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리포트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는 1966년 영사급 수교를 하였다. 그 이후 현재까지 외교와 경제, 문화, 국방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호적인 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나 특수교육 영역에서 이렇다 할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우리 원에서는 2025년 인도네시아 교육부를 비롯하여 자카르타에 있는 특수교육기관과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을 방문, 특수교육과 장애인 평생교육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교류를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된 인도네시아의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현황을 소개한다.
자카르타의 경우 학생의 장애 진단은 우리의 특수교육지원센터와 같은 장애지원센터(Unit Layanan Disabilitas)에서 실시한다. 이때 진단평가와 상담을 하는 인력은 교사 자원봉사자들이다.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진단된 학생의 교육기관 배치의 경우, 학생이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학교장에 결정 권한을 갖는다. 그래서 장애의 정도가 심하거나 학교에서 교육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의 입학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도 법에서는 이 같은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므로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 인도네시아의 장애학생 취학률이 64%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이 잘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6-3-3 학제를 사용한다. 학교는 공립과 사립의 두 체제로 운영되며 전체의 84%가 공립이다. 공사립이라는 이유로 교육의 질은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공립학교에 비하여 사립학교의 교육이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사립학교는 높은 학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모들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가 어느 정도의 교육비를 부담하느냐에 따라 사립학교 간에도 교육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특수교육에서도 공사립간 교육의 질적 차이는 명확히 나타난다. 특수교육은 일반교육에 비해 특히 많은 예산이 필요한 분야이며, 사립학교의 경우 부모가 필요한 교육비를 충분히 부담하다 보니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사립학교 소속 장애학생의 교육이 질적으로 우수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사립학교의 경우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장애학생들의 교육비가 일반학생들의 교육비에 비해서도 높다. 장애학생의 부모는 비장애학생의 부모에 비해 높은 교육비를 지출하더라도 자녀에게 필요한 교육과 치료 등을 실시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점은 우리나라의 학령기 교육과 매우 다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학교교육은 공사립의 차이가 아니라도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점이 많다. 특히 특수교육에 있어 다양성을 존중하고, 통합교육과 협력교수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과 학생의 장애 정도와 특성에 따른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점은 우리나라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에도 시사점이 될 수 있기에 그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인도네시아의 교육 현장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는 교육 현장은 언어 사용과 종교 교육 두 가지 측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언어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인도네시아는 공용어인 인도네시아어(바하사어)가 있지만 영어의 알파벳을 차용하여 읽고 쓴다. 고유의 말은 있지만 고유의 글은 영어를 차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이두와 같은 형태이다. 알파벳을 차용하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의 여러 민족 중에서 특정 민족의 언어를 글로 채택하여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민족간의 명시적 차별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공용어가 아닌 학생의 지역언어를 교육하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마련하여 다양한 민족을 통합하면서도 각 민족의 고유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는 국가의 공용어는 있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소수 민족이건 다수 민족이건 상관없이 모든 민족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 존중을 표시할 수 있는 의미있는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는 인도네시아의 다양성 존중을 보여주는 다른 사례이다.
인도네시아의 학교는 대부분 종교가 다른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기도실과 종교를 담당하는 교사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무슬림임에도 불구하고 소수 종교를 믿는 급우를 차별하거나 소외시키지 않는다. 종교를 가정 배경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부모나 형제가 다르다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 것처럼 종교의 차이도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별도의 종교시간을 두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속한 종교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는 일반학교나 특수학교의 구분이 없다.
나. 통합교육이 중심이 되는 맞춤형 특수교육
한국에서 특수교육이라고 하면 먼저 특수학급과 특수학교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특수교육이 급우들과 분리된 상황을 상상하게 하지 않는다. 장애학생들은 원칙적으로 비장애 급우들과 같은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 학생의 장애 정도에 따라 학급을 구분하거나 학급의 크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통합교육을 기본으로 한다고 해서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교육이 소홀히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1년 정도 모니터링한 후 학생의 특성과 요구에 맞게 개별수업, 소집단수업, 완전통합수업 참여 시수를 정해 체계적으로 개별화교육계획을 실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교육을 집중교육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수업과 활동에 따라 학생과 교사 비율을 1:1 혹은 2~3:1의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개별화 집중교육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읽기와 쓰기 같은 기초 교과에 대한 개별지도나 소집단 수업, 그리고 우리나라의 치료지원에 해당하는 언어치료, 작업치료 영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 교사 간 협력과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
인도네시아의 장애학생이 배치된 유·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에서는 교사간 협력교수가 일상화되어 있다. 특수학교에서도 여러 교사가 한 교실에서 십여 명의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일반학교의 경우, 2~3명의 교사가 함께 통합학급 수업을 운영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사립학교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교육과정과 학교 경영방식이 유연하기 때문에 학교교육과정 설계와 교사 수급과 배치 등에서 장애학생 지원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교사가 있는 곳으로 장애학생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필요한 곳으로 교사를 배치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주로 한 명의 교사가 수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다른 교사들은 장애학생을 비롯하여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나 활동을 지원하는 교수-지원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장애학생을 옆에서 보조하는 섀도우 교사라는 보조역할이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자연스러운 지원 유형으로 자리해왔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일반학교에서 장애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경우, 특수교사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통합교육과 장애학생 지원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육부에서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자격연수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사교육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단위학교 자체적으로 교사교육기관이나 특수교육 관련 전문가와 협력하여 보편적 수업 설계와 교육과정 재구성 등 통합교육에 필요한 교사교육을 실시하고 장애학생의 통합교육과 사회참여를 위해 부모교육을 지원하는 등 민간 주도의 적극적인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상 인도네시아의 특수교육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았다.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인도네시아는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국가 수준의 장애 학생의 선정 배치 체계 미수립 등의 이유로 정확한 장애학생 수의 파악이 어렵고, 학교의 입학 거부 등에 따라 장애의 정도가 심한 학생은 입학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교육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말 특수교육발전계획의 공표를 예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장애 진단을 통한 입학 인원 확대, 교사 역량 강화, 보편적 지원 강화, 맞춤형 교육과정과 교수적 수정의 제공, 학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관련 기술 지원, 빈곤가정의 장애학생 지원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공교육을 기반으로 한 특수교육의 제도적 장치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수준이 아직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긍정적 관점을 갖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려는 그들의 시각은 특수교육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여겨진다. 특히 학교교육과정과 학교경영 측면에서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복수 교사 배치, 협력교수, 다양한 유형의 개별화교육과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제공이 학교 단위에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통합교육의 모형과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는 우리나라 교육에 큰 시사점이 되리라 생각된다.
참고자료
외교부(2025). 인도네시아 약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