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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모두의 책

❶ 알록달록 책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에 불어넣은 새 숨결

볼로냐가 찬사를 보낸 이억배의
《오누이 이야기》

  • W - 편집실 M - 사계절
“저 산속에 저 고목나무에 도깨비가 살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
그림책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어른이 잠깐 동안의 행복을 느끼는 것
그림책의 세계는 글과 그림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마음속에 세우는 또 하나의 세계입니다”

이억배 작가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옛이야기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거장 이억배 작가의 손끝에서 현대적인 생명력을 얻어 세계 무대의 정점에 섰다. 2026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 부문(우화 와 전설) 대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낸 것이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매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 모의 아동 도서전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아동 문학계의 노벨 상’이라 불릴 만큼 그 권위가 높다. 이번 《오누이 이야기》의 대상 수상은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를 넘어, 한국 전래동화가 가진 보편적인 서사 구조와 독창적인 시각 예술이 전 세계인 의 공감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심사위원들은 원화의 맛을 살 린 대담한 연출과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 의 역량에 찬사를 보냈다.

민화와 만화가 어우러진
대담하고 소박한 미학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민화적인 동시에 만화적인’ 연출에 있다. 옛 민화와 오늘날 만화의 특징이 어우러지면서 보다 해학적이고 재치 있는, 흥미진진한 서사를 완성했다. 민화 속 ‘까치호랑이’를 닮은 익살스러운 호랑이와 굴곡진 고목은 한국적 해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또 원화의 자연스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세로로 긴 대형 판형을 채택했다. 오누이가 호랑이를 피해 나무를 오르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상승감’은 이 책만이 가진 백미다. 주조색인 청색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깊은 산속의 밤을 표현한 화면은 장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

글·그림 이억배 | 사계절 2020년

어린이를 향한 존중과 인간성의 회복

이억배 작가가 이 오래된 이야기에 다시 숨을 불어넣은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호랑이를 단순한 악역이 아닌 ‘폭력’의 상징으로, 오누이를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와 지혜’의 상징으로 보았다.
작가는 “어린이 스스로 폭력 앞에서 자신을 지킬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서도 실수를 저지르는 오누이의 ‘인간성’에 집중함으로써 오늘의 독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어른은 어린이였다”고 말하는 그는, 그림책을 통해 어른들이 잃어버린 선한 본능을 회복하고 아이들과 함께 잠깐의 행복을 누리기를 소망한다.
글과 그림이라는 재료로 마음속에 또 하나의 세계를 세우는 이억배 작가. 그의 《오누이 이야기》는 이제 한국의 담장을 넘어 전 세계 아이들의 머릿속에 해와 달을 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