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웅 전남교육청 주무관

지난 4월 19일 '제1회 대한민국어울림축전'이 열리는 여수엑스포.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첫날 2만명 가량이 찾을 거라 예
상했는데, 엑스포 측에서 6만명까지 카운트를 하다 포기했단다. 처음으로 기획하여 열리는, 그래서 행사장이 너무 썰렁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눈앞의 수많은 인파 속에 눈 녹 듯 녹았다. 전날 악몽 같은 상황을 겪었던 행사 운영진들에게 이날의 성황은 온탕과 냉
탕, 지옥과 천국을 번갈아 경험하는 것이었다.
무대와 부스 설치,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던 축전 전날 저녁 6시께, 갑작스레 돌풍이 불어 닥쳤다. 야외에 설치된 부스가 하나
씩 무너져 내리더니 200개 부스 중 3분의 1가량이 쓰러져 버렸다. 대부분의 부스 설치가 완료됐었고, 다음날 아침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인 상황에서 무너진 부스를 보며 모두들 말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복구가 가능할까?', '날씨가 더
안 좋아지는 건 아닐까?', '이대로 행사를 포기해야 하나?' 만 가지 생각이 교차됐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기에는 일분일초의 시간
도 아까웠다. 상황 파악과 복구를 위한 회의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밤새도록 복구 작업이 계속됐다. 간절히 원하면 가끔씩 기적도
일어나는 법이다. 그날 밤 무슨 마법이 부려졌는지 행사 당일 아침, '제1회 대한민국어울림축전'은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나 있었다.
장애와 비장애의
아름다운 어울림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체험학습 문화축제 '제1회 대한민국 어울림축전'이
지난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 동안 여수엑스포 일원에서 열렸다. 20일 장애인의 날,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장애인식 개선과 통합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장만채) 주관, 교육부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행사는 전국 특수학
교 학생들을 비롯해 유·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12만명 가량이 참여해 성황을 이
뤘다. 첫날 개막식에는 장만채 교육감을 비롯해 김재춘 교육부 차관,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
국회 김성곤 의원, 전국 시도교육감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저녁에는 만찬과 더불어 전국 시·
도교육청 관계자들의 정보교류와 친선을 위한 '시·도 교류회'도 열렸다.
관람객 12만명,
행사 위탁 않고
직접 기획·운영
전남교육청은 이번 축전에 학생과 교직원, 가족 단위 관람객 12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
했다. 장애학생들의 참여율도 약 15%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특히 이번 축전의 전반적인 기획과 운영을 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전남교육청이 도맡아 진행해
예산 절감과 알찬 내용으로 행사 운영 등의 효과도 얻었다. 대부분의 부스 운영이 학생과 교사,
특수·과학 교과연구회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3일간 연인원 기준 진행요원 2천명, 학
생도우미 1천8백명이 무보수로 행사를 지원했다. 전남교육청은 이를 위해 행사 진행요원과 도
우미로 활동하는 학생 및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연수를 지역별로 실시하기도 했다. 사전 연
수의 내용은 행사 운영에 대한 것보다는 어울림의 의미를 살린 장애 이해 교육에 중점을 뒀다.

