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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의 여정

교육 나침반

지역사회와 함께 자라는 학교,
PBS가 그리는 포용의 지도

교실 안에서만 학생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보내는 학생에게, 행동은 ‘학교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행동지원(PBS, Positive Behavior Support)은 바로 그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는 통합적 접근이다.

  • W - 김정민
  • 순천향대학교 향설나눔대학 교수

PBS, 지역이 함께 만드는 ‘행동의 생태계’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이미 기적 같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수업과 행정, 생활지도많은 특수교사들은 “문제행동이 많은 학생을 교실 안에서만 감당하려니 숨이 막힙니다”라고 토로한다. 분명, 교실 안에서의 지도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의 하루는 학교에서 끝나지 않고, 가정과 지역사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긍정적 행동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 이하 “PBS”)은 이러한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다. PBS는 단순히 ‘문제행동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다. 오리건대학의 Horner와 Sugai(2015)가 제안한 이 모델은 학교가 학생의 긍정적 행동을 일상 속에서 강화하는 환경으로 변화하도록 돕는 통합적 체계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의 행동을 지지하는 행동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달 열린 제5차 아시아태평양 긍정적 행동지원 국제 학술대회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의 발표자들은 “PBS는 학교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캐나다·미국·호주·일본의 사례 모두, 학생의 행동이 지속적으로 변하려면 학교 밖에서의 지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오리건주는 PBS의 고향이다. 학교마다 PBS팀이 있고, 이 팀은 학생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복지기관이나 멘토링 센터와 협력해 지원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공격적 행동이 잦은 학생에게는 지역 상담기관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그 내용을 가정과 공유해 교사–부모–전문가가 한 방향으로 돕는다. 노르웨이의 초·중학교에서는 ‘학교 전체 긍정적 행동지원’을 도입한 후 4년간의 추적조사에서 문제행동이 눈에 띄게 줄고 교실 분위기가 개선되었다(Sørlie & Ogden, 2015). 스웨덴 또한 PBS가 도입된 학교에서 교사와 지역사회 간 협력이 늘며 학교폭력 감소와 학습 몰입도 향상을 경험했다(Nylén et al., 2021). 일본은 조금 다른 길을 간다. 전통적인 고향교육(郷土教育)과 지역공동체 중심의 학교 운영 문화 위에, 최근에는 학교 전체 긍정적 행동지원의 철학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Otsui et al., 2022).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며, 마을 어르신이 수업에 참여하고, 학교·가정·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체험학습을 지원하는 등의 교육 구조를 장려하고 있다(MEXT, 2023). 즉, 학생의 생활습관과 사회적 행동을 학교가 아닌 마을 전체가 함께 길러주는 구조가 일본형 PBS의 토대가 되고 있다(Saito, 2015). 대만은 가족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PBS 접근이 점차 제도적 틀 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특수교육 지원체계 개선계획을 통해 각 지역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복지기관, 자원봉사단체, 가족과 협력하여 학생 행동지원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도록 장려하고 있다(Ministry of Education, 2025). 특히 가족 참여 중심 PBS 연구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Chu, 2015), 교사를 대상으로 한 PBS 전문연수와 행동중재계획 품질 향상 연구(Wu, 2017)도 보고되고 있다. 즉, 학교를 넘어 지역과 가정이 함께 학생의 행동을 지지하는 ‘지역사회 기반 행동지원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한 아이의 행동은 한 학교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즉, 학생의 행동은 교실 안에서 시작되지만, 그 행동을 유지시키고 확장시키는 힘은 학교 밖에서 자란다. 