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지락 공부방을 다녀오며
황승희 김해은혜학교 학부모

자칫 지현이에게 소홀해질까봐 매년 학기 초만 되면 제일먼저 하
는 일이 달력에 학교 학사 일정을 적어두는 것이다. 아무리 바쁜 일
이 있더라도 학교행사나 교육과정 설명회, 공개수업은 꼭 참여하려
고 노력하였다.
어느날 학교에서 '꼼지락 공부방'이란 주제로, 장애학생 진로·직
업교육 가족 지원 역량 강화 워크숍을 한다기에 참석하게 되었다.
'꼼지락'이란, 천천히 움직이는 하지만! 꾸준하게 진로·직업교육을
준비하자는 의미이며, 중앙 전시실에는 진로, 창업, 진학 등과 관련
된 다양한 안내물과 교육 자료들이 놓여 있었다.
'꼼지락 공부방'에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바탕으로 각 교실마
다 다양한 주제의 수업이 실시되고 있었는데, 어느 교실에서는 가족
액자를 만들어 본 뒤 지역사회 보호작업장에 대한 정보를 접해보는
수업을 했고, 다른 교실에서는 다육식물을 활용한 스트레스 관리,
안전모와 안전화 착용하기 등 다양한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
리 지현이의 교실에서도 현금계산기 활용법과 전환교육을 위한 경
제교육 수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에 살짝 몸둘 바를 몰랐지만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자
리에 앉았다. 수업이 진행되고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
도록 수준에 맞게, 다양한 자료와 PPT를 준비해 놓으신걸 보니 선
생님께 신뢰가 느껴졌다.
수업내용은 자신이 만들 음식에 대한 정보, 특히 재료의 금액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후 현금출납기에서 총액에 따른 영수증을 발
급 받는 것이었다. 이 수업은 직업생활과 독립생활을 영위하기 위
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제재로 지현이는 선생님의 수업내용을 듣고 학
습활동을 시작했다. 잠시 너무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
지만 지현이는 만들고 싶은 음식을 직접 정하고 재료를 적고 폰으로
물건가격까지 찾은 다음 돈 계산까지.....
물론 서툴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끝까지 하려고 하는 모습에 마
음 한구석이 뭉클했다. 다른 아이들도 서로 도와가면서 수업에 열
중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웠다.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수업분위기를 선생님은 아이들이 직접 고
르고, 붙인 물건을 현금출납기에 직접 입력하고, 영수증을 출력하게 함으로써 수업의 흥미를 유도하셨다. 현금출납기 사용을
해본 아이들은 자기가 해냈다는 것이 뿌듯한지 수업에 더 적
극적인 모습이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이 모습을 지켜본 사
람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직접 현금출납기를 이용해 산 물건들을 하나하나 찍어 자
기가 계산한 것과 영수증 금액이 같은지 확인하는 것으로 지
현이의 학습활동도 완벽하게 끝났다. 이렇게 수업을 통해 지
현이의 학교생활을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선생님
에 대한 신뢰도 더 커졌다.
이번 '꼼지락 공부방' 에 참여한 지현이의 모습은 정말 기
대 이상이었다. 자신감은 물론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
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며, 지현이에게 필요한 것
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마트에 따라
가곤 했었는데 수업 이후에는 마트에 가기 전에 이것저것 살
것들을 물어서 적어보고, 마트에 가서 폰으로 계산을 해보는
등 자기주도적으로 하는 걸 보니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얼마
나 절실하게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을 하면서 지현이는 학교에 온 엄마가 반갑고 좋지만
그렇게 내색은 안했다. 그렇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엄마가
학교에 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안 왔으면 많이 슬펐을 거라
고 하면서... 다른 친구들 부모님은 왜 안 오시는지 자기 일
처럼 속상해했다. 저녁에 지현이는 동생에게 엄마랑 '꼼지락
공부방'에서 수업한 얘기며, 이런저런 학교 얘기를 하느라 저
녁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늦어졌다.
저학년 부모님들은 학교 교육활동에 많이 오시지만 고학
년 부모일수록 학교에 참여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 많이 안타
깝다. 고학년 부모님들은 매년 하는 수업이 별다를 게 없다
고 생각 하신다. 또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부리나케
선생님과 의논하고, 뒤늦은 정보를 찾고 후회를 하는 게 지
금의 현실이다.
사실 진로와 취업에 대해서는 선생님들과 부모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고, 장애학생들이 사회일원으로써 성장할 수 있
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라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은 보여주기식의 수업이 아니라 부
모님들이 학교교육에 참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들은 수업에 대한 전문
성을 함양하고, 부모님들은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높이며, 아이들은 학교수업에 더 열심히 참여하는 계기가 되
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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