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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기

세계를 돌아보다

우리 아이도 일할 수 있을까

행복지수 9년 연속 1위 핀란드,
학교가 끝난 뒤
장애 청년의 ‘그 다음’을 준비하는 법

  • W - 박엔젤
  •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교육과학부 박사과정 연구원
  • 헬싱키 특수교육(SEN) 연구 커뮤니티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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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 진단서를 묻지 않는 교육
길을 따라가기 전에, 그 길이 자라난 토양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에서 ‘통합교육’은 단순히 ‘장애아동을 일반학급에 함께 두는 것’이 아니다. 모든 학습자가 성공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전체를 설계하는 것 - 그것이 핀란드가 말하는 통합이다(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EASNIE], 2020). 그 바탕에는 ‘지원은 일부가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이 입학 첫날에 있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설 때, 핀란드는 아이의 장애 진단서를 먼저 요구하거나, 장애 여부부터 묻는 방식으로 지원을 시작하지 않는다. 특수교육 요구에 대한 지원도 아이의 장애를 ‘증명’하는 절차에서 출발하기보다, 학교생활 속에서 실제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데서 시작된다.

2025년 이후: ‘단계’보다 ‘필요’를 먼저 보는 지원
2025년 8월 1일 이전까지 핀란드의 기본교육 지원체계는 일반지원(1단계)·강화지원(2단계)·특별지원(3단계)의 세 층으로 설명되어 왔다(Björn et al., 2016; EASNIE, 2020). 그러나 2025년 8월 1일부터 기초교육법 개정법(Act 1090/2024)이 시행되면서, 기존 3단계 모델은 폐지되고 지원은 ‘집단별 지원’과 ‘학생별 지원’으로 재정리되었다(Finnish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n.d.; City of Vantaa, n.d.).
핀란드의 특수교육 지원은 의학적 진단명만을 기준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교사의 전문적 자율성이 큰 핀란드 학교에서는, 아이가 교실에서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보이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교사들이 교육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학교 안에서 조정해 간다(Björn et al., 2016; EASNIE, 2020). 지원이 ‘진단’이 아니라 ‘필요’를 따르기 때문에, 장애가 없는 아이도 도움이 필요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모국어가 핀란드어가 아닌 아이도 필요하면 학교 안에서 지원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지원은 특별한 낙인이 아니라, 모든 교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교육적 도구에 가깝다(EASNIE, 2020).
그 밑바탕의 원리는 ‘특별대우’가 아니라 ‘공정’이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동정이나 예외적 처우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이 일반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가지며,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 동시에 각 학생이 배우고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다르게 마련해 주는 것 - 이것이 핀란드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물론 핀란드도 그 길의 도중에 있을 뿐 완벽하지 않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유난히 차갑지도, 그렇다고 각별히 따뜻하거나 특별한 관심의 대상으로만 향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는 가능한 한 ‘인간의 평범한 다양성 가운데 하나’로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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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초등학생 견학 ©Susanne Jutzeler

핀란드가 던진 질문: ‘누가 떨어지고 있는가’
변화는 솔직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핀란드는 한 세대의 약 15~16%가 후기중등 자격1) 없이 학교를 떠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Cedefop, 2021). 자격 없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기초교육만으로는 일자리도 사회에서의 자리도 얻기 어려운 시대에 곧 실업과 고립의 위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위험은 학습·정서·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닥쳤다. 핀란드는 이를 ‘그 아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에 구멍이 있어서’라고 보았다. 질문이 바뀌자, 해법도 바뀌었다.
1) 후기중등 자격은 중학교 이후 단계에서 취득하는 공식적인 졸업·진학·직업 자격을 뜻한다. 핀란드에서는 일반계 고등학교(lukio, 루끼오)를 거쳐 대입자격시험에 합격 하거나, 직업교육훈련을 통해 직업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

핀란드의 의무교육: 열여덟 살까지, ‘아무도 놓치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는 2021년에 찾아왔다. 핀란드는 의무교육 종료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올렸다. 이제 의무교육은 만 6세부터 18세까지 이어지며, 아이는 열여덟이 되거나 후기 중등 자격을 마칠 때까지 교육 안에 머문다. 동시에 후기 중등교육을 무상으로 바꿔 수업료는 물론 교재·실습 도구·급식, 먼 거리의 통학비까지 사회가 부담한다(Cedefop, 2021; 핀란드 교육문화부, n.d.-a). 무엇보다 ‘책임지는 사람’을 분명히 했다. 종합학교(peruskoulu, 페루스코울루)의 마지막 학년인 9학년 - 핀란드 기초교육은 1학년부터 9학년까지 9년제라, 9학년은 우리의 중학교 3학년, 만 15~16세에 해당한다 - 학생은 졸업 전에 반드시 다음 과정에 지원해야 하고, 지자체와 학교는 그 아이가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추적해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제도 시행 첫해, 졸업생의 약 99%가 지원했고 6월 중순까지 약 95%가 자리를 배정받았다(Cedefop, 2021). ‘아무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핀란드는 법으로 적어 둔 셈이다.