미국의 PBS가 지역 복지기관과 연계해 지속적인 지원망을 만든 것도,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교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행동문화를 설계한 것도, 결국은 아이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PBS는 개별 교사의 열정이나 기술로 완성되는 체계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이미 기적 같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수업과 행정, 생활지도를 모두 떠안은 채, 복합적인 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을 정성껏 품고 있다. 하지만 교실의 문을 닫는 순간, 그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이제는 학교가 홀로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복지관, 상담센터, 보건소, 지자체가 ‘학교의 손을 잡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단위 행동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자. PBS의 핵심은 연결이다. 미국에서 PBS를 경험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의 행동지원팀은 교육청이나 복지기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옆에는 월마트, 맥도널드 등이 함께했다. 지역사회 기업이 후원자로 참여해 학생과 부모를 위한 PBS 파티 물품을 지원했다. 학생이 한 달 동안 긍정적 행동 목표를 달성하면, 가족이 함께 초대되어 쿠폰으로 놀이·간식·체험을 즐겼다. 이 단순한 행사가 지역을 변화시켰다. “그 아이가 노력한 한 달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함께 축하하는 자리.” 교사는 혼자가 아니었고, 지역이 함께 아이를 키웠다. 문제행동이 잦은 학생의 사례를 지역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심리치료·가정방문·지역활동으로 연결한다. 교사는 지시자 대신 연결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교사 중심의 PBS팀에 학부모·사회복지사·지역 멘토가 함께하면, 학교-가정-지역이 하나의 지원망으로 움직일 수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이러한 지역단위 행동지원 네트워크가 운영되며, 교사와 사회복지사가 학생 지원계획을 함께 세운다.
둘째, 가정이 함께 실천하는 ‘하나의 언어, 하나의 PBS’를 확산하자. 특수교사가 PBS를 운영하며 가장 자주 마주하는 벽은 가정에서의 불일치다. 학교에서는 긍정적 강화를 통해 행동이 안정되지만, 집에서는 그 변화가 쉽게 무너진다. PBS의 성공은 언어와 강화의 일관성에 달려 있다. 학교에서 “좋은 선택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집에서도 같은 언어가 이어져야 한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부모가 PBS팀의 정식 구성원이었다. 매달 열리는 Family PBS Night에서 부모들은 교사와 함께 아이의 진전을 돌아보고, 가정에서 사용할 칭찬카드와 시각일정표를 직접 만들어 갔다(Gage et al., 2020). 어떤 어머니는 아이가 아침에 스스로 양치질을 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좋은 선택이야. 네가 스스로 행동했구나.” 그 짧은 문장이 아이의 하루를 바꾸었다. 학교와 가정이 같은 언어로 아이를 지지할 때, 학생은 혼란 대신 안정감을 느끼고 행동의 틀을 스스로 세운다. 한국에서도 부모를 단순한 ‘정보 수용자’가 아니라 ‘공동 실천자’로 세우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수학급에서 사용하는 시각카드, 행동기록지, 강화표를 가정에서도 쓸 수 있게 공유하고, 학기마다 한 번은 ‘가족 참여형 PBS의 날’을 운영하면 좋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칭찬받는 방식 그대로 집에서도 인정받는 경험을 하게 될 때, 행동은 안정되고, 자존감은 단단해진다. 결국 PBS는 교사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일상의 언어이자, 관계의 문화다.
셋째, 교실 밖에서도 이어지는 행동의 일관성을 지속하자. 장애학생에게 행동은 곧 참여의 신호다. 수업 시간에 일어나 돌아다니는 행동은 ‘움직이고 싶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그러나 PBS의 핵심은 그 행동을 교실 안에서만 조절하는 데 있지 않다. 교실 밖, 일상 속에서도 같은 원리로 지지받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PBS다. 미국에서 PBS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 안에서는 강화체계를 통해 잘 유지되던 학생의 행동이 학교 밖에서는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봤다. 원인은 단순했다. 언어가 달랐기 때문이다. 교사는 “좋은 선택이야”라고 말했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PBS팀은 지역 협력기관인 도서관, 슈퍼마켓, 스포츠센터, 청소년센터 등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PBS 기본원리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자 한 바 있다. “칭찬은 구체적으로, 피드백은 즉시, 기대행동은 명확하게.” 이 단 세 문장만 공유해도 아이들의 행동은 놀라울 만큼 안정되었다. 환경이 달라져도 학생이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행동은 자발적으로 일반화된다. 한국에서도 이런 구조가 가능하다. 