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가 없는 사회는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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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특수교육
2021 AUTUMN
제28권 3호
(vol. 123)
취재 · 글 서미선  
만나고 싶었습니다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가 없는 사회는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장애인이라서, 어린이라서, 돈이 없고 힘이 없어서 불합리하게 당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억울하지 않도록,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권법센터’에서 변호사로 일하며,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
오늘도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이 존중받는 멋진 세상을 꿈꾸는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 보았다.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라고 합니다. 장애인권법센터가 생소하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쉽게 말씀드리면 법률사무소, 더 쉽게 말씀드리면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다만 장애가 있거나 아동인 경우 등 이런 여러 상황이 겹쳐져서 도저히 자기 스스로 권리 옹호를 하기 어려우신 분들, 그런 분들을 무료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건 지원뿐만 아니라 제도개선 관련해서도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법률사무소처럼 사건도 담당하고, 인권 교육도 하는 시민단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법률사무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후원은 받지 않는 곳입니다.
인권 관련 법률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한쪽 눈이 의안인 장애인인데, 그것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장애인 당사자라서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자랄 때 특수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철저히 분리된 비장애인들의 학교만 다녔고, 특히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등이 있는 친구들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저만해도 한쪽 눈이 보이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할 때 차별이라던가 배제라는 걸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지 12년 정도 됐는데요.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 태평양이 운영하는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공익활동 전담 변호사로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대리했던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인권지원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사회 구조 속에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이 일을 꼭 해야 한다, 이런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장애인 인권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성격상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면 실행에 옮기는 성격입니다. ‘원래 그래 왔으니까 대충 적응하고 살자’는 잘 안 되고 ‘이게 이렇게 불합리한데 이걸 왜 참고 살아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이랑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장애 인권 쪽은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아직도 법이 있어도 제대로 집행이 안 된다거나 아니면 법이 아예 없는 것도 많습니다.
저의 그런 성격적인 면이 인권 현실과 잘 맞아 들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누구를 도와줘서 보람을 느끼고, 이런 차원은 아닙니다. 이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귀합니다. 그래서 그런 인연들이 계속 이어갔으면 해서 일하는 것도 있습니다.

장애인 인권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은
권리가 있긴 하지만 표현할 수 없잖아’ 그리고 ‘장애인은
권리가 있긴 하지만 비장애인보다는 판단 능력이
떨어지잖아’ 이런 식으로 생각하여 암묵적으로 묵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장애인 인권이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 것인지요?
인권은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장애인 인권 쪽에서 잘 발현되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장애인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 권리를 들으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사람한테 물어봐야 합니다.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의사 표현의 방법을 찾아보고, 조금 시간이 걸려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인권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은 권리가 있긴 하지만 표현할 수 없잖아’ 그리고 ‘장애인은 권리가 있긴 하지만 비장애인보다는 판단 능력이 떨어지잖아’ 이런 식으로 생각하여 암묵적으로 묵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묻지도 않고, 그냥 비장애인인 우리가, 전문가가, 알아서 잘해줄 테니까 너는 그냥 믿고 따라와라, 이런 것들이 사실은 많은 사건들을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인권을 지킨다는 표현이 저는 별로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권은 누군가 대신 지켜줘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결국 담아낼거냐, 존중할 거냐, 이 문제라고 봅니다. 장애인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의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주목하지 않습니다.
‘너는 나이도 어리고, 장애인이다’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잘 담아내고, 존중할 수 있을까, 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그 사람이 누가 됐건, 그 사안이 어떤 일이 됐건, 결국 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느냐입니다.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이 사람이 말을 못 하면 ‘아, 이 사람 말 못 하네’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소통할지를 고민하고,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존중입니다. 그렇게 들여다볼 수 있는 하우투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은 사안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사건을 담당할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나요?
당사자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주변에서 이 사람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도 본인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제가 ‘너는 준비가 안 됐으니까 안 될 것 같다’가 아니라, 그 부분부터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피해를 오랫동안 당해서 무기력해져 있는 피해자에게 준비가 안 됐다며 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에는 어떤 사건을 지원할지에 대한 판단은 종합적으로 고민하되, 사건을 지원하기로 했다면 그 사람 주변에 있는 사람들 말고 정말 그 당사자가 힘내서 회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애학생 인권침해 관련 사건이나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을까요?
맡았던 사건들이 다 기억에 남지만, 장애학생 관련 사건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사회적 공간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겪은 부당하거나 억울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이 훈련되지 못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폭언을 듣거나,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을 들어도 그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문제인지 인지를 못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어른이 자기한테 잘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생각이 없던 학생이 있었는데,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결국 사건화가 된 적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학생이 힘들었을 거라고만 생각하시던데, 오히려 ‘아,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 그게 나의 권리를 침해할 때는 나도 이런 목소리를 낼 수가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스스로 지킬 수 있었으면 하고, 그래서인지 비슷한 사건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예체능 분야에서도 학생인권침해 사건이 종종 보도되는데, 혹시 예체능 분야에서 장애학생의 인권침해 사건을 담당하시거나 경험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예체능 분야는 엘리트 중심주의로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애학생은 거기에서 이중적으로 소외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하는 친구에게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쟤가 장애인이래’ 이것에 초점을 맞춰서 오히려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엘리트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열심히 함에도 ‘장애인이 해봤자 어디까지 하겠냐’, ‘불쌍한 사람, 하고 싶다는데 도와주지’ 이런 반응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 뿌리에는 엘리트주의가 있는 것이죠. 저는 이런 부분이 굉장히 불편했고,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최근 소셜벤처나 스타트업 등에서 장애인의 예술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하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그런 시도들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이 활발해짐으로써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중적인 시선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애학생들이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꼭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 있을까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와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같은 사람들을 찾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애학생들은 대체로 집에서 케어를 많이 받는다 하더라도 위축되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굳이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도 어릴 때부터 ‘감내해야 해’ 이런 식의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본인이 그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나는 평생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 이 사회에 별로 보탬이 안 되고 누군가가 나를 먹여 살려야 되는 그런 사람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그러한 것들이 동등한 시민이 아닌 돌봄의 대상처럼 본인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나 자주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같이 풀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애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사람마다 장애의 정도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같은 얘기는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내가 옹호하고자 하는 누군가와 얼마나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소통하고 있느냐, 그 방법을 찾아서 하고 있느냐, 그냥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고, 내 말을 따라서 하면 된다라는 식이 아니라 당사자가 자기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것을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 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학생 또는 학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조금 무거운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요. 저는 주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항상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얘기를 들어도 사실 나의 잘못처럼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떨치기 어려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지금 겪고 계시다면, 그 일은 이미 벌어졌기에 그런 생각은 정말 무용한 생각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 지가 훨씬 중요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생각이 바로 ‘내 잘못이야’, ‘내 탓이야’,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들입니다. 그런 생각들을 정말 과감하게 계속 털어내시면 좋겠습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김예원 변호사의 저서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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