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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우기

학교 속으로

학교와 가정이 함께하는
일상생활 지도

  • W - 박세은
  • 울산혜인학교 교사

1 함께하는 고민

여느 특수학교의 풍경처럼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스스로 신발을 신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평범한 순간은 학생이 수천 번 연습한 결과로 만들어진다. 문 앞에서 신발을 벗어 자기 이름이 적힌 신발장에 넣고, 교실에 들어와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거는 일,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이 일과들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반복하여 연습해야만 하는 자립 기술이다.
학생들이 반복되는 연습이 필요한 자립생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보다 즐겁고, 짧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야말로 많은 특수교사들의 고민이다. 학생들이 학교와 교실에서 공들여 익힌 기술들을 학교 속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 가정과 지역사회로까지 일반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은 구조화된 환경과 반복 경험, 그리고 학교와 가정의 긴밀한 협력이 함께할 때 좀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우리 학교는 2023년부터 2년간 운영한 특수교육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통해 ‘교·공작[作] 일·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일상생활 교육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생 프로젝트’는 일상생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생생한 삶(生)을 함께 만들어(作) 가자는 취지로 출발하였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은 현재 본교 교육과정의 기반이 되었다. 현재 우리 학교는 매년 신학기마다 학생들의 일상생활 기술을 진단하여 교육 운영 계획을 수립한 후 각 학년별 교육과정을 통해 일상생활 기술을 타 교과 수업 내용에 포함하는 삽입교수와 반복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과정 중심 평가를 통하여 학생의 성취수준을 평가한 후 피드백하며, 가정과 연계한 지도를 통하여 학생이 학교에서 익힌 기술을 가정과 지역사회 내에서 일반화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일상생활 교육과정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 학교급별 특성을 고려한 운영 체계 구축

일상생활 활동 교육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상생활 활동의 주요 네 영역인 의사소통, 자립생활, 신체활동, 여가활동을 한 학급 교사가 모두 지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학교는 이런 일상생활 활동 지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별로 다른 운영 체계를 구축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중학교 과정에서는 ‘영역별 전담제’를 실시하였다. 이는 학년 내 교사들이 각자 한 영역씩을 전담함으로써 해당 영역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각각 영역별 전담 교사는 자신이 맡은 영역의 ‘전문가’가 되어 교수·학습 자료를 준비하고,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영역별 수업의 질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되었다.
실제적인 자립 준비가 필요한 고등학교와 장애 특성에 따른 개별화 지도가 핵심인 시각부의 경우, 담임교사가 각 학생의 일상을 밀착하여 살피며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담임 중심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환기 학생과 시각장애 학생들이 습득한 기술들을 자신의 삶 속에 일반화하고 장애 특성에 맞는 보조공학기구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교사의 집중적 지도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학교가 전담 교사를 통해 낱낱의 기술을 익히는 데 초점을 둔다면 고등학교와 시각부는 담임교사가 그 기술들을 가정과 지역사회 속의 자립으로 연결 짓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

가. 학년 기반 단계형 교육과정 운영

일상생활 활동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해 우리 학교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학생들의 특성과 지역사회의 여건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 표 1 〉은 그 내용을 나타낸 것이다.

〈 표 1 〉 학년별 일상생활 활동 재구성(안)

영역 1학년(기초생활 기능 형성) 2학년(생활 기능 확장) 3학년(생활 기능 적용)
의사소통 자신의 요구와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상황에 맞게 의사 표현하고
경험 확대하기
사회적 상황에 맞게 의사소통하며
상호작용하기
자립생활 개인 위생 및
기본 생활 습관 형성하기
일상생활 기술 익히기 및
자기 관리 경험 확대하기
스스로 생활 관리하고
일상생활 기술 활용하기
신체활동 기초 체력 향상 및
기본 신체 활동 경험하기
체력 향상 및
신체 조절 능력 기르기
건강 관리 및
신체 활동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여가활동 다양한 여가활동 경험하기 자신의 선호 여가활동 찾고 참여하기 스스로 여가활동 계획하고 즐기기

〈 표 1 〉을 보면 중학교 1학년은 생활 기술의 기틀을 다지는 기초 단계, 2학년은 이를 심화하는 확장 단계, 3학년은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적용 단계이다. 우리 학교는 〈 표 1 〉과 같은 재구성안에 따라 〈 표 2 〉와 같은 세부 영역별 목표와 내용요소(활동)을 추출하여 교수학습 지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 표 2 〉는 일상생활 활동 중 자립생활 영역의 학년별 세부 체계표이다.

