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 겨울여행 

 

 

겨울여행


겨울은 겸손을 배우게 합니다.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이
삭풍의 얼음 바람 속에서
생명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것을 보며
어찌 교만할 수 있겠습니까.

겨울은 함께 사는 사람살이를 감사하게 합니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해지는 어둑함 속에서
두텁게 껴입은 옷깃사이로 파고드는 냉기를 온몸에 느낄 때
따스한 가족들의 웃음 띤 얼굴을 마주하는 식탁을
어찌 소중히 여기지 않겠습니까.

겨울이 우리에게 인생의 곤함과
그러기에 더욱 고귀한 사람살이를 깨우쳐준다면
우리는 여행을 겨울에 떠나야 합니다.
갖가지 현란한 꽃들이 내뿜는 봄 향기가
나른함을 퍼트리는 봄날과,
눈 시리게 푸르른 녹음이 손짓하는 여름,
무지개를 수액 깊숙이 빨아들인 듯
오색 단풍이 찬연한 가을,
그렇듯 눈길을 빼앗고 마음을 산란케 하는
화려함으로 치장된 계절이 아닌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애틋이 느끼는 마음이 우러나게 하고
수 십 억의 사람과 사람 중에서
너와 나의 만남이
바로 기적인 것을 깨닫게 하는 이 혹한의 계절에
우리는 벌거벗은 산야와 얼어붙은 대기 속으로
떠나야 합니다.
겨울여행을...

 

 

시, 그림 윤석인 수녀(성가정의집 원장)
1961년 초등학교 5학년 류마티스관절염 발병1급 지체장애인 판정
1988년 10월 88장애인올림픽 예술제 초대 출품
1991년 10월 제1회 곰두리미술대전 입선
2001년 3월 자전적 그림에세이 '동행' 출간
2011년 12월 그림에세이 '무지개선물' 출간
2000년 제1회 개인전, 2001년 제2~3회 개인전, 2009년 제4회 개인전


현장특수교육 겨울호 제20권

  • 01 프롤로그
  • 02 오픈컬럼
  • 03 스페셜테마
  • 04 톡톡Talk
  • 05 지상수업
  • 06 현장투어
  • 07 차 한잔을 마시며
  • 08 포토에세이
  • 09 돋보기
  • 10 월드리포트
  • 11 행복우체통
  • 12 특수교육 Q&A
  • 13 특수교육동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