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경남혜림학교 교사
“드디어 말로만 듣던 ‘고교학점제’를 마주하게 된 2023학년도는 좌충우돌, 파란만장한 한 해였다.”
교육부는 안정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2018년부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운영을 시작했으나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2023학년도에 전국 4개교에서 첫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운영이 시작되었다. 선택과목 및 진로·학업 설계에 대한 관련 자료는 없고 일상생활 속에서의 선택과 자기 결정력 등을 주된 목표로 하는 특수학교에서 학생의 선택을 강조하는 고교학점제는 어불성설이었다.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가 되는 “학생”일 것이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선택하고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여 계열성 있게 진로·학업 설계를 해야 한다. 처음으로 마주친 난관은 선택과목 선택이었다. 초코 아이스크림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중에 선택하려면 각각의 아이스크림의 맛을 알아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선택과목을 선택하려면 선택과목에 대해 알아야 했다. 이에 선택과목 수요조사 전 「알기 쉬운 선택과목 안내서」를 제작·배부하였다.
알기 쉬운 선택과목 안내서
「알기 쉬운 선택과목 안내서」는 과목 설명 및 내용 체계와 더불어 과목과 관련된 직업정보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미지 자료와 AAC를 활용하여 제작하였다. 학생들에게는 선택과목에 대한 노출을 높이기 위해 복도에 큰 포스터와 키오스크로 게시하고, 학부모들에게는 “공감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여 고교학점제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진로·학업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선택과목 수요조사 전에 선택과목 직무 체험을 실시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몸으로 체득하고 경험한 후 체크 리스트 평가를 통해 직무 흥미도와 자기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 난관은 “학생” 스스로 진로·학업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발달장애 학생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진로·학업 설계 지도의 어려운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동기부여 부분이었다. 둘째, 장애 학생 맞춤형 진로·학업 설계 지도를 위한 관련 안내자료 및 활동자료가 없어 실제적인 지도가 어려웠다. 셋째, 자신의 적성, 흥미 등 자기 이해를 위한 표준화된 평가 도구의 활용에 있어 많은 문항 수와 문항 내용의 어려움으로 객관화된 자기 탐색 활동이 어려웠다.
이에 우리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 이해하기, 진로 탐색 및 설계하기, 나만의 교육과정 설계하기, 부록의 구성으로 「진로·학업 설계 워크북」을 제작하고 수업에 활용하였다.
진로·학업 설계 워크북
「진로·학업 설계 워크북」은 친숙한 이미지 자료와 스티커를 자료로 제작하여 활용함으로써 나와 직업을 알아가는 탐색 활동에 다양한 학습 수준의 학생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표준화 검사가 어려운 학생들도 학생 참여형 검사 활동 및 스티커 활동으로 스스로 흥미와 적성을 알아보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 취업처 분석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자료에 근거하여 발달장애 학생 맞춤형 직업정보 및 직무기능 제공과 함께 직무능력 평가 체크 리스트를 제공하여 나와 진로·직업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도록 디딤돌을 제공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직업과 관련된 선택 과목을 계열성 있게 수강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안내하여 학생,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진로·학업 설계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선택과목의 성취기준 개수가 많아 교육과정 재구성과 평가와 관련된 부분도 꾸준히 부딪혔던 난관들이고, 전문적 학습 공동체 활동과 컨설팅 등으로 해결해 보고자 노력했던 부분이었다.
2024학년도는 ‘고교학점제’를 마주한 지 2년 차 되는 해이다. 첫해보다는 덜 낯설고 어쩌면 특수학교에서 더 빛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는 ‘학생 맞춤형 교육’, ‘개별화교육’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무기능 중심 수업을 통해 적극적인 배움의 태도를 배우고 앎과 삶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교의 2년 차 연구학교 운영 중점은 ‘고교학점제’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의 진로·학업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유, 초, 중, 고, 전공과가 서로 연계된 진로·학업 설계 지도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또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한 CO-teaching 및 프로젝트 수업으로 선택과목 수업의 질을 높이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내실화 있는 선택과목의 운영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 대상으로 “공감 토크 콘서트”와 “취업처 현장 연수”를 실시하고, 고등학교 과정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학업 계획서 작성”과 “직장인 졸업생 선배와의 잡(job) 토크”, “선택과목 전시회와 부스 체험”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실시하였다.
이제 곧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따른 진로에 맞게 선택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보이는 밝은 표정과 자신과 세상에 대해 새로움을 발견하면서 보이는 반짝이는 눈빛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특수학교의 ‘고교학점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불성설”이 아니라 “우공이산”이라는 것을!! 맨바닥에 헤딩을 하고 마구잡이로 삽질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