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통합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통합교육은 학생의 수업 참여 준비도를 세심하게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된 수업이라도 학생이 따라갈 수 없다면, 통합이 아니라 단지 ‘동시 수업’에 지나지 않는다.
“선생님, 오늘은 로그인 5분도 안 걸렸어요!” 수업 시작 전, 밝은 얼굴로 당당하게 전하는 학생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불과 1년 전, 모두가 로그인하는 데만 20분이 걸려 진땀을 빼던 때가 떠올랐으니까. 이 짧은 한마디는 단순히 기술을 익혔다는 것을 넘어, 자신감의 향상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우리 반에서는 에듀테크 플랫폼 ‘자작자작’을 활용한 일기 쓰기 수업을 진행했다. AI 글쓰기 지원 기능이 포함된 ‘자작자작’은 주제 선택부터 문장 구성, 맞춤법 교정까지 학생들의 글쓰기를 도와준다. 처음에는 단순히 글쓰기 능력 향상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그 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넓었다.
에듀테크 플랫폼 ‘자작자작’ 인트로 화면
아이들은 차츰 에듀테크 플랫폼을 활용한 일기 쓰기에 적응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막상 이를 학습에 활용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작자작 플랫폼을 처음 도입했을 당시, 학생들은 계정에 로그인하고 반 그룹을 찾아 들어가 일기 쓰기 메뉴를 선택하는 기본적인 과정에서조차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메모장에 저장해둬도 자판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자주 틀렸고, 메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수업의 절반이 지나도록 글 한 줄 쓰지 못한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좌절감을 느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방과후학교 ICT 활용부 활동과 연계해 다양한 에듀테크 플랫폼을 활용하는 연습을 반복했다. 특히 익숙한 주제인 ‘일기’를 활용해 주 1회 자작자작 플랫폼을 꾸준히 사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2학기 무렵에는 대부분의 학생이 로그인부터 글쓰기 시작까지 5분 안에 준비를 마쳤고, 수업 시간 안에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다. 낯설고 어려웠던 학습 도구를 익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기쁨을 경험했다.
자작자작은 글감 선택, 글자 수 설정, 문장 예시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플랫폼으로, 특히 발달장애학생들에게 적합한 도구였다. 그중 가장 유용한 기능은 교사가 글자 수, 문단 수, 필수 단어 등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 글을 완성했고, 글쓰기가 막히면 AI 샘플 문장을 참고하거나 맞춤법 검사 기능을 통해 스스로 글을 다듬을 수 있었다. 교사가 옆에 있지 않아도 ‘꽤 그럴듯한’ 글 한 편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다 “이미지 연상 글쓰기 전략”을 추가로 도입해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간단히 정리하도록 지도했다.
특히 신경 썼던 것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일기’였다. 학기 초반에는 학생들이 ‘재밌었어요’, ‘좋았어요’처럼 익숙하고 쉬운 표현만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나는 감정 어휘 목록을 제작해 ‘실망스럽다’, ‘뿌듯하다’, ‘답답했다’, ‘당황스러웠다’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 용어를 일기에 쓸 수 있도록 지도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점차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표현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후에는 생성형 AI ‘뤼튼’도 함께 활용했다. “~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감정 표현 문장을 알려줘” 같은 질문을 통해 일기 쓰기를 도왔고, 주제와 연결된 AI 이미지도 제작하도록 했다. 일기의 주제와 연결된 이미지를 보며 감정을 떠올리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표현의 폭을 넓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회를 주었다. 한 학생은 “이 사진 보니까 제가 진짜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보다 깊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단지 글쓰기 수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통합학급 수행평가 중 ‘느낀 점’을 서술하는 과제에서도 학생들은 ‘좋았다’, ‘즐거웠다’와 같은 단순한 감상 대신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감정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을 인지하고 이를 언어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다른 교과로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준비는 올해부터 통합학급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용 태블릿 ‘디벗’ 사용에서 그 효과를 발휘했다. 디벗은 학생들이 수업 활동이나 수행평가를 위해 자주 활용하는데, 활용 능력에 따라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처음 통합학급에서 디벗을 활용한 수업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과연 우리 특수학급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통합학급 수업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러나 자작자작 수업을 통해 1년간 로그인, 기능 찾기, 글 작성 등의 과정을 익힌 경험은 디벗을 사용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이제는 계정 정보를 정확히 입력하고 필요한 기능을 찾아가는 데 익숙해졌고,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데도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로 통합학급 교사들로부터 “특수학급 학생들이 디벗 수업에도 능숙하게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특수학급 교사로서 매우 뿌듯했다.
디벗을 활용하는 모습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완성한 학생 일기
통합교육이라고 하면 흔히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통합교육은 학생의 수업 참여 준비도를 세심하게 살피는 데서 출발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된 수업이라도 학생이 따라갈 수 없다면, 통합이 아니라 단지 ‘동시 수업’에 지나지 않는다.
자작자작 플랫폼을 활용한 일기쓰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했다. 학생들은 이제 스스로 글을 쓰고, 감정을 표현하며, AI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 신뢰와 자존감을 키우는 여정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통합학급에서도 디벗 활용에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활동에 참여하며, 친구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에듀테크의 활용은 단순한 기술 적응을 넘어, 통합학급 공동체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