특수학교와 지역 기관이 협약을 맺고, 그 기관 구성원들이 간단한 PBS 원리를 익혀 장애학생을 맞이하는 것이다. PBS 참여기관으로 인증된 카페, 도서관, 복지관 등에서 “좋은 선택이에요” “지금처럼 차분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같은 언어가 들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학생은 세상이 자신을 지지하고 있음을 배운다. 이는 행동지원의 환경을 학교 밖으로 확장하는 PBS의 본질적 실천이다. PBS의 핵심은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함께 축하하고, 함께 돕는 문화다. 한 달에 한 번의 작은 파티, 지역의 후원 물품, 서로의 격려 한마디가 행동을 변화시킨다. 우리가 만들려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한국의 교사들이 그 장면의 중심에 있다. 아이를 매일 마주하는 사람, 가장 먼저 변화의 불씨를 피우는 사람, 그리고 가장 오래 아이를 믿어주는 사람. PBS는 결국 “교사 혼자의 싸움이 아닌, 모두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이어질 때, 학교는 지역으로, 지역은 사회로 확장된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함께 자라는 포용의 지도’ 위를 걷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Center on PBIS. (2024). PBIS implementation and studies. Positive Behavioral Interventions and Supports (PBIS) Technical Assistance Center. https://www.pbis.org/pbis/studies
Chu, S.-Y. (2015). An investigation of the effectiveness of family-centred positive behaviour support of young children with disabilities. Journal of Intellectual Disability Research, 59(10), 948–959.
Gage, N. A., Grasley-Boy, N., & Peshak George, H. (2020). Family engagement in schoolwide positive behavioral interventions and supports: A review of current literature and directions for future research. Journal of Positive Behavior Interventions, 22(3), 177–189.
Horner, R. H., & Sugai, G. (2015). School-wide PBIS: An example of applied behavior analysis implemented at a scale of social importance. Behavior Analysis in Practice, 8(1), 80–85.
Korean Association for Cognitive and Behavioral Analysis. (2023, November 14). 한국형 PBS의 방향과 적용 사례 [Directions and applications of Korean PBS]. 긍정적행동지원협의회
https://kacba.com/bbs/board.php?bo_table=news_01&wr_id=96
MEXT [Ministry of Education, Culture, Sports, Science and Technology]. (2023). 地域とともにある学校づくり推進事業 [Promotion of Schools in Partnership with Communities]. Tokyo: Author.
Nylén K, Karlberg M, Klang N, Ogden T. Knowledge and Will: An Explorative Study on the Implementation of School-Wide Positive Behavior Support in Sweden. Front Psychol. 2021 Feb 16;12:618099.
Otsui, K., Niwayama, K., Ohkubo, K., Tanaka, Y., & Noda, W. (2022). Introduction and development of school-wide positive behavioural support in Japan. International Journal of Positive Behavioural Support, 12(2), 19-28.
Saito, E., Watanabe, M., Gillies, R., Someya, I., Nagashima, T., Sato, M., & Murase, M. (2015). School reform for positive behaviour support through collaborative learning: Utilising lesson study for a learning community. Cambridge Journal of Education, 45(4), 489-518.
Sørlie, M.-A., & Ogden, T. (2015). School-wide positive behavior support–Norway: Impacts on problem behavior and classroom climate.
International Journal of School & Educational Psychology, 3(3), 202–217.
Ministry of Education Taiwan. (2025). Education in Taiwan 2025–2026. Taipei: Author.
Wu, P.-F. (2017). The effect of teacher training on the knowledge of positive behaviour support and the quality of behaviour intervention plans: A preliminary study in Taiwan. International Journal of Disability, Development and Education, 64(3), 308–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