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첫 패럴림픽 무대에서 대한민국 최다 메달 신기록을 달성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김윤지 선수. 훈련장의 열악한 훈련 환경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기록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내일’을 꿈꾸는 김윤지 선수의 도전과 희망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대회에서 역대 국내 최다 메달 획득이라는 신기록을 세우 셨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록을 경신하셨는데, 먼저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첫 패럴림픽 참여라 이렇게 대단한 기록까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출전했거든요.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는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역사적인 성과를 냈다고 하니까 너무 뿌듯하고 영광스러워요. 그런데 이런 기록은 언제든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타나면 깨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숫자 자체보다는 우리나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진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 기록을 발판 삼아 후배들이 더 높이 올라가서, 제 기록을 시원하게 깨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영 선수로 시작해서 동계 종목인 노르딕스키까지 섭렵하셨어요. 경기 종목을 바꾸게 되신 계기와 노르딕스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재활을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하며 장애인 스포츠에 입문했어요. 처음에 여러 종목에서 제안을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노르딕스키였습니다. 수영 대회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됐는데, 하면 할수록 제 적성과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죠. 설원 위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성취감에 매료되어 지금은 노르딕스키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시간 관리와 훈련은 어떻게 하셨나요?
작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1학기 때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정말 바빴어요. 2학기 때부터는 패럴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특별 휴학을 했고요. 훈련장이 평창에 있어서 학교를 다니며 오가기가 참 힘든 환경이었는데, 다행히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교내에 있는 트레드밀 시설을 마음껏 쓸 수 있었어요. 덕분에 학교 안에서도 실전처럼 운동하며 학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거쳐온 수많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년 2월, 폴란드 야쿠시체에서 열린 바이에슬론 퍼슛(Pursuit)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예선 성적이 결선에 영향을 주는 방식인데, 그날 유독 컨디션도 안 좋고 몸이 힘들어서 예선 기록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만 할까’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포기 안 하고 달렸더니 결국 1등을 한 거예요! 제 인생 첫 바이에슬론 금메달이었기에 더욱 짜릿했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번에 좋은 성적을 냈지만, 사실 그전까지 전 스스로를 ‘중상위권 정도의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힘이 됐어요. “아직 올라갈 곳이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 든요. 예전엔 안 되던 동작들이 훈련하면서 고쳐지고, 점점 성장하는 제 모습이 눈에 보일 때 진짜 뿌듯했어요. 그런 성장의 즐거움이 저를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전 어릴 때 통합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는데요, 체육 시간마다 장애 특성에 맞지 않는 수업 때문에 재미를 못 느끼는 친구들을 보면 늘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체육의 즐거움을 알도록 이 전공을 택했습니다.
꼭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즐겁게 운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제 최종 목표는 나중에 후배들이랑 같이 계주를 하는 거예요. 선수층이 더 두꺼워져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힘이 팍팍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수교육 현장의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에게는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장애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일단 시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길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그리고 선생님들, 사람을 대하는 특수교육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고 계신 분들이라고 믿어요. 정말 존경한다는 말씀과 함께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