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포털 사이트에서 ‘환경’을 검색하면 ‘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감소’, ‘해양 산성화’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연관되어 나온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문제와 위기의식을 먼저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부터 개선해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특히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생태전환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22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교육과정 구성의 첫 번째 중점사항으로 ‘디지털 전환, 기후·생태 환경 변화 등에 따른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삶과 학습을 스스로 이끌어 가는 주도성을 함양한다’가 명시되어 있듯, 생태전환교육은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글자를 읽고 쓰는 것조차 어려워하여 교사의 도움과 촉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이 주제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됐다. 특히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할지가 가장 큰 과제였다. 추상적인 개념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고, 각 교과의 성취 기준을 지키면서 주제 간 연계성을 확보해야 했다. 동시에 학생들의 발달 수준과 학습 접근성에 맞게 내용을 전달해야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생태와 환경을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며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대주제를 설정했다.
각 대주제를 바탕으로 과학, 사회,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에서 환경과 관련된 단원을 선별했다. 선별된 단원들은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여 다시 13개의 소주제로 구성했으며, 각 소주제는 학생들이 활동을 통해 배운 내용을 자연스럽게 생활과 연결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우리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배워가는 것을 수업의 목표로 삼았다. 생명의 기운이 피어나는 4월,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는 활동을 했다. 자연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와 풀의 모습에 반응하는 환경 감수성을 함양하고자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교실에서 식용 꽃으로 음식을 만들고 자연물을 관찰하는 활동을 시도해봤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운동장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볼 때도 아이들의 시선은 금세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돋보기를 나누어 주자 상황이 달라졌다. 한 아이가 잎사귀 위를 기어가는 작은 개미를 발견하고 “개미!”라고 외쳤다. 그 소리에 다른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곧 여러 명이 함께 개미를 관찰했다. 어떤 아이는 작은 나뭇잎을 손으로 만지며 평소와는 다른 촉감에 박수를 치며 신기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이내 호기심과 즐거움이 번졌다. 짧지만 의미 있는 이 활동은 생태전환교육의 첫걸음이자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키워간 경험은 이후의 수업과 활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느껴지던 6월의 어느 날에는 오염된 하천을 되살리는 활동으로 EM볼을 만들었다. EM볼은 유용 미생물(EM)과 황토를 섞어서 만드는 공 모양의 수질 정화제이다. 이 활동은 우리 주변의 하천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환경적 가치와 태도를 기르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능력인 환경 공동체 의식 역량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는 아이들이 흙을 만지는 데 거부감을 보이거나, 장난으로 흙을 던지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안전수칙을 알려주며 이 공이 하천 속으로 들어가면 물을 깨끗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된다고 말했다. 흥미를 느낀 몇몇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활동을 망설이던 아이들도 조금씩 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완성된 EM볼을 집으로 가져가던 날, 한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던져요? 깨끗해져요?”라고 물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지구를 아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담긴 질문이었다. EM볼을 던지러 가족과 함께 하천으로 나설 아이들의 발걸음이, 우리의 지구를 조금 더 빛나게 해줄 것 같았다.
생태전환교육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가정과의 연계였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도 실천하며, 가족과 함께 경험하도록 돕고 싶었다. 학부모님께는 활동 사진과 자료를 보내어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안내했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또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 활동 후기나 인증샷을 찍게 했다.
· 지역 하천에 EM볼 넣기
· 가족과 함께 분리수거하기
· 여름철 에너지 절약 실천하기
· 주 1회 음식 덜어 먹고 다 먹은 뒤 인증샷
· 주 1회 고기 반찬 없는 날 실천 후 인증
처음에는 학부모님들을 번거롭게 하는 활동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분리배출을 하면서 저도 조금 더 신경 쓰게 되네요.”
한 아이의 작은 실천이 가족과 지역사회로 이어지고,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며 공동체 전체를 따뜻하게 물들이는 순간을 보는 것은, 진정한 생태전환교육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푸른 지구를 위한 우리들의 발걸음’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작은 활동들을 모아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몸으로 느끼고, 교실에서 다시 확인하며, 이를 가정으로 들여가 성장하도록 한 과정이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세계에 있던 아이들이 서로에게, 환경에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이다.
나 역시 생태전환교육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믿는다. 아이들의 작은 손길이 언젠가 세상을 바꾸는 큰 발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동행하는 것이 교사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내가 있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