선택의 길은 하나가 아니다
그렇다면 졸업 이후의 길은 어떻게 생겼을까. 크게 두 갈래다.
학문 중심의 일반계 고등학교, 그리고 일터로 이어지는 직업교육훈련이다. 그리고 이 두 길에 곧장 오르기 어려운 아이를 위해 ‘준비교육’이라는 디딤돌이 놓여 있다. 직업교육 준비교육은 수학·언어 같은 기초를 다지고 여러 직업을 직접 체험하며 진학을 준비하게 돕는데, 그 기간도 의무교육으로 인정된다(EASNIE, 2020; OECD, 2025). 또 질병이나 장애로 자격과정에 곧장 들어서기 어려운 아이를 위해서는 ‘노동과 자립생활을 위한 준비교육’이 있다.
이름 그대로 일과 일상, 자립을 향한 디딤돌로, 아이 저마다의 목표와 능력에 맞춰 짜인다(EASNIE, 2020; 핀란드 교육문화부, n.d.-b). 길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어떤 아이도 ‘갈 곳이 없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 - 이것이 핀란드 전환 체계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대학에는 갈 수 있나요?”
여기서 한국의 부모님이 가장 먼저 떠올릴 질문이 있다. “통합교육을 받으며 자란 우리 아이가, 그래서 대학에는 갈 수 있나요?” 핀란드에서 그 길은 분명히 열려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입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종합대학으로, 직업교육훈련을 마치면 응용과학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다. 장애가 있다고 그 문이 닫히지는 않는다. 고등학교 단계에서 장애학생은 보조 인력과 특수 보조기기를 보장받고, 대입자격시험에서는 난독·장애·질병에 맞춰 응시 조건을 조정받는다. 예컨대 청각장애 학생은 듣기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 해마다 약 1,750명이 이런 조정을 신청한다(EASNIE, 2020). 시험의 문턱은 장애에 맞춰 낮추되 도달해야 할 목표는 동일하게 둔다-핀란드가 ‘공정’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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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학교 ©Mikail Nilov

핀란드 직업학교의 비밀: 작은 교실과 진짜 일터
대학만이 답은 아니다. 많은 아이에게는 ‘일’로 가는 직업교육이 더 알맞은 길이다. 핀란드 직업교육훈련은 생각보다 유연하다. 직업자격은 세 수준으로 나뉘고 약 160종에 이르며, 모든 자격이 작은 ‘학습성과 단위’로 쪼개져 있어 자격 전체를 딸 수도, 일부만 딸 수도, 서로 다른 자격을 조합할 수도 있다(핀란드 교육문화부, n.d.-b). 핵심 장치는 개인 역량 개발 계획이다. 교사·진로상담사가 학생과 함께(필요하면 일터 대표도 함께) 세우며, 아이가 이미 가진 기술-일터·이전 학습·생활·여가에서 얻은 것-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만 새로 채운다(핀란드 교육문화부, n.d.-b). 그리고 배움의 상당 부분이 실제 일터에서 일어난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되어 계약을 맺는 ‘도제식 훈련’, 임금 없이 교육기관과 일터가 함께 짜는 ‘훈련협약’이 그것이다. 학생에게는 현장 훈련담당자가 붙고, 아이는 책상이 아니라 실제 작업으로 자기 실력을 증명한다(핀란드 교육문화부, n.d.-b).
더 두터운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서는 직업특수교육기관이 따로 있다. 다만 핀란드의 직업특수교육은 ‘분리’가 아니라 ‘선택’이다. 특수교육 지원은 일반 직업학교에서도, 특수 직업학교에서도 받을 수 있다(AMEO, n.d.; EASNIE, 2020). 더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 찾는 곳이 전국망 AMEO로 묶인 여섯 곳의 직업 특수교육 기관-아이토, 키이풀라, 리베, 루오비, 스페시아, 그리고 스웨덴어로 가르치는 옵티마-이다. 이곳들은 소규모로 가르치고, 학업과 일상생활을 함께 돌보며, 입학 초기에 적성과 지원 요구를 살피는 ‘교육 체험’을 거치고, 학생마다 사후 점검까지 포함한 개별화교육계획(IEP)을 세우고, 지원이 딸린 기숙사까지 갖춘다.

