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차갑게 내려앉은 어둠속에서
어느 집 값비싼 물건의 옷이었을 박스들이
뻣뻣한 주검으로 누워있는 아파트 모퉁이
재활용 무덤을 잔걸음으로 서성이는 노파와
그녀만큼이나 늙어 곁을 지키는 수레를 보았다
제 한 몸도 바위를 옮기는 듯 보이던 그녀가
내일의 삶을 위해 분출하는 힘은 얼마나 강한지
굽어진 허리를 폈다 접었다 반복하며
환생을 기대하는 파지의 주검들을
층층이 쌓아 길을 재촉한다
이미 적정 무게의 수위를 넘어선 늙은 수레는
가시밭길 함께 걸어온 그녀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끼익끽" 날선 신음 소리를 내면서도 천천히 뒤따르고
휘청이며 옮기는 그녀의 작은 발은
뉘가 버린 너털너털한 신발에 숨었는지
헐렁이는 발걸음으로 슬픈 자서전을 쓰고 있다.
아파트 건너편 교회 종탑에 십자가 빨갛게 밝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