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희(무지개학교 교사)

<무지개>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무지개학교는 '다양한' 빛깔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제 색
을 존중합니다. 제 색을 존중한다는 것은 다른 이의 색도 존
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무지개는 그 아이들의
빛깔을 살리며, 함께 잘 어우러져 삶을 사는 곳입니다. 그리
고 그 곳에 그 많은 아이들 속에 제 색을 지닌 '장애'를 가지
고 있는 아이도 있답니다. 그렇게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습
니다.
무지개학교는 2003년 3월 14명의 아이로 경기도 과천에
개교한 작은 대안학교 입니다. 2013년 올해로 10년이 된 지
금, 96명의 아이들이 이 학교에
다니며 이중 장애학생의 비
율은 10% 내외입니다.
무지개학교는 첫 설립결의문에 '어떤 이념이나 장애, 성
별, 빈부 등에 있어 차별하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있습니
다. 2005년 처음 장애학생이 학교문을 두드렸고, 자연스레
통합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함께 살다보니, 어
려움이 많이 있었지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 다른 친구
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는 것만 같은 상황들... 교사들은 어
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고, 그렇게 처음 특수교사를 뽑게 되
었습니다. 그러나 특수교사가 모든 것을 해결될 순 없었죠.
한 가지 한 가지씩 서로가 머리를 모아 무지개의 '통합교육'
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흘렀
습니다.
우리학교에서는요. 특수교사를 제외한 선생님들을 생활
교사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10명의 생활교사(대표교사1인,
행정교사1인, 담임교사 8인)와 1명의 특수교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11명이 모여 '통합'교사라 말합니다.
눈치채셨나요? 우리에게 통합(장애·비장애통합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되었는지요. 그리고 그것이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요.
안녕하세요. 저는 무지개학교 특수교사 '이초희'라고 합니
다. 여기에서는 '연둣빛'이라 불리우지요. 부모님들도 선생
님들도 아이들도 모두 연둣빛이라 부릅니다.
2009년 처음 무지개학교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 속에 한
아이를 만났지요.
그 아이가 저를 여기로 계속 불렸고, 그렇게 저는 이곳에
끝도 없는 발걸음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멋진 선배님들
도 많이 만났어요. 어느새 나는 이곳의 선생님이 되었습니
다. 벌써 무지개 5년차, 교사로 4년차가 되어가는 시간들이
네요.
2009년 14명의 아이들이 무지개학교에 1학년이 되었습니다. 13명의 비장애친구들과 1명의 장애학생이 있었어요.
그 중 '재준'이는 심한 중도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입니다. 이 친구에게는 감각조절의 어려움이 있어요. 냄새를 킁킁 맡는 다던지, 로션이나 퍼티와 같은 물질로 계속해 촉각자극을 주어야 안정적이 된답니다. 낯선 곳을 두려워하고 음식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질문에 대한 반응을 잘 하지 않거나 한쪽 귀를 막고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하고, 힘을 쓰면 다른 친구들까지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반면에 사람과 친구를 좋아하는 녀석입니다. 기억력도 좋고, 똑똑한 녀석이지요.
한 반에서 먹고, 입고, 공부하고 생활하고, 놀고, 여행다니며 2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처음만나는 낯선 두려움. 거기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되기까지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기까지....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뿔뿔이 흩어집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러 떠나죠~. 무지개학교는 '살림수업'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수업을 한답니다. 의·식·주에 기반을 둔 주제들을 가지고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수업을 합니다. 학년이 통합되고, 교과가 통합되고,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이 이루어집니다. 한 반에는 2명의 생활교사가 있어요. 아이들과 교사는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일 년의 삶을 살아갑니다. 2명의 생활교사와 학년통합, 의·식·주에 기반을 둔 살림수업! 모두 통합교육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요.
학년이 오르며 중등을 가기 전 5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 1년의 과정으로 '진로모임'이라는 이름의 수업이 있어요. 삶을 전반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모임이지요. 작게는 중학교일 수 있고, 조금 크게 직업일 수 있으며, 길게는 삶의 전반적인 모습을 그려가는 시간이지요. 올 해는 저와함께 '재준'이가 있는 5학년 친구들이 진로모임의 주인공입니다.
2013년도 진로모임은 '시나브로'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사브작 사브작 자신의 길을 찾아서' 그 첫 시작을 지리산 종주로 시작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 힘들고 고된, 값진 시간을 함께 하지요. 그 곳에도 '재준'이가 함께 하느냐구요? 물론이지요.
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전학 온 친구를 포함해 15명의 친구들과 4명의 교사, 한 명의 자원봉사자 계란이 함께 하는 지리산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종주를 준비하며 긴장되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체산행 중 장난을 친다며 높은 바위에서 달리며 내려오기도 하고, 학기 초 불안정한 모습으로 교사와 부모님들, 아이들을 긴장시키기도 한 '재준'이였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교사들과 역할과 함께 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을 세웠습니다.
단순한 길. 끝도 없는 오르막, 간혹 드러내는 낭떨어지, 그래도 걸을 수 밖에 없는 발걸음.
단순하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했고, 각오를 해야 했어요.
노고단-벽소령-장터목-백무동. '재준'이는 오르는 내내 바닥에 주저 않습니다.
기나긴 오르막을 보고, 그저 바닥에 주저 앉습니다. 그러면 교사는 일으켜 세우지요. 한솔이도, 종범이도, 윤초도 '재준'이를 일으켜 세웁니다.
"재준아, 힘내. 가야돼. 오늘은 깜깜해지기 전에 걸어야 한다고 했어."
기다리는 것, 스스로 가는게 중요한데 이 녀석은 바닥에 주저 앉기만 합니다.
지나가시는 어른들은 선생님 먼저 가시라 말씀하시며 도와주시지만, 웃기만 할 뿐.
행여 위험한 행동을 할까, 멀리 자리를 비우지도 못합니다.

