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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돌아보다

예술이 학교를 바꾼다

독일 NRW주 문화 에이전트 프로그램과
특수학교 로다 슐레의 전인교육 기반 예술 실천

  • W - 박은서
  • 포츠담 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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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에는
학교의 예술문화 교육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공식 주 정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 에이전트 – 창의적 학교를 위하여’ 프로그램 개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주에는 학교의 예술문화 교육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공식 주 정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문화 에이전트 – 창의적 학교를 위하여 NRW(Kulturagenten für kreative Schulen NRW)’로, 2025~2026학년도 기준 전역 11개 NRW 지역 네트워크, 29개 학교가 참여하는 주요 교육 정책 사업이다.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는 예술과 문화를 방과후 특별 활동이나 일회성 프로젝트에 가두지 않고, 정규 수업과 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술가와 문화기관이 단순히 학교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학교와 지역 문화기관 사이에 장기적 교육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박물관, 도서관, 극장, 문화센터, 그리고 지역 자유 예술가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 미래 관객이자 창작 주체인 학생들과 직접 만난다.
프로그램의 가장 독특한 구조는 문화 에이전트라는 전문 인력을 학교 네트워크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문화 에이전트는 음악, 연극, 조형예술, 문학 등 각 분야 현직 예술가 출신으로 학교와 문화기관, 예술가, 지역사회를 잇는 촉매자이자 과정 컨설턴트로 활동한다.
한 명의 문화 에이전트가 3~4개 학교로 구성된 지역 네트워크를 담당하고 학교 내에 교장, 문화 담당 교사, 에이전트로 구성된 운영 그룹이 구성되어 연간 로드맵을 공동 설계하고 평가한다. 장기 안착을 목표로 하기에 프로그램은 최소 3~5년의 과정을 상정하며 성과가 검증된 예술 활동은 학교 교육과정에 편입하는 구조로 실행되고 있다. 또한 에이전트는 수업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기획과 운영뿐만 아니라 외부 보조금 신청, 프로젝트의 결산과 문서화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네트워크에 일반학교만이 아니라 특수학교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29개의 학교 중 6개가 특수학교이며, 이는 장애학생들도 동등하게 문화 교육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창의적 학교를 위한 문화 에이전트」 주 프로그램
2025/2026 학교 네트워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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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 네트워크 ⓒKulturagenten für kreative Schulen NRW

전인교육과 예술 치료의 접점
문화 에이전트 프로그램이 특수교사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이 예술 치료의 핵심 원리와 깊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예술을 성과 중심의 도구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과정 자체가 배움이라는 원칙 아래, 학생 각자의 표현 방식과 속도를 존중하는 창작 환경을 만든다.
이는 전인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인지, 감정, 신체를 통합하는 학습이며 예술 치료의 치료적 원리인 비언어적 자기 표현, 판단 없는 안전한 공간, 감각 통합, 자아 효능감 강화와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 특히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지적 장애 학생들에게 예술은 가장 강력한 소통 통로가 된다.

사례

지적장애 특수학교 로다 슐레 (Roda-Schule)

로다 슐레는 NRW 주 헤르초겐라트(Herzogenrath) 시에 위치한 공립 지적발달장애 특수학교로 약 17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특수교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다학문적 팀이 함께 학생을 지원하는 전일제 학교이자 프로그램 출범 첫해인 2010학년도부터 문화 에이전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최초의 참여 특수학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로다 슐레가 문화 에이전트 프로그램 아래 수행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이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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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 슐레의 모습 ⓒ로다 슐레(Roda Schule)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지적 장애 학생들에게
예술은
가장 강력한
소통 통로가 된다.

1. 타델락트(Tadelakt): 촉각 조형 예술

모로코 전통 미장 기법인 타델락트(손으로 바르고 닦아 광택을 내는 석회 소재)를 예술 재료로 활용한 프로젝트다. 예술가 마리 코린 게를라흐(Marie Corinne Gerlach)가 학생들과 함께 진행했으며, 해당 연도 학교 주제인 ‘FeelFalt(느껴봐, 다양해!)’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촉감(손으로 반죽하고, 문지르고, 형태를 빚는 과정)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으며, 이는 언어 이전의 감각 경험을 통한 자기 표현이라는 예술 치료적 접근과 정확히 맞닿는다. 완성된 작품은 학교 개방의 날(Tag der offenen Tür)에 전시하였고, 학생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발표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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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 슐레 학생들이 만든 타델락트 작품 ⓒ로다 슐레(Roda Schule)

2. 움직임과 움직임을 주는 것: 무용 및 연극 퍼포먼스

예술가 율리아 토카레바(Yulia Tokareva)와 알렉산더 본다레프(Alexander Bondarev)가 학생들과 함께 ‘몸의 움직임으로 무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무용, 연극, 퍼포먼스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물면서 학생들이 신체 언어로 꿈 같고 상징적인 무대를 창조하도록 이끌었다. 라이브 발표에서 관객들의 경탄을 자아낸 이 프로젝트는, 언어가 아닌 몸이 강력한 표현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장애학생과 비장애 관객 모두에게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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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 슐레의 무용 및 연극 퍼포먼스 ⓒ로다 슐레(Roda Schule)

3. 공감하는 역할 교환: 단편 영화 제작

학생들이 교사 혹은 교장의 역할을 맡아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영화·연극 배우 안나 숄텐(Anna Scholten)이 지원하여 학생들이 ‘타인의 시각으로 상황 바라보기’를 체험하도록 이끌었다. 참여 학생들이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관점에 ‘감정 이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다는 점도 기록에 남아 있다. 완성된 영화는 학교 내 여러 차례 상영되었으며, 자기 표현·역할 수행·공감 능력 발달이라는 사회·정서적 목표를 예술 창작을 통해 달성한 사례다.

한국 특수교육 현장에의 시사점
로다 슐레의 사례가 보여 주는 것은 예술 치료와 전인교육이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술 치료의 핵심 원리들을 정규 교육과정 속에 녹여낼 때, 장애 학생은 ‘치료받는 대상’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주체’로 서게 된다. NRW 주 정부가 이를 단위 학교의 자발적 실천이 아닌 공식 주 정책 프로그램으로 뒷받침한다는 사실은, 제도적 기반 없이는 개인의 열정만으로 지속이 어렵다는 특수교육 현장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예술 치료의 핵심 원리들을
정규 교육과정 속에 녹여낼 때,
장애 학생은 ‘치료받는 대상’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주체’로 서게 된다.
참고자료

Arbeitsstelle Kulturelle Bildung NRW. (2024). Programmbeschreibung Landesprogramm „Kulturagenten für kreative Schulen NRW" Schuljahr 2025/2026. https://www.kulturellebildung-nrw.de/wp-content/uploads/2024/11/Programmbeschreibung_KA_SJ_2025_2026.pdf
Arbeitsstelle Kulturelle Bildung NRW. (2026, May 12). Kulturagenten für kreative Schulen NRW. https://www.kulturellebildung-nrw.de/programme/kulturagenten-nrw/
Arbeitsstelle Kulturelle Bildung NRW. (n.d.). Roda-Schule, Herzogenr ath. https://www.kulturellebildung-nrw.de/kulturagenten/roda-schule-herzogenr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