〈 표 2 〉 일상생활 활동 중 자립생활 영역의 학년별 세부 체계표

학년 목표 내용요소(활동)
1학년 신변 자립과 자기관리 중심의 기본 생활 습관을 형성하고 일상생활의 기초 기능을 익힌다. • 신변 자립(식생활 기초 기능 익히기)
• 신변 자립(의생활 기초 기능 익히기)
• 신변 자립(올바른 용변 습관 형성하기)
• 자기 관리(개인 위생 기초 기능 익히기)
• 자기 관리(몸단장 기초 기능 익히기)
2학년 일상생활 기술을 익히고 자기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며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하는 경험을 확장한다. • 자기 관리(건강한 생활 습관 기르기)
• 안전한 생활(생활 속 위험 인식하기)
• 안전한 생활(위험 상황 대처 기술 기르기)
• 자기 결정과 상호 작용(자기 욕구 인식하기와 표현하기)
• 자기 결정과 상호 작용(자기 감정 인식하기와 관리하기)
3학년 일상생활을 스스로 계획하고 관리하며 자립적인 생활을 실천하는 능력을 기른다. • 안전한 생활(안전한 생활 습관 형성하기)
• 자기 결정과 상호 작용(자기 감정 인식하기와 관리하기)
• 자기 결정과 상호 작용(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고려해 상호작용하기)

〈 표 1 〉과 〈 표 2 〉의 체계표를 기반으로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개별화 교육계획을 수립하고자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3월, 일상생활 기술 체크리스트(〈 사진 1 〉 참조)를 활용하여 학생의 수행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 교사는 체크리스트의 각 항목별 학생의 수행 정도를 파악하여 수행 수준을 기록한 후 이를 개별화교육계획의 수립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어떤 2학년 학생이 체크리스트를 통하여 확인한 결과 숟가락은 쥘 수 있지만 음식은 떠먹기 어려운 수준으로 진단되었다면 학년별로 수립된 운영계획안이 아닌 학생의 현행 수준에 맞춰 필요한 기초 기술 습득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교사는 학생의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도구와 단계적 촉진 전략을 설계한다.

〈 사진 1 〉 자립생활 영역 체크리스트

나. 일상생활 기술의 반복과 일반화

학생들의 자립 기술은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완전한 습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학교는 학교교육을 통한 지도뿐만 아니라 가정, 지역사회와 연계된 충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노력하였다.

의사소통

매주 월요일 아침, ‘주말 이야기 나누기’ 시간. 학생들이 “주말에 뭐 했어?”라고 다른 친구들과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고기”, “마트”처럼 단어 수준으로 응답하던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주말에 고기를 먹었어.”, “나는 마트에 다녀왔어.”와 같은 문장으로 답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사소통 향상을 돕고자 학생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노래를 만들어 부를 수 있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하였다.

〈 사진 2 〉 주말 이야기 나누기 - 집에서 구워 온 쿠키를 나누어 주는 모습

의사소통 기술의 학습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는 가정과 연계한 활동을 계획하여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님께 감사 문자를 보내는 활동을 하였다. 자녀들이 보낸 문자를 받은 학부모들은 그 감동과 놀라움을 학교로 전달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교에서의 배움이 가정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사진 3 〉 부모님께 보낸 감사 문자와 부모님이 보내온 답장

자립생활

우리 학교의 일상생활 활동은 학생들의 실제 생활 속 필요와 가정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가령, 위생 영역에서 손톱 깎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가정의 의견을 바탕으로 실제 손톱 대신 모형을 활용한 반복 연습과 지속적인 격려를 통해 학생들이 활동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스스로 위생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또한 분리배출 활동에서는 재활용품을 종류에 따라 구분하고 올바른 장소에 배출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여 학생들이 생활 속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학생의 생활 경험과 가정의 요구를 함께 반영한 실제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교실에서 익힌 기술이 가정과 지역사회 속 자립생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상생활 활동 ‘나 스스로 한다’ 실전 요리 프로젝트

성인기 전환을 앞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자립생활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은 회의를 통해 메뉴를 정하고, 태블릿을 활용해 조리 방법을 탐색하며 레시피북을 제작하고, 필요한 재료를 온라인으로 주문하였다. 이후 조리, 식사, 뒷정리까지의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며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가는 경험을 쌓았다.

〈 사진 4 〉 자립생활 영역 수업 장면과 피드백

〈 사진 5 〉 자립생활 영역 수업 장면

3 학교에서 가정으로, 삶으로의 연계

학생들의 일상생활 활동 기술은 학교에서의 지도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 등에서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체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체득된 기술이 교실을 넘어 가정의 실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사와 가정 간의 긴밀한 소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 사진 4 〉에서 제시된 과정중심평가지를 활용하고 있다. 이 평가지는 학생의 성장 과정에 관한 기록물로,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의 변화와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배운 자립 기술을 가정에서 스스로 실천해 내는 학생의 모습과 학부모의 메시지를 함께 전달받을 때가 있다. 자녀의 작은 변화에 누구보다 크게 반응해 주시고, 학교의 학습 과정을 깊이 이해하며 가정에서의 실천으로까지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학교 교사들은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학부모의 메시지에는 교사가 학생의 일상생활 지도에 몰입하고, 반복해 온 노력을 인정하는 내용들이 많다.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을 가정 환경에 맞춰 적용하는 모습에서 교사인 내가 배울 점이 많음을 깨달았다.
특수교사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에 맞춰 매일 성장하고 있다! 그 크기와 속도가 크든 작든 아이들은 자신의 속도로 자란다. 일상생활 교육에 있어 가장 잊지 말아야 할 말이 아닌가 여긴다.

〈 사진 6 〉 자립생활 영역 수업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