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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 현장

모두가 행복한 수업

공간을 넘어 공감으로
- 초등학교 통합교육 사례

통합교육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교실 밖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발표를 두려워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된 순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맛있는 음식을 만들던 순간들이 아이들을 자라게 했다. 통합은 단지 ‘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의미 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교사의 기획과 협력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징검다리가 되어, 아이들이 스스로 건너가며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진정한 통합교육은 그 속에서 완성된다.

  • W- 정정은
  • 창릉초등학교 교사

텃밭 활동 중인 아이들

학교 텃밭에서 시작된 모두가 행복한 통합교육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가 행복한 통합교육을 실현하고 싶은 마음에 가장 먼저 시작한 활동은 통합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텃밭 활동이다. 학교 텃밭은 공간이 제한적이라 참여 학급이 적었지만, 우리 반은 항상 통합반 친구들과 함께했다.
우리 반 학생들과 통합반 친구들은 텃밭에서 감자, 고구마, 땅콩을 심고 배추와 무를 뽑으며 실컷 웃었다. 그리고 서로를 도우며 친해졌다. 아이들은 함께하는 기쁨을 느꼈고, 통합반 친구들도 특수교육대상학생 ‘덕분에’ 텃밭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아했다. 텃밭 활동은 단지 친구 관계의 증진을 넘어, 직접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이후에는 더 넓은 지역사회 마을 텃밭을 분양받아 가족과 함께 경작하기도 했고, 수확하는 날에는 친구들과 이웃들을 초대해 함께 수확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가족 사랑의 날’ 행사를 열었다. 그날 우리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를 시작으로 우리는 매년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가족들을 모두 초대해 축제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가족 사랑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함께 꿈꾸며 성장하는 통합교육

진정한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나 사회적 통합을 넘어, 교육과정 중심의 통합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통합학급에서 의미 있는 교육적 성취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장애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을 실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시작한 것이 바로 협력교수였다. 수업 설계부터 실행, 사후 협의까지 일반교사와 함께하는 협력수업을 어느덧 4년째 이어오고 있다. 2022년에는 6학년 지적장애학생 2명 각각의 통합학급 담임교사와 협력하여 메이커 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그중 6년 동안 학급에서 단 한 번도 발표한 적 없는 소희(가명)는 처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발표했고, 이후 발표가 재밌다며 계속 발표하는 아이가 되었다.
우리는 수업을 설계하며, 모든 아이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촘촘히 놓았다. 다양한 협력교수 모형을 적용해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며, 일반교사들의 생각과 고민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협력수업은 두 배를 넘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교사로서의 성장을 이끌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선생님이 두 분이어서 수업이 더 재밌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수업 만족도 역시 높았다. 함께했던 담임교사들도 “통합교육은 특정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또한 “특수반 아이가 아닌 우리 반 아이”로 인식하게 되었다며 지금까지도 협력수업을 함께하고 있다. 그 이후 정서·행동장애학생이 있는 학급에서는 자기조절 프로그램 중심의 사회정서학습을, 지체장애학생이 있는 반에서는 휠체어를 탄 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놀이체육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과학,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교수를 이어가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

협력교수로 진행되는 과학 수업

달빛데이 활동(역통합수업)

특수학급에서의 특별한 수업, 달빛데이

우리 학교는 한 달에 한 번 ‘달라서 빛나는 우리들의 날- 달빛데이’라는 수업을 진행한다. 통합학급 친구들을 특수학급에 초대해 함께하는 역통합수업의 날이다. 달빛데이는 단순한 장애이해교육이 아니다. ‘장애’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다가올까 걱정돼 담임교사들에게는 ‘친구 이해 교육’, ‘다양성 이해 교육’으로 소개하고 있다. 달빛데이의 목표는 ‘우리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더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수업은 통합학급 선생님들과 협력교수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교육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다. 팀티칭으로 역할을 나누기도 하고, 특수교사인 내가 대그룹 지도를 담당하고 담임교사에게는 아이들이 수업에 원활이 참여하도록 그림자 교수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담임교사들이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학기 말에는 전체 통합학급 친구들을 초대해 과자 파티도 연다. 달빛데이의 마지막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내년에도 다솜반에서 꼭 수업하고 싶어요!”, “또 다솜반 친구들이랑 같은 반이 되고 싶어요!”
사실 단 한번의 수업만으로 아이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매달 꾸준히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의 인식은 서서히 그리고 깊이 스며든다. 우리 반 친구들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도 점점 늘어나고, 담임교사들 역시 “학급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며 반가운 변화를 전한다. 통합학급 전체 친구들과의 라포 형성은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의 사회적 통합에도 큰 힘이 된다.
“선생님, 달빛데이 언제해요?” 아이들이 기다리는 달빛데이 수업,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의 이야기를 듣는 통합반 친구들을 향해, 수업을 마치며 묻는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봄날의 햇살같은 창릉초등학교 학생들 될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네!” 하고 대답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아이들의 마음속에서도 배려와 존중이 천천히, 깊이 스며들기를 바란다.

동아리 활동으로 하나 되는 우리

우리 학교에서는 4~6학년 학생들이 모두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동아리 시간에 소외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이 시간이 과연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일까?” 고민하게 됐다. 동아리 활동이야말로 우리 학생들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학생들의 흥미와 강점을 기반으로 각자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동아리와 연계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요리를 좋아했던 지은이(가명)는 요리 동아리에, 영상 속 주인공이 되고 싶은 준이(가명)는 영상제작부에, 만들기를 좋아하는 솔이는 메이커 동아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 학생이 속한 동아리는 나도 같이 활동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특수학급에 초대해 함께 활동을 하면서 특수학급학생과 함께하는 친구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지원했다. 준이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주제로 멋진 영상을 제작했고, 학교 축제에선 ‘모두 함께 배리어프리’라는 이름의 동아리 부스를 운영했다. 지은이는 매주 요리 동아리 시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겼다. 강이(가명)는 작년에 드론 축구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드론 축구 대회에도 나가는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올해는 6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드론 축구 체험 수업을 실시하고, 드론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을 중심으로 드론 동아리를 구성해 담임교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드론을 정말 좋아하는 강이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출 등 문제행동이 사라졌고, 든든한 친구들도 생겼으며, 무엇보다 학교생활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다른 비장애학생들도 우리 반 학생들과 함께하는 활동 속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과 배려, 존중, 협동을 자연스럽게 배워갔다. 학교 예산으로 동아리 활동도, 간식도 풍성하게 지원할 수 있어서 학기 말에는 같이 파티도 하기로 했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통합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일반교사와 특수교사, 학부모까지 모두 행복한 통합교육,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동아리 활동 중인 아이들

드론축구대회 출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