절한 지도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살아있는 조형활동을 촉진하고 감성과 창조성을 길러준다.
학생들이 만든 작품은 같은 테마, 같은 공간, 같은 환경에서 제작하여도 어느 하나 같은 작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손으로 만져지는 촉감, 형태, 색, 소리 등 학생들이 집중해서 만들었다는 증거가 소재를 통해 구현화되어 하나 하나 특색있는 작품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