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수업
공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행동’의 언어다. 학생들은 그 안에서 더 깊이 연결되고, 주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눈빛은 이렇게 묻는 것만 같았다. “왜 우리는 장애를 특별하게 생각해야 하죠? 함께하면 되는데요.” 통합교육은 때로 제도보다 마음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마음이, 오늘의 공감 문화를 만들어나간다
2024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일반학교에 배치된 특수교육대상자는 8만 5,220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의 73.7%이다. 게다가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통합교육의 양적 성장이 반가우면서도 통합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로서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깊어졌다. 나는 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 통합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 저 수학여행 가면 놀이기구 누구랑 타요?”, “오늘 학교 마치고 애들이랑 같이 마라탕 먹기로 했어요!” 내가 만나는 중학생들은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즐거워하고, 친구와의 관계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친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친구를 삶의 중심에 둔다.
상대방을 알수록 이해하는 품은 넓어지고, 자주 만날수록 정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장애공감 교육에 힘을 쏟기로 했다. 매달 다양한 자료를 제작하였고 교실에서는 색다른 행사를 열었다. 그 결과 특수학급 교실은 늘 북적였고,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가까워졌다.
어느 날 유난히 나를 좋아하고 따르던 학생이 쉬는 시간에 찾아왔다. “선생님! 앞으로도 행사 꼭 해야 해요. 저 매일 기다리거든요! 그런데 다음 달에는 뭐 할 거예요?” 학생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니, 그 학생은 눈을 반짝히며 막힘없이 말했다. “학교 올 때 보니까 점자블록이 망가져 있더라고요. 그거 애들이랑 사진 찍어서 구청에 민원 넣는 건 어때요? 한글날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장애차별적인 표현이 있는지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학생들의 놀라운 아이디어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장애공감 동아리 만들까?”
장애공감문화는 장애인을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그들의 감정과 요구를 함께 느끼고, 주장하며, 해결해 나가는 문화를 뜻한다. 학생 중심의 장애공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들이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인 내가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장애공감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면 어떨까? 학생들이 공감의 씨앗을 직접 심어보게 하는 것이다.
나는 장애공감 동아리의 구성원을 모집하면서 참가한 학생 모두에게 장애공감 리더의 자격을 부여했다. “여러분들은 우리 학교의 장애공감문화에 앞장서는 청소년 장애공감 리더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직접 다양한 장애공감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할 거예요. 여러분이 잘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열심히 도울게요!”
리더가 된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그림책을 읽고, 신문 기사를 보며 이슈를 분석했다. “빅오션이라는 청각장애인 아이돌이 데뷔했대요! 여기 수어 안무 버전도 있는데요, 아이돌 신곡 나오면 챌린지 하잖아요? 우리도 학교에서 수어 챌린지 해요!” 학생들은 노래 <빛>의 수어 안무를 열심히 연습하고, 포스터를 만들며 안무 영상을 촬영해 학교 SNS에 올렸다.
“여러분! 빅오션이라는 아이돌 정말 멋지지 않아요? 청각 장애인 멤버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 음정은 인공지능에 멤버들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딥러닝으로 구현했대요. 스마트워치 진동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춤을 춘다고 해요. 제 최애는 누군지 알려드릴까요?” 팬심이 가득한 장애공감 리더의 설명은 끝날 줄 몰랐다. 우리는 참여자에게 특수학급 바리스타가 만든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제공하고, ‘수어 댄스짱’을 선발해서 수어 그립톡과 수어 마우스 패드를 상품으로 증정했다.
점자 부적 활동
“수어를 알아봤으니, 이제 점자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어때요? 지난번에 소개해주신 점자 스티커 만들기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제가 어제 문방구에서 엄청 귀여운 부적을 봤는데요, 여기다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붙여서 들고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학생들은 점자 부적 만들기 시나리오를 짜고 팀을 나누어 리허설을 했다. 행사 첫날, 밀려오는 손님들을 다 받지 못해 예약자 명단을 만들고 다음 날 다시 와 달라고 했다. 중학생의 취향은 같은 중학생이 가장 잘 아는 법, 여중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선생님! 저 내일 또 와도 돼요? 이거 하나 더 만들고 싶어요!” 학생들은 0칼로리 부적, 공부 잘되는 부적, 걱정이 사라지는 부적 등 자신에게 필요한 부적을 골라 자신의 이름을 점자 스티커로 제작해 붙인 뒤 휴대폰 케이스에 끼웠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잖아요. 조금 늦게 간다고 해서 실패한 것도 아니고, 지금 잘 못한다고 해서 계속 못하는 것도 아니고요. 각자의 속도가 다른 것뿐이잖아요. 모두가 그 자체로 귀한 존재니까….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해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한 학생의 이야기에 감탄했다. 이 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독립출판사 ‘예설책방’을 만들어 『너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으로 출간했고,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도 부여받았다. 그림책 작가가 된 학생은 장애공감 북콘서트를 통해 자신이 창작한 그림책을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의 질문에 답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장애공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날 장애공감 교육은 온전히 학생들이 만들어냈다.
점자그림책
“시각장애인은 책을 어떻게 읽어요? 모든 책이 점역되는 것도 아니고, 오디오북으로 출간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다니 너무 불공평해요!” 학생의 질문에 문득 출근길마다 마주치던 ‘부산점자도서관’ 표지판이 떠올랐다. 장애공감 리더란 단순히 장애인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감정과 요구를 함께 느끼고, 문제가 있을 때는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가르쳤던 것은 나였기에, 곧장 부산점자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점역 도서 현황을 물었다. 그러자 점자책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얘들아! 누군가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해결해보자! 그림책을 점역해서 점자도서관에 기부하는 건 어떨까?” 동아리 학생들은 점역 봉사단을 모집해 인기 그림책을 선정하고 점역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학생들의 따스한 손길로 완성된 10종 2책, 총 20권의 점자 그림책은 부산점자도서관 대여 도서 목록에 등록됐다. 시각장애인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때나, 점자를 처음 배우는 이들이 짧은 글을 연습할 때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학생들은 기뻐했다.
“선생님! 우리가 힘을 합치니까 불편한 세상이 달라져요! 많은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그리고 행동하면 모두가 편한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시간이 흘러 이 청소년 장애공감 리더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청년 장애공감 리더로 활약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학생들과 함께 활동할수록 나는 자꾸만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나 자율동아리를 구성할 때 ‘장애공감 동아리’를 개설해보세요! 1년간 학생들과 깊이 있는 활동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동아리 구성 시기를 놓쳤거나 장기 활동이 부담스럽다면, 통합교육 행사 도우미를 먼저 선발해 함께 활동해보세요. 도우미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과 ‘라포’를 쌓아 다음 해 동아리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청소년 장애공감 리더들이 활약해주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