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여행
겨울은 겸손을 배우게 합니다.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이
삭풍의 얼음 바람 속에서
생명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을 보며
어찌 교만할 수 있겠습니까.
-
겨울은 함께 사는 사람살이를 감사하게 합니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해지는 어둑함 속에서
두텁게 껴입은 옷깃사이로 파고드는 냉기를 온몸에 느낄 때
따스한 가족들의 웃음 띤 얼굴을 마주하는 식탁을
어찌 소중히 여기지 않겠습니까.
-
겨울이 우리에게 인생의 곤함과
그러기에 더욱 고귀한 사람살이를 깨우쳐준다면
우리는 여행을 겨울에 떠나야 합니다.
갖가지 현란한 꽃들이 내뿜는 봄 향기가
나른함을 퍼트리는 봄날과,
눈 시리게 푸르른 녹음이 손짓하는 여름,
무지개를 수액 깊숙이 빨아들인 듯
오색 단풍이 찬연한 가을,
그렇듯 눈길을 빼앗고 마음을 산란케 하는
화려함으로 치장된 계절이 아닌
-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애틋이 느끼는 마음이 우러나게 하고
수 십 억의 사람과 사람 중에서
너와 나의 만남이
바로 기적인 것을 깨닫게 하는 이 혹한의 계절에
우리는 벌거벗은 산야와 얼어붙은 대기 속으로
떠나야 합니다.
겨울여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