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서울 강서구 근처에 자리한 우리 학교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버스, 자동차, 지하철은 물론 비행기까지도 쉽게 보고 접할 수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밀집한 지역사회 가운데서 늘 배움의 기회를 마주한다. 사실, 도심 속에 우리 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많은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 그래서 개교 이후 우리는 근처에 위치한 기관들을 찾아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러한 노력 하나가 국립항공박물관과 연계하여 운영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우리 학교와 비슷한 시기에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에는 당시 비장애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발달장애 학생도 즐길 수 있는 항공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자 했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항공박물관은 비장애 학생 혹은 감각장애 학생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았기에, 중도중복장애 학생들이 대다수인 우리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운영하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했다. 또 항공이나 드론이라는 개념이 인지하기 쉬운 주제가 아니기에, 나 역시도 우리 학생들에게 이 활동의 효과가 있을지, 목적에 맞게 수업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박물관 담당자의 강한 의지와 기관 간 적극적인 협력이 수업을 향한 큰 동력이 되었다. 학교 측에서는 교육과정과 담당과정 부장이 협력하여 어떤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어느 학년을 대상으로 할지 등 여러 부면을 논의했고, 여러 번의 시범운영을 거치며 프로그램의 운영 방향을 정하고 구체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장애학생의 개별적 특성과 발달 수준을 고려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항공 교통을 이용하고 항공 문화를 즐기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고, 개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보조인력을 1:1로 배치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은 2022학년도부터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드론 조종 및 여가활동과 관련된 활동을 포함하며 중고등학교 학생까지 그 대상을 확대했다. 교육과정과 교재·교구는 매년 학생들의 장애정도와 수준에 따라 내용을 조금씩 조정하며 운영했다.
항공 교육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국립항공박물관 교육운영팀, 전문 교육업체, 해당 학년 과정부장과 담임교사가 만나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전문 교육업체의 교육 운영 매뉴얼, 수업 PPT, 교재 등을 안내받았으며 업체의 시범 수업을 참관하여 교육의 진행방향을 확인했다.
또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개별 특성 및 요구사항을 상세히 작성한 문서를 박물관과 교육업체 측에 전달했고, 교육업체가 학교 정규수업에 미리 참관할 수 있게 하여 학생들의 학습 스타일, 정서적 특성, 행동양식 등 개별적인 특성을 직접 파악하도록 했다. 이는 학생들의 현재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난이도와 속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하여 수업의 시행착오를 줄여주었다. 교육업체가 매년 동일하지 않을 뿐더러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개별적 특성과 요구사항을 미리 업체 측에 안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2024학년도 항공 교육은 총 10회기로 운영했다. 우리 학생들이 항공박물관에 찾아가는 현장 수업이 2회기, 항공박물관의 전문 강사들이 학교로 찾아오는 방문 수업 방식이 8회기로, 회기별 2차시씩 총 20시간을 운영했다. 주요 학습 주제는 드론 조종과 비행 원리, 항공 역사와 기내 안전체험, 비행기 제작 활동, 헬륨 비행선 및 모형 헬리콥터 조종, 항공 미술 활동, 항공의 미래 탐구 등으로, 회기별 항공 교육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이 구성했다.
교육 운영진은 아이들이 드론의 소음과 빠른 움직임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수업을 설계했다. 처음에는 드론이 비행하는 영상을 보였주었고, 전원이 꺼진 드론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하며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이후 정해진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라인 드론, 주변을 인식하여 장애물을 피하는 센서 드론, 직접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팝 드론을 순서대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조종하기 어려운 팝 드론을 조종할 때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참여하도록 드론에 보호 가드를 장착해 두었다. 학생이 조종기를 혼자서 다루고 싶어 할 때는 사전 안전교육 내용을 상기시키며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륙과 착륙, 전진과 후진, 좌우 회전을 연습하도록 했다. 손의 힘 조절이 어려운 학생은 교사가 함께 조종기를 잡아주며 조작했고, 이해 속도가 빠른 학생에게는 스스로 방향 전환을 시도할 기회를 주었다. 이렇게 차별화된 활동은 학생 모두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전에 학교 과학의 날 행사에서 준비되어 있던 드론 체험에서는 값비싼 드론의 고장 우려가 있어서 학생들은 거의 만져보지 못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학생 누구나 드론을 충분히 만지고 조종하며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한 학부모가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명확히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전에 공항에서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며 분노발작적 행동을 보이고 여행을 가지 못했던 학생이, 항공 교육을 받은 이후로는 비행기를 좋아하게 되어 가족여행을 성공적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보지는 않겠지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항공 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특수학교가 협력하여 만들어낸 교육 혁신 모델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이 가진 전문성과 풍부한 교육 자원을 학교 안으로 가져옴으로써 학생들은 안전하고 즐겁게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었으며, 교사들에게는 교수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벅찬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처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수업을 지속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의 날개로 하늘을 향해 힘껏 날아오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