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공존
2024년 12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예술인들의 창작과 발표를 지원하기 위해 모두미술공간(Modu Art Space)을 개관했다. 시각예술 중심의 이 공간은 다양한 감각과 표현이 자연스럽게 만나며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만들어가는 열린 전시 플랫폼이다. 장애와 비장애는 물론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 실천이 교차하는 공간, 동시대 미술 안에서 장애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의 장이 될 이곳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25일까지 개관 이후 두 번째 전시가 열렸다.
<예담화경(藝談和境)>은 2025년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기념해 기획된 모두미술공간의 두 번째 기획전으로 서로 다른 세대와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화로운 예술적 대화를 시도한다. 전시 제목은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조화로운 경계를 형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이 전시가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본 전시에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16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깊이 있게 축적한 중견 작가들과 실험적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청년 작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각기 다른 속도와 결의 작업들이 전시장에 펼쳐졌다. 회화,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장애예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장애에 관한 경험을 주제로 삼은 작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업도 있지만, 모두가 고유한 감각과 표현을 바탕으로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재구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됐다.
모두미술공간에서 열린 전시 <예담화경>
이번 전시는 ‘장애예술’이라는 개념을 고정된 범주로 규정하지 않았다. 장애를 특별한 조건으로 분리하거나 강조하기보다는 작가들이 가진 각자의 감각과 언어를 자연스럽게 발현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어떤 작품은 빠르게 감각을 자극하고, 또 어떤 작품은 긴 시간을 들여야 서서히 다가왔다. 그 다양한 리듬이 그대로 허용되는 공간 속에서 조화로운 긴장과 공존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러한 흐름이 바로 이번 전시가 제안하는 ‘和境(화경)’의 모습이다.
기획 단계에서도 하나의 주제를 부각하기보다는 다양한 예술 언어가 겹치고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생동감 있는 장면을 그리고자 했다. 작가 선정 역시 개개인의 배경보다는 작품 그 자체의 감각적 밀도와 조형적 실험성에 중점을 두었고, 이를 통해 장애예술이 동시대 미술 담론 안에서 어떻게 자율적이고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이번 전시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속도와 감각으로 작품을 마주하며 질문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군가는 빠르게 지나치고 누군가는 긴 시간을 들여 작품 앞에 머물렀다. 그 다양한 감상의 방식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간, 그것이 모두미술공간이 지향하는 예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장애예술이 특정한 형식이나 의미에 한정되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예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자리를 마련했다.
서로 다른 감각이 만나고 스며든 이번 전시가 예술과 감각, 차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넓히고 다름을 구분 짓기보다는 함께 머물며 흐를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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