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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 현장

인(人)터뷰

“한국에도
헬렌 켈러가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으로 40년을 살아온 소영 씨는 40대에 접어들며 시력까지 잃었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황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스스로 일할 자리를 찾아냈습니다. 지급은 손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의 일과 삶, 그리고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들어보았습니다.

  • W - 편집실
  • P - 조인기

Q _ 안녕하세요. <현장특수교육>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도서출판점자 제작3팀 매니저 김소영입니다. 저는 점자 책자를 관리하고 검수하는 일을 맡고 있어요. 제 손을 거친 책자가 누군가의 배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참 보람됩니다.

Q _ 사무실 분위기가 참 좋아 보입니다. 동료들과는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함께 일하는 분들 중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주로 말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청각장애도 있어서 손을 직접 만져야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요.

Q _ 주로 촉수화를 사용하신다고 하셨는데, 촉수화를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선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있어 수어가 제 첫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가 생기면서 수어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헬렌켈러 센터’라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먼저 점자를 배웠고, 저와 같은 시·청각장애인들을 만나 촉수화도 익히게 되었습니다.

Q _ 많은 노력 끝에 일을 시작하신 거네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서울농학교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부했어요. 졸업 후에는 공장에서 일하며 결혼도 했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부터 시력이 점점 나빠지면서 휴대폰도, 컴퓨터도, TV도 사용할 수 없었고, 외출도 혼자 할 수 없었죠. 그렇게 지내던 시간은 감옥 같았는데, 다시 일을 시작한 지금은 새로운 목표를 찾았습니다.

Q _ 새로운 목표라면 어떤 건가요?
저와 같은 시청각장애인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가 알기로 전국에서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단 3명뿐이에요. 일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제가 잘 해내면, 다른 시청각장애인들에게도 일할 기회가 생기리라 믿어요. 그분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Q _ 실제로 시청각장애인 모임에도 참여하고 계시다고요.
네, 몇 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라 쉽진 않지만,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하며 힘을 얻는 시간이에요. 선배로서 제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참 감사합니다.

Q _ 퇴근 후에 하고 계시는 다른 활동도 있으신가요?
‘한소네’라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배우고 있어요. 점자 지식은 물론이고, 기계 조작법까지 익혀야 해서 쉽지는 않지만, 이 기계 덕분에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Q _ 직장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입사한 지 1년 9개월이 되었는데,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 정말 바빴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이 선거 공보문을 점자로 받아볼 수 있도록 제작했고, 명함 주문도 많았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너무 즐거웠어요. ‘내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습니다.

Q _ 앞으로 어떤 사회적 변화나 지원이 필요할까요?
먼저 도서출판점자와 같이 열린 회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고용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또,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도 없고,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활동지원인과 근로지원인을 가족 중에서 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수어를 할 줄 아는 분을 찾지 못해서 올해만 지원인이 네 번이나 바뀌었어요. 만약 가족이 활동지원을 할 수 있다면, 이런 어려움이 덜어질 것 같습니다. 계속 바뀌는 지원일과 삶을 맞춰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Q _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시청각장애는 ‘숨겨진 장애’입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 세상과의 연결이 끊기기 쉽죠. 하지만 우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에 헬렌 켈러가 있다면, 한국에도 헬렌 켈러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