"장애를
이해·공감하며
자연스레 배려
배웠어요"
'특별한 초대, 과학으로의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전에서는 특수교육, 과학 등과 관
련된 다채로운 내용의 15개 주제관, 200개 부스, 213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부스 가운데 순천 선혜학교 학생들이 운영한 '두발로 만드는 친환경 솜사탕' 부스가 특히 인기
가 많았다. 이 부스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4명이 함께 짝을 이뤄 자전거 페달을 손·발로 굴
려 생산된 전기로 솜사탕을 만드는 체험을 제공했다.
진성여고 1학년 김가희 학생은 "장애학생들과 자전거 페달을 함께 굴리면서 몸이 불편한 친
구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배려를 배운 것 같다"며 "체험을 마치고 솜사탕까지 받
아 두 배로 신난다"고 즐거워했다.
동티모르에서 온 선생님들의 '꼬마 전동기로 놀자' 부스도 의미 있는 부스로 평가됐다. 이 부
스를 지원하고 있는 전국과학교사협회 소속 김홍석 교사는 "지난 2007년 한국의 과학교사들이
교육봉사의 일환으로 동티모르 교사들과 함께 실험연수를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동티모르 과학
교육에 도움을 줬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동티모르 교사와 학생들이 어울림축전
의 의미와 취지에 공감하면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석고로 손가락 모형 만들기 프로그램과 우리 생활 속 간단한 도구로 에어로켓 만들기, 3D
프린터와 3D펜 체험, 드론을 실제 조종해 보는 체험, 가상 파일럿 체험, 스페이스 점핑 체험 등
의 프로그램이 교육적 효과와 흥미로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200개 대부분의 부
스가 축전 참여자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로 성황을 이뤘다.
축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여수고등학교 2학년 김대현 학생은 "사람들이 별로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축전에 참여해 놀랐다"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도와주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 장도 마련,
2만개 리본
팽목항으로…
행사 기간 내내 본무대에서는 장애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져 관람객들의 호응과 박수갈채를 받
았다. 덕수학교, 목포인성학교, 충주성심학교, 대구성보학교, 은광학교 등 장애학생들이 난타,
댄스, 마술, 모둠북,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쳤다.
시간대 별로 다양한 주제의 경진대회가 펼쳐진 어울림경연관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장애학생
과 일반학생이 함께 팀을 이뤄 에어로켓, 모형 투석기, 진동카 등을 만들어 목표물을 맞히는 경
연이 특히 인기였다.
서울에서 온 한 학부모는 "많은 축제를 다녔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교육적으로 유익한 체험은
처음이다"며 "더구나 모든 프로그램 부스가 무료로 운영되는 것에 놀랐다"고 전했다.
다른 학부모는 "과학 선생님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면서 과학 원리를 설명해 주고 체험을 도
와주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상당히 수준이 높은 행사"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축전에서는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축전 참여자들은 노란
리본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을 적어 줄에 매달았다. 전남교육청은
어울림축전 참여자들의 마음을 담은 2만여개의 추모 리본을 축전이 끝나고
진도 팽목항에 옮겨 매달았다.
학부모 김현숙(40·여·광주 양동)씨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아이
를 가진 부모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7살 아이와 추모 리본에 글을 적어 매달
면서 세월호를 설명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나눴다"고 말했다.

'어울림'
어떤 의미?
행사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기자들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것이 '어울림이라는 게 어떤 의
미냐, 어떻게 드러나느냐'는 것이었다. 이번 축전을 통해 '어울림'이라는 의미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우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울려 함께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했다는데 첫 번째
의미가 있었다. 특수교육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교과목 간의 어울림 의미도 있을 것이고, 특수교
육 교사 및 관계자들의 첫 전국 규모 시·도 교류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번 어울림축전을 기획하면서 의도한 진정한 취지는 일반학생들이 장애학생들과 함께 프로
그램을 체험하면서 장애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체험 부
스마다 '어울림석'이라는 것을 운영했다. 일반 대기석과 별도로 어울림석은 장애학생들만 이용
하도록 해 장애 학생들의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한편, 프로그램 체험 시 장애학생이 1명 이상 포
함되도록 해 일반학생과 서로 돕고 어울려가며 체험활동을 진행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러한 장
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의 '어울림'을 통해 장애 인식 개선과 사회 통합 교육을 이루는 것, 그
리고 장애와 특수교육을 이해하고 과학을 통해 꿈을 키우며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소통과 협력
의 장을 만드는 것이 이번 축전의 본래 취지였고, 그 취지를 충분히 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울림축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가야"
이번 제1회 대한민국어울림축전의 주제는 특수교육과 과학의 접목이었지만, 이 축전은 앞으
로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주제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와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
을 이끌어내는 방향이라면 한 가지 주제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과 교육 현장의 요구를 반영
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가는 축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전을 총괄한 김창윤 장학관의 평가다.
"전남이 특수교육에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 축전을 통해 전남교육의 특수교
육에 대한 관심이 이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도 한층 성숙되
길 바라는 마음도 녹아있습니다. 이번 제1회 대한민국어울림축전의 주제는 특수교육과 과학의
접목이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주제로 발전될 수 있을 겁니다. 장애와 특수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향이라면 한 가지 주제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민과 교육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