“중증장애가 있어도 일할 수 있나요?”
하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누르는 질문은 따로 있다. ‘중증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도, 정말 일을 할 수 있을까?’ 핀란드의 대답은 솔직하면서도 따뜻하다.
먼저 현실을 보자. 핀란드에는 노동연령대의 지적장애인이 약 3만 명 있는데, 정식 고용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은 약 500~600명 정도다(FAIDD, n.d.). 숫자만 보면 작다. 그러나 핀란드가 말하는 ‘일’의 폭은 그보다 훨씬 넓다. 가장 흔한 길은 ‘지원고용’이다. 직무지도원이 곁에서 도와 일반 일터에 자리 잡게 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받고 일하는 지적장애인의 다수가 이 길로 취업했다(FAIDD, n.d.). 그다음은 ‘지역사회 고용’이다. 일반 사업장에서 일하되 정식 고용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형태로, 정규 임금 대신 수당을 받으며 일하는 방식으로 2천 명 이상이 참여한다(FAIDD, n.d.).
정식 취업이 아직 이른 이들을 위해서는 광역 복지구가 ‘작업 활동’을 운영한다. 작업장이나 지역 거점에서 자기 능력과 컨디션에 맞춰 가벼운 일을 하고, 임금 대신 비과세 ‘참여수당’을 받는데 약 6천 명이 함께한다(FAIDD, n.d.). 작업 활동마저 어려운 최중도 장애인을 위해서는 ‘주간활동’이 있어, 요리·운동·대화·나들이처럼 일상과 관계를 잇는 활동을 제공한다(InfoFinland, n.d.).
핵심은 이것이다. 핀란드는 ‘취업이냐 아니냐’로 사람을 가르지 않는다. 정식 고용-지원고용-지역사회 고용-작업활동-주간활동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사다리를 두고, 누구나 자기가 설 수 있는 칸에서 ‘일하고 참여하는 사람’으로 살게 한다. 고용주에게는 임금보조금과 근무환경 조성 지원금을 주어 채용의 문턱을 낮춘다(FAIDD, n.d.). 물론 핀란드에도 숙제는 있다. 직무지도원이 부족하고 지역 격차도 있어,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나아갈 여지가 크다(FAIDD, n.d.).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일할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어떤 일이 이 사람에게 맞는가’를 먼저 묻는 것이다.

학교 밖에서도, 혼자 두지 않는다
학교 문을 나선 뒤에도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 장치가 있다. ‘오야모’ 원스톱 안내센터다. 30세 미만이면 예약 없이 찾아갈 수 있고 전국에 약 70곳이 있으며, 흩어진 고용·복지·보건·주거 서비스를 한자리에 모아 청년이 여러 창구를 헤매지 않게 한다(OECD, 2024). 오야모는 유럽연합이 권고한 ‘청년보장’의 일환으로 2014년 시작돼 전국으로 퍼졌고, 담당자가 한 청년을 맡아 학업이나 취업이라는 안정된 자리에 이를 때까지 곁을 지킨다(OECD, 2024). 진로를 정하기 어려운 청년에게는 핀란드 사회보험청이 여러 분야를 미리 체험해 보도록 비용을 대고 직업재활도 돕는다. 학교에서 일터로, 다시 사회로 이어지는 다리에 빈틈을 두지 않으려는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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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일하러 가는 사람 ©Pexels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핀란드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어느 하나의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18세까지의 의무교육, 통합 우선의 토대, 여러 갈래의 길, 아이에 맞춰 조정되는 직업교육, 정식 고용부터 작업·주간활동까지 이어지는 ‘일의 사다리’, 그리고 오야모처럼 교육·고용·복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어 주는 연결망-이 모든 것이 하나의 사슬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사슬을 관통하는 원칙은 단순하다. ‘국가가 끝까지 따라가며, 누구도 떨어지게 두지 않는다.’
물론 핀란드도 완성형은 아니다. 일자리는 여전히 부족하고, 지역 격차도 있다. 그러나 졸업을 ‘지원의 끝’이 아니라 ‘새 받침대가 필요한 또 하나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만큼은, 우리가 오래 곱씹어 볼 만하다. 자립을 가족에게만 떠넘기지 않는 사회-전환교육과 진로·직업교육, 그리고 졸업 이후의 평생교육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핀란드는 조용히 묻는다. 우리 아이들의 ‘졸업식 다음 날’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참고자료

AMEO. (n.d.). 핀란드의 특수교육[Special education through Finland]. https://ameo.fi/en/ Björn, P. M., Aro, M. T., Koponen, T. K., Fuchs, L. S., & Fuchs, D. H. (2016). The many faces of special education within RTI frameworks in the United States and Finland. Learning Disability Quarterly, 39(1), 58–66. https://doi.org/10.1177/0731948715594787
Cedefop. (2021, November 26). Finland: Extension of compulsory education comes into effect. https://www.cedefop.europa.eu/en/news/finland- extension-compulsory-education-comes-effect
European Agency for Special Needs and Inclusive Education. (2020). Country information for Finland: Systems of support and specialist provision. https://www.european-agency.org/country-information/finland/systems-of-support-and-specialist-provision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n.d.-a). Extension of compulsory education. Retrieved June 18, 2026, from https://okm.fi/en/extension-of- compulsory-education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n.d.-b). Qualifications and studies in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Retrieved June 18, 2026, from https://okm.fi/ en/qualifications-and-studies_vet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n.d.-c). Support for learning and school attendance. Retrieved June 18, 2026, from https://okm.fi/en/support-for- learning-and-school-attendance
OECD. (2024). One-stop guidance centres for young people – Finland. In OECD Youth Policy Toolkit.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2024/11/ oecd-youth-policy-toolkit_7ae28a3d/one-stop-guidance-centres -for-young-people-finland_5f0ace7d.html
OECD. (2025).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in Finland. In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Systems in Nine Countries. OECD Publishing.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vocational-education-and-training-systems-in-nine-countries_1a86eb6c -en/full-report/vocational- education-and-training-in-finland_4d8133c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