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천의 현장

움트는 현장 이야기

함께 성장하는 일터,
이수매니지먼트를 방문하다

  • W - 편집실
  • P - 조인기

이수매니지먼트는 관리자와 사원이 함꼐 일하며 성장하는 관계를 추구한다.

이수매니지먼트의 이화상점

“세상에 장애인만 모여 일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건 이상하지 않을까요?”

이수매니지먼트의 박애영 대표가 회사 설립을 준비할 당시, 특수교육과 교수들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으며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도라 여겼던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한편으로는 분리의 장소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한 마디는 회사의 지향점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수매니지먼트는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사업장이지만, 도움이 아닌 협력, 위계질서가 아닌 동등한 관계를 지향한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일터, 이수매니지먼트를 방문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그 시작은 ‘고용 부담금’에서

이수매니지먼트는 학교법인 이화학당이 설립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이 두 곳으로 늘어나면서 이화학당에서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장애인의 수가 증가했고, 장애인 고용부담금 문제가 논의하게 됐다. 회의 끝에 “돈을 내기보다, 우리답게 문제를 해결해보자”라고 목소리가 모아지며 이화학당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박 대표는 특수교육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사회복지관과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진의 자문을 받으며 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제도적 자문을 구하고자 했던 것이나,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비판을 접한 그는 회사의 지향점을 새롭게 정하게 됐다.

도와주는 직장이 아닌,
스스로 일하는 직장

이수매니지먼트의 핵심 가치는 자립이다. 관리자가 사원에게 일방적으로 직무를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관계를 추구한다. 수습사원이 들어올 때, 관리자는 2주 단위로 개인별 성장지원 계획을 세운다. 또, 사원이 직무훈련을 받는 3주 동안은 5개 팀을 순환근무하게 하는데, 이후 각 팀의 관리자들이 사원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여 최적의 배치를 결정한다. 수습사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때는 모든 매니저가 사원의 개별적인 특성을 공유하며 보다 장기적인 성장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그 덕에 운영 3년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이곳을 떠난 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사원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정착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통합의 기회

이수매니지먼트는 이화여자대학교 안에 위치하고 있어, 사원들은 학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사원들은 제과팀, 카페팀, 상점팀, 의료팀, 메신저팀의 5개 팀으로 나뉘어 학교와 병원 곳곳에서 일한다. 특히 카페, 상점, 메신저팀은 교내 구성원 속으로, 의료팀은 병원으로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갖는다.
특히 교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자랑거리다. 특수체육, 음악치료, 미술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활동한다. “사원들은 비슷한 또래끼리 어울리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을 쌓습니다. 학생들과 사원 모두 만족도가 높은 활동이에요.”
이곳에서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일상이다. 안전한 울타리 같은 학교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함께 웃고 생활하며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간다.

이화상점 내 카페

병원 안에서도,
함께 일하며 편견을 녹이다

설립 초기, 의료팀의 주된 업무는 병동에 있는 휠체어를 소독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사원의 병동 출입을 우려하던 시선들이 있었다. “병동에 들어오면 환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상황은 바뀌었다. 간호사들이 먼저 병동 안에서 업무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제는 검체 운반, 병동 소독, 환자 이동 보조 등으로 의료팀의 업무가 확장됐다. 사원들의 성실함이 장애인식 개선으로 이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됐다. 박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함께 일해보는 경험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요.”

2023년 18명의 사원으로 출발한 이수매니지먼트는 이제 어엿한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조회로 시작하는 하루, 관계로 쌓아가는 문화

이수매니지먼트의 하루는 ‘조회’로 시작한다. 모든 팀이 근무를 시작하기 전 한 자리에 모여, 미리 정해둔 주제에 따라 약 10분간 교육을 받는다. 교육의 주제는 직장 내 예절, 안전수칙 뿐 아니라 근로계약 내용과 같이 직장생활에 실용적인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원들이 자주 접하지만 놓치기 쉬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다루면서, 스스로의 근로 조건과 권리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또한 조회 시간에는 사원들의 출근 점검과 공지사항 전달도 이루어진다. 관리자들은 사원의 표정과 컨디션을 살피며 하루의 일정을 조율하고, 필요할 경우 짧은 개인 상담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수매니지먼트에서의 조회 시간은 업무 절차라기보다는 서로를 확인하고 필요를 채워주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일터이자 배움터, 함께 성장하는 회사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지향하는 이수매니지먼트는 2023년 18명의 사원으로 출발했으나 이제 100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누구나 동료로 일할 수 있는 일터라는 가치가 사람을 모으고 회사를 키워낸 것이다. 학교 구성원과 사원, 관리자가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만들어내는 이곳의 일상은 포용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