평소였으면, 옆에 있는 친구들더러 함께 오라고 믿고 맡길텐
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것도 힘든 친구들이 와서 돕습
니다. 다시 일어나 걷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합니다.
벽소령에 다 도착했을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밥을 해먹
으로 갑니다.
옆에 계신 아저씨가 라면을 끓여드시고 있네요 '재준이'가
옆에 다가가 라면을 흘낏흘낏.
아저씨를 만집니다. "(라면먹고싶어)", "재준아, 그거 우
리꺼 아니야~ 우리 카레먹을거야"그래도 흘깃흘깃 주변을
서성거리자 아이들이 하나 둘 다가가 장난을 칩니다. 주의
를 환기시켜주는가하면 깍지끼는 것을 좋아하니, 함께 깍지
를 끼며 놀아요. 힘들었던 몸이 따뜻한 식당안의 후끈한 공
기와 재준이와의 장난으로 금새 웃음이 나고, 밝아집니다.

마지막 날 새벽이 되었어요. 모두가 함께 일어나 종주를
마치며, 그리고 떠오르는 해를 보기로 한 날 입니다. 천왕봉
일출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지난 밤 거센
바람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봅니다. 어른인 내
몸도 휘청거릴만큼 거센 바람과 짙은 안개가 가득합니다.
앞이보이지 않고, 간밤에 내린 비로 미끄럽습니다.
"재준이가 올라갈 수 있을까...20명 모두 함께 이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을까"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모두 함께 하는 것이 좋지만, 재준이의 속도에 맞춰보자."
지난 3일을 내리 주저 앉던 녀석이 천왕봉을 오르기 시작
합니다. 한번도 주저앉지 않고,
아이들 하나하나 바람을 막아내며, 오릅니다.
한시간쯤 올랐을까. 드디어 천왕봉도착.
비록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위험한 상황들을 헤치며, 20
명의 동.행.인.들이 도착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 평
생을 이렇게 반짝이는 시간들로 서로에게 힘이되어 벗으로
살아가겠구나.
백무동 마지막 밤입니다.
돌아가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합니다. 재준이는 "나에게
2013 성장여행이란?"질문을 골랐습니다. 재준이에게 물었
어요. "........." 대답없는 너.입니다. 흐흐.
"그럼 친구들이 찾아줄까?"
"자기 그릇도 스스로 씻고, 짐도 스스로 챙겼어요."
"천왕봉 끝까지 우리가 함께 종주를 마쳤어요."
처음 자원봉사를 오셨던 자원봉사자 계란이 말하길. "모
든 활동에서 함께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던 것도 함께
하는 것.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것.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해야할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배려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준'이를 무조건 1인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
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장애'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죠. 그
리고 그 어려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 스펙트럼도, 그 깊
이도 말이죠. 그 다름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것. 그리고 자
신의 소명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길. 서로가 길을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길에서 서로에게 진정한 기둥이 되길. 더불
어 행복하게 살아가길. 각자의 인생에서 따로 또 같이 반짝
거릴 아이들이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